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 #1 – 82년생 김지영
라이터를 켜라?
이 영화 봐도 좋을까? 평점 서비스 키노라이츠의 데이터와 관람객의 관람평, 그리고 키노라이츠 편집장의 시선으로 개봉작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빨강, 노랑, 초록 불로 영화 관람을 추천해드립니다.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이렇게 양극화된 반응이 쏟아진 영화가 있었나 싶다. 한 편의 영화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현하는 경우는 잦았지만, 영화 제작에 찬반으로 대립했던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1982년생 여성의 시선으로 복원한 과거와 현재는 어디서 이런 대립을 만들었을까.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이렇게 양극화된 반응이 쏟아진 영화가 있었나 싶다. 한 편의 영화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현하는 경우는 잦았지만, 영화 제작에 찬반으로 대립했던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1982년생 여성의 시선으로 복원한 과거와 현재는 어디서 이런 대립을 만들었을까.
#개봉 전 분위기
개봉 전 <82년생 김지영>은 키노라이츠 지수 87.5%를 기록하며 초록 불을 밝혔다. 영화를 관람한 키노라이터들은 ‘소설과 달리 일반화의 경향이 옅었고 그만큼 공감의 폭이 더 넓었다(김경원).’, ‘나의 이야기라서 화가 났고 우리의 이야기라서 슬펐다(선이)’, ‘시상식 시즌에 정유미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양기자)’라는 의견을 남겼다.
#관람 포인트 – 그린 라이트
제작 발표 이후 모든 게 화제였던 <82년생 김지영>은 배우에게 쏟아진 관심도 컸다.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가 되고, 드라마 <도깨비>로 정점에 있던 공유가 ‘대현’ 역을 맡았다. <부산행> 등의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드라마 <연애의 발견>과 <라이브>, 그리고 예능 <윤식당>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사랑받은 정유미가 ‘지영’을 연기했다.
공유와 정유미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영화에서 세 번째로 만났다. 덕분에 두 사람은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하며, 이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던 <82년생 김지영>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였던 공유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일상 속에서 깊은 내면 연기를 보였고,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걸 증명한다. 논란이 많았던 소설보다 영화가 공감의 폭이 넓어진 데엔 공유의 역할이 컸다.
김도영 감독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자유연기>, <낫씽> 등의 단편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은 <내 아내의 모든 것>, <완득이>, 간신> 등 다양한 배우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이는 연출에도 영향을 줬다. 김도영 감독은 카메라 앞에 섰던 경험 덕에 배우의 시선을 이해하고, 가장 편안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에 공유는 ‘한 번도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도영 감독의 연출에 고마워했다.
#관람포인트 – 레드 라이트
<82년생 김지영>은 80년대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쓴 현대사다. 당대의 여성이 겪은 많은 일과 느꼈던 감정이 한 인물에 집약되어 있다. 노동, 육아 등에서 상처받은 여성을 담는데, 이에 몇몇 관객은 영화를 성별 간의 대립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런 적대적인 관점에서 관람하는 이들에겐 <82년생 김지영>은 가까워지기 힘든 영화다.
중립적 시선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해도 시적 문제에서 볼 점들까지 미시적 문제로 풀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사회의 제도, 권력, 이념 등의 문제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성별 간의 문제로만 표현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시선의 문제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한 예로, 천만 영화였던 <국제시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쓴 근현대사였고, 그 때문에 여성의 역할이 희미하고 기능적이었다. 이런 연출에 아쉬워했다면, <82년생 김지영>도 희미하고 기능적인 남성의 역할에 아쉬워할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 – <내 깡패 같은 애인>
공유와 정유미가 함께 출연한 <도가니>를 추천할 수 있지만, <82년생 김지영>을 더 재미있게 관람하는 데엔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옆집에 사는 취준생 세진(정유미)과 깡패인 동철(박중훈)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드라마로 키노라이츠 지수 91.1%를 기록했다. 취업하기 위해 애쓰는 20대 정유미의 애잔함을 볼 수 있고, 이는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아가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내 깡패 같은 애인>과 <82년생 김지영>을 함께 관람하면 정유미의 얼굴로 여성 및 청년 세대의 삶을 두껍게 볼 기회가 있다.
#키노라이츠 예상 – 그린 라이트
한 여성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사회의 모습에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 시선으로 세상을 본 영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공감과 소통을 끌어내는 공유와 정유미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평소보다 힘을 뺀 두 사람의 연기는 가혹한 일상을 견디는 어떤 80년대 생의 모습을 대표하며, 그 일상적인 모습에 지금 우리에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지금 사회와 공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