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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용의자]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는 심리 스릴러

<열두 번째 용의자>는 한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밝히는 심리 추적극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대중에게 첫 공개되어 흥미로운 장르적, 주제적 반전의 쾌감을 선사하며 주목 받았다. ‘시인 백두환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에서 출발한 미스터리 추리 서사가 예상치 못한 인물에게 의심의 화살을 겨누며 진범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이 화제를 모았다.

유망한 시인 백두환이 남산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수사관 김기채가 사건의 단서를 수집하기 위해 ‘오리엔타르 다방’에 모인 이들을 탐문한다는 것이 영화의 골자다. 백두환의 마지막 행적과 관련된 정보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의외의 지점에서 사건은 변곡점을 맞는다. 살인 용의자들에게 살해 혐의가 아닌 북한군 부역 행위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순식간에 ‘빨갱이’로 몰리고 비뚤어진 애국심의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과연 무슨 연유에서 백두환이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지점에서 시대의 맥락을 단서 삼아 사건은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953년, 청산되지 못한 일제의 잔재와 한국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혼란한 때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는 사상범 탄압과 색깔론을 내세워 무고한 이들을 인질 삼아 득세했다. 영화는 백두환 시인이 ‘왜’ 죽어야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우리 역사가 감춰준 진범의 정체가 여전히 기득권 세력에 몸담고 있는 토착왜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열두 번째 용의자>의 핵심이다.

이처럼 <열두 번째 용의자>는 표면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고 있지만, 실상 토착왜구의 근원을 파헤친다. 스포츠투데이의 우다빈 기자는 “시대상의 역사를 아주 적나라하게 담아내면서 과거의 문제의식을 현 시대까지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며 작품이 가진 주제의식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친일 청산을 해야 하는 이유”(씨네21, 김성훈 기자),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가 가해로 둔갑하는 한국 근대사의 미스터리”(씨네21, 허남웅 평론가), “친일 청산을 재점화하는 반전”(헤럴드POP, 이미지 기자), “스릴러로 포장된 영리한 애국가”(미디어 파인, 유진모 평론가) 등 영화 속 진범의 정체가 시사하는 바는 과거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로 이어진다. 결국, 관객이 그토록 찾아 헤맨 진범이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며 현 시대의 역사를 같이 쓰고 있는 친일파의 존재라는 데서 영화는 다시 한 번 시작한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가 친일 청산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로 충격적 반전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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