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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 디즈니가 발견한 ‘최악의 악’,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다

디즈니+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그 시도에 비해 초반 아쉬운 성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타작가 이수연을 내세운 기대작 <그리드>가 실패를 거두었고, 박형식, 한소희, 윤계상 등 스타배우를 내세운 시리즈가 연달아 부진했다. <카지노>와 <3인칭 복수>가 웰메이드 시리즈로 평가받으며 분위기를 올렸던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무빙>을 통해 화제성 몰이에 성공했다.

2023년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는 <무빙>의 성공 이후 디즈니+는 이 흐름을 이어가고자 강력한 무기를 준비했다. 우후죽순 작품이 쏟아지는 OTT 시장에서 이미지의 측면에서 강렬함을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악>을 통해 대세 굳히기에 나선다. 이 작품은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의미하는 수컷 냄새가 진한 시리즈다. 남자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쳐 올해 가장 자극적인 장르물을 선보인다.

<최악의 악>은 그 소재만 보면 뻔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경찰이 범죄조직에 잠입하는 언더커버 장르는 홍콩 느와르의 마지막 걸작으로 불리는 <무간도>를 비롯해 <신세계>, <도니 브래스코>, <불한당>, <폭풍 속으로> 등 다수의 웰메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명작 사이에서 <최악의 악>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묘수를 보여준다. 두 개의 강한 욕망의 충돌을 통해 그 어둠의 깊이를 짙게 가져온다.

한중일을 연결하는 대규모 마약 커넥션을 형성한 강남연합 보스 기철과, 그의 조직에 잠입수사를 하게 된 시골경찰 준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을 악에 빠뜨린 원동력이 열등감이라는 점이다. 클럽 DJ였던 기철은 조직의 스카웃 제의에 동창들을 모은다. 허나 늦어지는 성공과 조직 내에서 입지를 잡지 못한 불안,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은 내면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강남 지역을 먹기 위해 반란을 저지르는 기철의 모습을 대규모 패싸움과 신체훼손, 살인 등 고자극으로 담아내며 성공을 향한 욕망이 뒤틀린 형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세계>, <헌트>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폭발적이면서 몰입감 높은 액션을 완성한다. 이 액션을 더욱 배가시키는 캐릭터가 준모다. 경찰 준모와 조폭 기철 사이의 묘한 평생이론은 열등감이란 원동력에 이어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폭력이란 코드도 연결된다.

아버지가 중독자이기에 승진에 제한을 받는 준모는 경찰집안 딸 의정과 결혼한 후 열등감에 시달린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95년은 여전히 남아있던 군부독재의 잔재와 시대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아내보다 낮은 계급에 시골을 전전하는 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기둥이 될 수 없다는 열등감에 그 내면에 악을 지니게 된다. 준모에게 언더커버 임무는 승진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기회이자 폭력을 통해 답답하게 응어리져 있던 악을 풀어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영화 <의형제>의 장민석 작가가 집필을 했다는 점에서 준모와 기철이 서로 맺어갈 믿음과 의심 사이의 우정이 기대를 모으게 만든다. 다만 제목이 의미하는 ‘최악’은 기철이라는 악과 준모의 상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 들어가게 된 의정은 이 작품의 감독이 거친 최루성 로맨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연출한 한동욱이라는 걸 상기하게 만든다.

의정의 존재는 세 사람의 관계를 최악으로 이끌며 두 남자를 더욱 악에 받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과거 기철과 인연이 있다는 점, 기철이 첫사랑 의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준모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세 사람의 만남이 언더커버 장르에서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의심의 순간은 물론 우정과 사랑의 격렬한 변화 역시 담아내며 서사의 폭발성도 가져온다.

시각과 감정 두 가지 측면에서 격렬한 고자극을 채우는 이 작품은 디즈니+가 ‘최악의 악’에서 발견한 최고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적진에 잠입한 주인공의 변화에 중점을 둔 기존 언더커버 장르와 달리 세 명의 주인공 모두를 욕망에 따라 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로 표현해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고자극이 유행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최악의 악>이 선택한 무기가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 기대된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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