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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새로운 일상에서 마주한 뉴타입 공포

뉴 노멀(New Normal)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전쟁, 경제위기, 재난상황 등 인류의 모습을 바꿀만한 대사건 이후에는 뉴 노멀이 따라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는 새로운 일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거리두기는 인간소외와 불신을, 사회동력의 약화는 청년층의 빈곤함을 가져왔다. 영화 <뉴 노멀>은 이 부정적인 측면을 썰의 형태로 풀어낸 말세 공포 스릴러 영화다.

옴니버스 영화 <뉴 노멀>은 팬데믹 이후 세상을 배경으로 한 도시괴담 같은 6개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품이 골자로 삼은 부분은 이제 공포의 대상은 유령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더 가까워진 현대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의미하는 인간(人間)끼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정보 과잉은 흉흉한 소식을 먼저 전하며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불쾌함 그리고 염증을 가속시키며 개인을 더욱 소외 속에 가둔다.

각 에피소드는 톱스타와 라이징 스타를 적절히 배치해 모든 에피소드가 초반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발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괴담집, 현재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볼 법한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준다. 시작은 오랜만에 돌아온 톱스타 최지우의 현정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요즘,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혼자 사는 여성들만 노리는 연쇄살인 사건을 뉴스에서 본다. 그리고 가스검침원이 문을 두드린다.

무명의 누군가에게 느끼는 섬뜩함은 <힘쎈여자 강남순>을 통해 대세로 등극한 이유미의 현수 에피소드에서도 볼 수 있다. 옛 연인을 잊지 못한 그녀는 데이트앱을 통해 새로운 상대를 만나고자 한다. 쿨하고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세대보다 힐링과 위로를 말하며 외로움을 내비치는 현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재가 데이트앱이라 할 수 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택한 만남이 공포로 이어지는 순간은 현대의 도시괴담을 완성한다.

최민호의 훈과 정동원의 승진은 낭만을 품은 잔혹동화에 가깝다. 이성적인 훈은 혈액형과 별자리를 통해 완벽한 짝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센치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상황을 겪게 된다. 승진은 세상의 냉혹함을 맛보지 않은 학생 때 가지는 고운 심성을 보여준다. 남을 돕는 건 멋진 일이라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선행을 꿈꾼다. 이들의 이상이 기괴한 방식으로 현실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이전의 일상을 환상동화로 만들었던 팬데믹 당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표지훈은 넷플릭스 <마스크 걸>의 안재홍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연기한 기진은 옆집 여자를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변태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도촬을, 결연한 표정으로 무단침입을 결심하는 기진은 섬뜩한 웃음을 자아낸다. 다소 무거운 시각에서 보자면 경제적으로 무너지며 사랑도 포기의 선택지가 되어버린 청춘의 뒤틀린 욕망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신예 하다인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조한 마지막 에피소드의 주인공 연진 역을 맡았다. 뮤지션을 꿈꾸는 연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우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매일 같이 진상손님에 시달리는 그녀는 살기 위해(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일을 위해 살아간다는 주객전도의 상황 속에서 절망을 느낀다. 분풀이를 위해 세상을 욕하던 연진이 세상에 집어 삼켜지는 모습은 왜 <뉴 노멀>이 말세 공포를 내세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품은 각각의 에피소드 제목으로 유명영화의 제목을 가져와 그 내용과 질감을 미리 설명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최지우의 에피소드는 프리츠 랑 감독의 <M>, 최민호의 에피소드는 일본 로맨스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하다인의 에피소드는 <개 같은 내 인생>을 가져오며 제목만 들어도 이야기를 짐작하게 만든다. 각각의 장르적인 질감은 다르지만 스릴러에 기반을 둔 서스펜스와 반전, 인간에 대한 염증과 소외를 바탕으로 ‘뉴 노멀’에 어울리는 흐름을 완성했다.

예고편 속 혼밥을 먹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일상이 무엇인지 가장 잘 설명하는 풍경이다. <링>이 비디오 시대를 관통하는 공포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거처럼, <뉴 노멀>은 팬데믹 이후를 대표하는 공포영화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소통보다 단절이 익숙해지고,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워진 ‘뉴 노멀’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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