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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거미] 무사히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여성들

출처: 판씨네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무서운 이유는 국가의 기능에 있다. 현대의 국가들은 그 대다수가 사적복수를 금지하고 자력구제를 좁은 범위에서 인정한다. 대신 국가가 그 처벌과 안전을 보장하고자 한다. 헌데 자금력의 유무가 국가의 기능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면 이는 꽤나 무서운 일일 것이다. ‘성스러운 거미’는 자본보다 무서운 종교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영화 ‘마진 콜’에는 돈이 세상에 평화를 가지고 왔다는 대사가 나온다. 인류의 역사는 사상과 종교로 인한 전쟁의 연속이었다. 사상과 종교는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광적인 상태로 몰아넣는다. 2001년은 이란에게 희망과 공포, 혼란이 공존했던 때이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아래에서 진보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으나 911 테러가 발생했다. 그리고 종교 살인이 벌어졌다.

2001년 검거된 ‘사이드 하네이’의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성스러운 거미’는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의 구성에 이란 사회가 지닌 종교적인 문제를 담아낸다. ‘순교자의 땅’이란 뜻을 지닌 이란 최대 종교도시 마슈하드에서는 1년 사이에 16명이 죽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대담하게도 자신의 범죄행각을 직접 언론에 제보하며 ‘거미’라는 별명을 얻는다.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는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고 직접 범죄 대상이 되기로 결정한다.

출처: 판씨네마

언론은 가십으로 소비하고, 경찰은 수사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피해자들이 몸을 파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시의성에 있다. 이 작품이 담아낸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다. 2022년 9월, 이란에서는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었다 사망한 22세 여성의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 아래 남성들 역시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여성을 향한 정부의 폭력이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라히미를 연기한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과거 연인과 애정행각이 담긴 테이프가 유출되면서 이란 내에서 심각한 박해와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그녀는 이 탄압을 피해 파리로 망명했고 이 영화를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50년간 이란 영화 속 여성들에게 몸은 없었다는 현실을 작품은 담아낸다. 국가의 폭력을 피해 도망쳐야 했던 여배우와 힘을 합쳐서 말이다.

사회의 변화는 국민에게서 비롯된다. 한 국가는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연쇄살인을 부정한 여성들을 향한 종교적 살인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를 지지하며 피해자들을 향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이 바뀌지 않으면 국가도 바뀌지 않고, 그 바뀌지 않은 국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같은 고통을 겪게 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핵심은 이 종교적인 억압이 결국 이란 국민 전체에게 피해임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출처: 판씨네마

몸을 파는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막다른 길목에 몰린 이들이다. 이런 여성은 살해해도 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남성에게 가부장적인 짐을 짊어지게 만든다. 가족 내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정을 이끄는 게 아닌, 남성이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나약한 개인들은 뭉치지 못하고 사회적인 약자에게 화살을 돌리기 마련이다. 그 화살촉이 향한 건 여성들이고, 이들은 살아서 집에 돌아갈 것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른다.

알리 압바시 감독은 ‘경계선’에 이어 다시 한 번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두 작품 사이에는 연결점이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들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경계선’은 유럽에서 소수자로 느꼈던 감정을 트롤이란 존재를 통해 판타지로 담아냈다. ‘성스러운 거미’는 살해당하는 여성들을 스릴러의 문법으로 표현했다. 이란 사회가 금기하는 나체, 섹스, 마약, 매춘을 모두 보여주며 국가가 가리고자 하는 어둠을 비춘다.

이란은 세계와의 ‘경계선’을 지니고 있다. 그 경계선 안에서 이란 여성들은 세계의 대중매체가 담아낸 여성과는 다른 자신들의 모습과 마주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란 정부의 방해로 비록 이란에서는 촬영하지 못했지만, 거울로 그 사회의 모습을 비추며 경계심을 자극한다. 종교라는 성스러움으로 포장된 거미줄에서 탈출하기를, 포식자 거미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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