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t Viewed

Categories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새벽의 어둠과 아침의 희망을 담은 넷플릭스 힐링 시리즈

우리나라의 연간 정신질환 환자 수는 4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인구 1천 명 당 정신과 의사 수는 0.08명으로 OECD 평균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배경으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어둠의 순간을 세심하고 따뜻하게 담은 휴먼 드라마다.

원작에 해당하는 동명의 웹툰은 실제 간호사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했다. 정신의학은 국내에서 유독 편견을 지니고 있다. 신체의 상처는 병원을 향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숨기고 참는 것을 미덕이라 여긴다. 때문에 정신의학과에 다니는 것 자체만으로 편견의 시선을 받게 된다. 한 글로벌 마케팅 기업이 2019년 실시한 정신질환에 대한 관용적 태도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작품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근무하게 된 간호사, 다은의 모습을 통해 왜 정신의학이라는 분야가 국내에서 낮은 인식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준다. 내과에서 근무하던 다은은 집단 내에서 문제를 겪으며 권유를 빙자한 좌천처럼 이곳으로 오게 된다. 이때의 문제로 다은은 우울증 증세를 얻게 된다. 정신의학과에서의 생활은 이 우울함을 더 체감하게 만든다. 병원 내의 유일한 화이트 칼라라는 농담을 받는 정신건강의학과이지만 의료인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가장 높은 전공이다.

환자에 의한 직접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심을 보람으로 여기는 다은은 첫날부터 도움을 주려다 뺨을 맞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다은의 호의는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런 과정과 결과가 다른 환경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우리가 몰랐던 정신질환의 모습을 알려줌과 동시에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더 치료하기 힘든 마음의 병이 무엇인지 느끼게 만든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그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아침이 올 것이란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신질환의 경우 선천적으로 타고 나거나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상황과 환경에 따른 후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입시를 앞둔 수험 스트레스나 산후우울증 등 인생의 어느 관문에서 오는 위기가 병으로 직결된다. 작품은 이 순간을 하루 중 가장 어둠이 짙은 새벽에 비유한다.

겨울이 가면 봄이 찾아오고,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새벽이 지나면 아침이 올 것이란 메시지는 이 작품의 핵심이다. 몸에 난 상처가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지면 새살로 덮여있듯 정신질환 역시 새벽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이라는 아침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선천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라면, 사람과 환경에게 입은 상처이기에 사람의 힘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보여준다.

아침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완전함, 완치의 의미와 거리가 있다. 정신질환은 어쩌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며 재발의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때문에 한 줄기의 햇빛만 있더라도 희망을 볼 수 있다는 햇살 같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더해서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과 함께 토양과 물이 있어야 하듯, 한 개인의 온전한 치유를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은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두나!>에 이어 순한맛으로 무장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OTT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만 자극이 덜해진 만큼 오락성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낭만닥터 김사부>, <외과의사 봉달희>, <골든타임> 등 성공한 의드에 클리셰처럼 등장했던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매력적인 의사 캐릭터와 사제관계를 형성하는 주인공의 케미를 볼 수 없다.

캐릭터 사이의 관계 역시 착한 사람들의 무공해 같은 이야기와 정신병을 척결이 아닌 이해의 영역으로 바라본 만큼 갈등의 지점이 약하다. 극중 다은에게 호감을 지니며 높은 관계성을 형성하는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이 부서가 다르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성 강한 고윤의 캐릭터가 다은과 엮일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사이의 앙상블에 있어 좀 더 흥미로운 설정을 통한 조미료가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락적인 부분에서 남기는 아쉬움과 달리 메시지에 있어서는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간 정신질환을 흥미 요소와 자극성을 위해 소비했던 작품들과 달리 그 발현과 고점, 치유의 가능성을 폭 넓게 다루면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힐링을 전하고자 한다. 착한 사람은 인기가 없다는 말처럼 착한 작품은 갈수록 자극이 심해지는 OTT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기분 좋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Leave Your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