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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2021] 낙서의 용사로 돌아온 짱구

<짱구는 못말려>는 <도라에몽>과 함께 TV시리즈의 생명력과 별개로 오랜 시간 극장판이 사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두 시리즈의 공통점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생명력을 넘어 나이가 들은 관객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심어둔다는 점에 있다. <짱구는 못말려>는 유치원생이란 게 믿기지 않는 다소 엽기적인 행각의 짱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가족 코드와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성장이란 감동 코드 역시 배치한다.

이 시리즈의 28번째 극장판인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낙서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흥미를 끌 만한 코드를 배치한다. 낙서는 어린아이 일 때 발현되는 상상력과 동심이 담겨 있다. 아이들의 낙서를 에너지로 삼아 하늘 위에 떠 있는 성인 낙서왕국이 점점 에너지를 잃어가자 낙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지구를 침공한다는 설정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사회적인 현상을 담아낸다.

아이들이 낙서를 잃은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한 게임과 영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내면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세상에 나와 있는 상상력을 소비하는데 더 열정적인 아이들로 인해 낙서왕국은 붕괴 위기에 처한다. 이에 낙서왕국의 국방부 장관은 왕을 감금하는 반란을 일으키고 떡잎마을을 침공한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낙서를 하게 해 왕국을 지키고자 한다. 이에 낙서왕국의 화가는 공주의 명을 받고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미라클 크레용을 지상의 용사에게 전해주고자 한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2021’ 스틸컷 / CJ ENM

그 용사의 정체는 단연 짱구다. 유치원에서 향한 VR 체험장에서 다른 친구들이 VR에 빠져 있을 때 짱구는 바닥에 낙서를 한다. 자유분방한 짱구의 행동을 하늘 위에서 지켜본 공주는 미라클 크레용을 사용할 수 있는 용사임을 직감한다.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의 웃음코드는 짱구가 지닌 의외성에 있다. 예측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예상외의 전개를 선보인다. 그리기만 하면 뭐든 실제로 나타나는 미라클 크레용을 지닌 짱구는 무기 대신 독특한 그림을 그린다.

팬티, 가짜 이슬이 누나, 부리부리 용사 등을 그리며 위기에 빠진 떡잎마을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지니게 만드나 이 의문을 짱구만의 스타일로 풀어가는 게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외성은 기존 클리셰를 부수는 묘미를 보여준다.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이란 부제에서 짱구의 친구들(철수, 훈, 맹구, 유리)이나 짱구네 가족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전혀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4기, 16기에 이어 다시 한 번 영웅서사를 가져오면서 비장함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감정을 배제한다. 영웅이 아닌 거처럼 보이는 인물들에게 영웅의 색을 입히면서 부드러운 전개를 선보인다. 여기에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감독을 맡았던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의 파스텔톤으로 표현한 낙서왕국의 세계와 서정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통해 따뜻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이번 작품의 특징이라면 근 몇 년간 일본영화계가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어른세대의 부끄러움과 미래세대에 거는 기대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극의 후반부에서 어른들은 용사가 된 짱구에게 세상을 구해내라며 큰 부담을 짊어지게 만든다. 낙서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꿈과 미래를 의미한다. 낙서왕국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는 건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어른세대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2021’ 스틸컷 / CJ ENM

짱구가 미라클 크레용으로 그린 세 명의 용사와 짱구를 돕는 또 다른 용사 유민은 미래세대의 희망을 의미한다. 세 명의 용사에게는 공통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불의에 맞서는 따뜻한 마음과 용기가 있다. 이 마음은 짱구에게서 온 것이다. 짱구가 그리는 그림은 환상이지만 이 환상이 현실이 된 순간 미래가 열린다. 유민은 짱구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에서 이런 짱구를 뒤에서 지탱하고 도와주는 연대의 의미를 지닌다.

낙서왕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선보이지만 익숙한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한 전개와 <짱구는 못말려> 애니메이션과 6개의 극장판을 감독한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스타일과 비슷한 감성을 보여주며 익숙함을 지닌다. 여기에 액션가면, 건담로봇과 함께 짱구 유니버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리부리 용사가 핵심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하며 시리즈 마니아들의 만족감을 충족시켜줄 만한 요소들을 배치한다.

<짱구는 못말려>의 원제는 <크레용 신짱>이다. 크레용을 쥔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게 또 때로는 엉뚱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짱구(신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 극장판은 ‘낙서’란 소재를 통해 이 근원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건 물론, 예술성만을 평가기준으로 보는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에서 세 번이나 수상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답게 높은 수준의 가치를 보여주며 ‘믿고 보는 짱구 극장판’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9월 15일 개봉예정.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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