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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흔들리는 세계에서 성장하는 야무진 소녀들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은 전작과 닮은 점이 많다. 뜨거운 여름의 햇살 아래 누구보다 큰 고민을 가진 소녀들, 그리고 ‘우리’라는 달콤하고 쌉쌀한 단어의 반복 등 윤가은 감독의 관심이 여전히 소녀들의 여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우리집>의 ‘우리’는 그 느낌이 꽤 다르다. 전작이 주류 집단에 속하고자 타인을 밀어내고 내 영역을 확보하고자 했던 왕따 소녀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타인을 감싸 안으며 우리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우리들>의 ‘우리’는 집단을 가르는 배제의 뉘앙스가 있었다. 영화의 첫 씬엔 ‘너 금 밟았어’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는 주인공이 넘을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아이들 간에도 넘볼 수 없는 경계가 있었다는 걸 볼 수 있던 영화다.

이와 달리 <우리집>의 ‘우리’는 너와 내가 뭉치는 협동의 뉘앙스를 지녔다. 아이들의 영토 싸움이었던 전작과 달리, <우리집>은 아이들이 협동과 연대로 공통의 미션을 향해 달려간다. 모험극, 혹은 케이퍼 무비를 귀엽게 변주한 듯했다. 영화를 향한 호불호를 떠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집>이 <우리들>보다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

흔들리는 소녀들의 세계

이번 영화 속 아이들의 고민은 ‘집’이다. <우리집>엔 다양한 집이 등장하고, 각각의 집이 줄 수 있는 행복을 고민하게 한다. 특히, 그 중심엔 주거 공간을 의미하는 ‘유형의 집’과 가족 관계를 의미하는 ‘무형의 집’이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형태의 집이 무너질 위기를 막으려는 아이의 노력이 영화에 긴장감을 준다.

이사와 이혼을 통해 무너질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우리집>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겐 거대한 세계다. 어쩌면 전부일 수도 있다. 영화는 이 세계의 균열을 아이들이 여태 경험한 적 없던 심각한 위기로 묘사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사와 이혼이란 문제의 무게를 비교하지 않은 윤가은 감독의 연출이다. 누군가의 고민이 더 심각할 수 없다는 사려 깊은 영화의 시선을 볼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

어른과 아이들 세계의 경계

<우리들>에서 어른이 아이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듯, <우리집> 역시 어른과 아이의 단절이 보인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지만, 언제나 그 시도는 아이들 주위를 맴돌다 실패한다. 두 편의 영화에서 어른이 아이들 세계의 경계를 넘는 건 무척 어렵고,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보였다. 여기서 윤가은 감독은 그 실패를 아이들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앞으로 걸어간다.

<우리집>의 세 소녀는 어른들의 문제에 그들의 방식으로 개입하고, 관객은 능동적이고 야무지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의 시점에서 어른의 세상을 볼 기회를 얻는다. 카메라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담는 어려운 일을 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를 다시 한번 연출해낸 윤가은 감독의 역량은 <우리들>에 쏟아진 찬사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이 시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

세 소녀의 연기가 모두 좋았지만, 유진을 연기한 주예림이 보여준 모습은 특별했다. 영화 내내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를 지운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종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될 정도로 인상적이다. 이번에도 윤가은 감독은 마법 같은 순간을 약속하는 멋진 영화를 관객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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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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