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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간니발] ‘실종’ 감독이 선보이는 일본판 ‘이끼’

출처 : 디즈니+

일본판 ‘이끼’라 불리는 만화 ‘간니발’은 ‘한니발’을 연상시키는 그 제목처럼 식인을 소재로 폐쇄적인 마을에 외지인이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디즈니+는 시리즈로 실사화를 하면서 그 질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실종’을 통해 큰 주목을 받은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아 잔혹하고도 불쾌한 질감을 강조했다.

‘간니발’은 일본 드라마, 일드가 지닌 기존의 세 가지 호불호 요소를 완전히 지웠다. 한 마디로 3무(無) 일드다. 실사화 작품의 고질병인 코스프레 느낌, 리듬감을 망치는 교훈&설교조 대사, 보는 사람이 부끄러운 과장된 연기가 없다. 때문에 더 강한 몰입과 감독 특유의 불쾌한 감성이 극대화 된다.

드라마의 배경은 쿠게라는 외진 마을이다. 이곳은 고토 가문을 중심으로 결속이 강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새로 부임한 순경 다이고는 마을 사람들이 식인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시작하면서 위기에 처한다. 다이고가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면서 마을 공동체와 대립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끼’를 연상시킨다.

출처 : 디즈니+

식인은 극을 대표하는 문구인 ‘미치거나 혹은 먹히거나’의 공포를 보여준다. 식인의 풍습을 지닌 쿠게 마을은 그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 증거를 찾지 못하고 감시를 당하고 있다 여기는 다이고는 정신적으로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다. 이런 모습은 미쳐버린 전임 순경과 그가 집에 남긴 문구인 ‘도망쳐’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식인은 그 자체로 소름끼치지만,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기괴한 형태로 마을을 유지해 온 집단의 모습은 염증을 불러온다. 자신들의 뜻에 조금이라도 반감을 표하는 이들을 향한 이지메, 풍습의 유지를 위한 희생의 강요, 현대의 가치와는 동떨어진 전통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광기가 불편함을 유발한다.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탈출 스릴러를 선보일 줄 알았던 이야기는 다이고를 통해 예기치 못한 두 광기의 충돌로 극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알고 보니 폭력경찰로 좌천된 다이고는 고토 가문의 위협에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투철한 정의감이 과격한 행위로 발현되는 그는 반격을 가하며 이들의 음모를 막고자 한다.

출처 : 디즈니+

니체는 ‘선악을 넘어서’에서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심연을 오래 응시하고 있으면 심연도 당신을 응시한다고 했는데, 이 심연만큼 깊은 어둠을 지닌 괴물 같은 주인공을 통해 어둠을 어둠으로 파쇄하는 동력을 선보인다. 이 강한 기둥을 돋보이게 만드는 분위기는 가타야마 신조의 장점인 불쾌함이다.

가타야마 신조는 츠카모토 신야, 미이케 다카시, 구로사와 기요시 등 선배 감독들이 보여줬던 기괴함을 통해 불쾌함을 유발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차이라면 앞서 언급한 거장들은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지녔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그 연출이나 인물의 행위가 현실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있다.

반면 가타야마 신조는 사회의 그림자와 마주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처럼 타인을 지옥처럼 여기게 만드는 불편함을 기괴함 속에 담아낸다. 일드는 불호라는 분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 일드 ‘간니발’은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들 만큼 마니아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이다. 일본 호러 스릴러 특유의 불쾌감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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