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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그들이 타이론을 복제했다] 섬뜩한 상상력을 지닌 블랙무비의 매력

최근 미국에서는 그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문화계 소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블랙무비는 현재 미국 문화계의 주류로 자리매김 중이다. 흑인들의 역사와 사상이 담긴 블랙무비는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 <어스>를 시작으로 호러 장르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뒤 현재는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 중이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블랙무비 <그들이 타이론을 복제했다>는 SF 스릴러 장르로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다. 작품은 할렘가를 연상시키는 도시 글렌을 배경으로 한다. 마약상 폰테인, 포주 슬릭, 매춘부 요요는 그들이 평생 살아온 이 도시에서 기묘한 현상을 겪는다. 폰테인은 슬릭한테 떼인 돈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가 누군가의 총에 맞는다. 다음날 슬릭과 요요는 멀쩡한 것은 물론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 폰테인에 당황한다.

폰테인을 쏜 남자를 추적하던 세 사람은 그의 주거지로 의심되는 장소를 방문한다. 집안에 위치한 수상한 엘리베이터와 지하에 위치한 연구소, 그리고 총상이 가득한 폰테인의 시체는 세 사람에게 혼란을 안긴다. 이들은 한 가지 가능성을 언급한다. 바로 복제인간이다. 글렌의 사람들이 복제된 것이라 여겨지는 현상들에 더해 폰테인과 슬릭이 복제되었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이 SF의 상상력은 한 가지 의문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간복제에는 목적이 따른다. 그 유전자가 보전의 의미가 강하거나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 <아일랜드>의 장기매매처럼 말이다. 마약상 폰테인과 포주 슬릭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암세포와 같은 존재에 가깝게 인식된다. 때문에 인간복제를 의심하면서도 확신을 지니지 못한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건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인 닉슨이 등장하면서이다. 닉슨은 폰테인을 이용해 만든 복제인간과 함께 나타나 그가 만든 글렌의 복제인간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블랙무비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흑인 차별의 역사를 담은 요소를 현지인이 아닌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백인 캐릭터인 닉슨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뜻한다. 닉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의 과오는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흑인에게는 닉슨을 증오하는 또 다른 과오가 있으니 바로 마약과의 전쟁이다. 이름만 들어보면 국가를 청정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치안 보호를 내세웠던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 이후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거처럼 마약과의 전쟁은 목적에 따른 효과를 가져 오지 못했다. 이 정책은 흑인들이 하는 마약을 금지목록에 대다수 포함했다. 이에 비폭력적인 약물 이용자였던 흑인들은 전과자가 되었다. 이 정책 이후 전과자가 된 흑인들의 숫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치열한 인권운동 이전보다 낮은 삶의 질로 떨어지게 되었다.

폰테인과 닉슨은 그들을 복제한 이유가 할렘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임을 알게 된다. 도시의 꿈과 희망을 자신들이 막고 쓰레기통 같은 이곳을 더욱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복제인간을 사회적 대통합과 연결시킨다. 닉슨은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국가 단위에서 수많은 비용을 지불해 왔지만 소용이 없었음을 언급한다. 그리고 복제인간의 무시무시한 의미가 등장한다.

바로 소멸을 막기 위한 동화다. 현대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기온과 핵전쟁의 위협이라는 인류 전체가 소멸할 수 있는 위험에 도달했다. 작품은 개인이 경험한 소멸이 복제인간 창조로 연결되는 상황을 악마의 계약에 비유한다. 인류의 소멸을 막기 위한 동화란 선택이 결국 인간 개개인을 죽일 수 있음을 언급하며 섬뜩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를 막기 위한 세 주인공의 분투를 통해 오락적인 재미 역시 함께 자아낸다.

여기에 제목 <그들이 타이론을 복제했다>의 뜻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반전의 묘미 역시 함께 담아낸다. 최근 국내 다양성 영화계는 여성 감독들이 눈에 띄는 두각을 나타내면서 서사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벌새>를 필두로 <아워 바디>, <남매의 여름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흑인 감독들이 자신들의 문법을 창조하고 있는 블랙무비 역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선전이 기대되는 바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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