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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X] 강산이 변할 시기에 화려하게 부활한 슬래셔 호러의 저력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이 말에는 씁쓸한 의미가 담겨있다. 바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시간의 야속함이다. 이 야속함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게 바로 시리즈 영화다. 1편의 흥행 이후 등장한 2편까지라면 모를까. 3편부터 슬슬 완성도가 떨어지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오직 의리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르며 구차한 생명력만 과시하게 된다. 2004년 큰 충격을 주었던 영화 <쏘우> 역시 마찬가지다.

1편에서 충격적인 반전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2편부터 본격적인 고어 슬래셔로 살인게임을 펼치더니 어느 순간 잔인함을 즐기기 위한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남아버렸다. 내년이면 무려 20년을 이어온 이 작품은 시리즈로 치면 강산이 변할 시기인 10편에 접어들면서 더는 새로운 생명력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쏘우X>는 로마자 10에 더해 재미를 배가시키는 X의 의미를 보여주며 예상치 못한 반전을 그렸다.

이 작품은 1편과 2편 사이의 인터퀄을 그리며 기존 시리즈가 갇혔던 한계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 직쏘의 새로운 제자, 후계자를 둘러싼 대결, 직쏘를 추격하는 세력과의 대결 등을 그리며 고어의 자극만 더하는 모습만 보여줬던 시리즈는 새로운 대결양상을 그렸다. 바로 위선자 VS 사기꾼이다. 먼저 위선자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직쏘, 존이다. 시점에서 알 수 있듯 존은 뇌종양으로 인해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여느 시한부가 그러하듯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닌 존은 암 종양을 없애는 기적의 치료법을 알고 있는 페데르손 프로젝트의 존재를 접하게 된다. 이들에게 거액의 치료비를 낸 존은 멕시코를 향해 수술을 받고, 오랜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난 듯 살인게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린다. 만약 이 수술이 진짜였다면 우리가 아는 살인게임 ‘쏘우’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술이 사기라는 걸 알게 된 그는 관계자들을 납치해 잔인한 게임을 시작한다.

페데르손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는 <쏘우: 여섯 번의 기회>에 등장한 바 있다. 이 집단을 직쏘가 처벌하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은 몰입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간 <쏘우> 시리즈는 한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발생하는 신격화의 문제다. 살인게임을 유지하기 위해 직쏘의 행위를 신격화 하고, 이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소위 말하는 개똥철학을 강조해 왔다.

시리즈의 메인인 살인게임의 유지와 추격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위한 웅장함에만 주력하며 막상 몰입은 유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여 왔다. 직쏘와 페데르손 프로젝트의 살인게임은 두 가지 죄악이 만났다는 점에서 재미를 준다. 난 그저 게임만 설계했을 뿐, 죽음은 승자가 되지 못한 패자의 변명일 뿐이라는 직쏘의 위선은 생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기꾼 집단과 만나 누가 더 더러운 악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대립을 형성한다.

그간 직쏘의 살인게임을 유지하기 위해 찝찝한 뒷맛을 남겼던 시리즈 최초 통쾌함을 갖추었다는 점 역시 포인트다. 악과 악의 대결이지만 직쏘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살인게임이 성공할지의 여부를 궁금하게 만드는 몰입을 선사한다. 페데르손 프로젝트 멤버 중 첫 번째로 납치를 당한 디에고가 게임에 승리하면서 생존하는 모습은 이런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자신을 건드린 이들을 직쏘는 원칙을 이유로 살려 보낼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여기에 <쏘우> 시리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고어 슬래셔의 힘은 여전하다. 과하게 느껴질 만큼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살인게임은 마니아층이 가장 사랑하는 요소다. 특히 스스로의 신체를 훼손해야만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자아내는 정신적인 충격은 변함이 없다. <오디션>을 연상시키는 와이어 절단 장면이나 <한니발>의 뇌 척출 장면 등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지점 역시 포인트다.

<쏘우>는 스핀오프로 추리물의 질감을 강화한 <스파이럴>을 제외하면 이번 작품까지 무려 9편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나왔다. 프랜차이즈가 인기인 할리우드 시장을 고려해도 그 강한 생명력은 괴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동안 아쉬웠던 비평의 측면, 무엇보다 고어의 자극만 강해지고 스릴러의 흥미는 잃어갔던 살인게임을 다시 살렸다는 점은 또 다른 강산이 변하는 시기까지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시리즈에 심어주었다 평할 수 있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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