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향한 대중문화의 관심이 뜨겁다. 작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퀸스 갬빗>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인생작으로 떠오르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정사각형의 체스판 위에서는 몇 수 앞을 계산한 기사들의 머리싸움이 펼쳐지고, 밖으로는 인물의 성장이 더해지면서 탄탄한 드라마를 완성한 덕이다. 한 번의 움직임으로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가 펼쳐지는 체스는 신비롭고, 지적인 호기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소재이기도 하다.
<파힘>은 체스를 소재로 실화가 가진 매력을 더한 영화다. 가족을 위해 체스 챔피언이 되어야 했던 방글라데시 천재 소년 ‘파힘 모하마드’의 실제 사연은 몰입감을 더하며,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상황이 파힘의 가족을 조여오는 부분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여기에 파함이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낯선 땅에서 꿈을 위해 도전하는 모습은 현실의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조명하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방글라데시에서 위협을 느낀 파힘(아사드 아메드)의 가족이 안전을 위해 헤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파힘과 아버지 누라(미자누르 라하만)는 살기위해 프랑스로 향한다. 감시를 피해 국경을 넘는 과정은 첩보물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를 여행으로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파힘의 표정이 대비되며 비극이 부각된다.
중반부 이후에는 난민을 위해 도움의 손을 뻗는 지역사회의 따뜻함과 파힘의 성장기가 온기를 전한다. 갈 곳 없는 파힘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은 거리두기로 각박해진 세상에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보여준다. 여기에 체스 선생님 실뱅(제라드 드빠르디유)이 타국의 소년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체스로 함께 정상을 노리는 모습엔 훈훈함과 쾌감이 있다.
<파힘>은 체스가 중심에 있지만, 체스의 전략 자체가 부각되지는 않는다. 대신, 모두가 평등한 체스판 안에서 삶의 어려움을 딛고 한 수 한 수 전진하는 천재 소년의 드라마가 잘 보이는 작품이다. <퀸스 갬빗>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체스의 매력을 보여주며, 현실 사회의 문제까지 환기한 <파힘>은 체스의 가능성을 넓히고 따뜻함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