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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하늘의 푸르름을 알게 되는 사랑의 순간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스틸컷 / 미디어캐슬

<어바웃 타임>, <사랑의 블랙홀> 등 타임루프나 타임슬립을 다룬 로맨스 영화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누구나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이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간 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시간을 다룬 로맨스 영화는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는 지나간 시간,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랑이 돌아온 순간을 보여주는 아련하면서도 깊이를 지닌 로맨스 장르의 애니메이션이다.

아카네와 아오이 남매 사이에는 신도라는 남학생이 있다. 아카네와 연인 사이인 신노는 졸업을 앞두고 함께 도쿄로 가자고 한다. 허나 사고로 인한 부모의 죽음과 이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아오이의 모습에 아카네는 신노와 헤어진다. 13년 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오이는 도쿄에 가 밴드를 하고자 한다. 과거 신노의 밴드가 연습을 했던 장소를 다시 찾은 아오이는 그곳에서 13년 전 모습 그대로인 생령 신노를 보게 된다.

생령 신노의 등장과 함께 신노 역시 13년 만에 마을로 돌아온다. 유명 엔카 가수의 백밴드가 된 신노는 이전과 달라진 얼굴과 열정을 잃어버린 시니컬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다. 작품은 아카네-신노-아오이-생령 신노의 사각 관계를 다룬다. 이 관계는 핵심은 제목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에 있다. 이 제목은 아카네가 학교 앨범에 적은 ‘우물 안 개구리라 넓은 바다는 모르지만 하늘의 푸르름은 안다’는 글에서 비롯이 된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스틸컷 / 미디어캐슬

아카네는 바다는 모르지만 하늘의 푸르름은 안다.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아오이였기에 마을에 남기로 결정한다. 아오이는 13년 동안 사랑을 하지 않는 아카네가 힘들었을 것이라 여기지만 아카네는 하늘이란 가장 중요한 걸 택했다. 반면 신노는 하늘의 푸르름을 모르기에 넓은 바다를 택했다. 성공 후 아카네를 데려올 결심을 한 그는 자신도 사랑도 모두 잃어버린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신노가 버린 그 시절의 자신은 생령이 되어 있다.

아오이와 생령 시노는 하늘의 푸르름도, 넓은 바다도 모르는 새싹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도 세상의 모습도 모르기에 각자의 꿈과 사랑에 열중한다. 이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오이가 생령 시노를 좋아하는 모습은 그 사랑이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도쿄, 베이스, 밴드 활동 등 아오이는 시노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그대로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왜 아오이가 아카네의 삶이 불행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도쿄로 떠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다. 13년 전의 아오이는 아카네를 붙잡고자 하는 마음보다 신노와 아카네가 단 둘이 떠날 수 있다는 점에 질투와 울분 등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아오이 앞에 자신이 좋아했으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던 신노가 생령으로 나타나며 이 사각 관계는 밝고 유쾌하기 보다는 우울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지닌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스틸컷 / 미디어캐슬

제목처럼 네 명의 주인공이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시간을 통한 로맨스의 묘미를 선사한다. 아카네에게 신노는 13년을 기다려 온 사람이며, 신노에게 아카네는 13년 동안 잡고 싶었던 사랑이다. 아오이에게 생령 신노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다른 시간 속의 존재였으며, 생령 신노에게 아카네는 지금 가장 사랑하는 존재다. 오래된 사랑과 풋풋한 첫사랑, 아린 짝사랑이 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를 통해 감성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과 오카다 마리 작가의 호흡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독특한 제목을 통해 핵심적인 주제에 맞춘 캐릭터 설정을 선보인 건 물론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한 순간에 포착하는 로맨스를 설정하며 극적인 재미를 준다. 모든 인물에게 달콤하고도 씁쓸한 사랑을 안긴다는 점 역시 포인트다.

아쉬운 점은 서브 캐릭터의 활용과 대사가 지닌 감도다. 서브 캐릭터를 스토리를 위한 용도로만 활용하다 보니 그 개개인의 매력이 떨어진다. 전체적인 대사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강한 감도로 진행이 되니 서정적인 순간에도 캐릭터가 너무 정직되어 있다. 분위기와 전반적인 스토리에서 서정적인 색깔이 느껴질 뿐 대사를 통한 포인트는 효과적으로 잡아내지 못한다. 이와 별개로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여운을 뽑아내는 장인정신의 능숙함은 엄지손가락을 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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