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후발주자 쿠팡플레이는 첫 오리지널 드라마부터 아주 강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영국 BBC 드라마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리메이크 하면서 주연배우로 김수현과 차승원을 캐스팅했습니다. 검증된 원작에 두 명의 톱스타를 내세우며 시작부터 기선제압을 위한 강한 한 방을 준비했습니다.
어느 날, 살인 용의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날>은 제목처럼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하루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친구들과 유흥을 위해 아버지의 택시를 몰래 타고 나간 현수는 얼떨결에 국화라는 여성을 손님으로 태우게 됩니다. 어수룩한 현수는 국화의 유혹에 넘어가고 그녀의 집에서 격렬한 시간을 보냅니다. 잠에서 깬 현수는 국화가 살해당한 현장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됩니다.
모든 증거는 정확하게 현수를 가리킵니다. 그 시간 국화의 집에 있던 건 현수고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치려 했던 것도 현수입니다. 세 번의 자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현수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국화의 살인용의자로 현수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깁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현수는 하루 만에 한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범이 되고 맙니다.
이 상황이 무서운 건 누구나 현수 같은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큰 충격은 정신을 마비시킵니다. 순간적으로 자기보호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내죠. 현수의 입장에서는 당장 이 현장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순간의 판단이 현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순간을 불러오고야 맙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 주장하는 현수의 모습은 그 애절함으로 깊은 몰입을 선사합니다.
출연만 하면 무조건 히트, 김수현의 드라마 매직 김수현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큰 인기를 끌은 건 물론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겸비한 배우로 불립니다. 김수현의 전성기는 2011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드림 하이>에서 순박한 시골 청년 송삼동으로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은 뒤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스타덤에 오릅니다. 이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영화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연달아 흥행하며 동 나이 대 독보적인 배우로 올라섭니다. 영화 <리얼>로 인해 군입대 전 흑역사를 썼으나 제대 후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다시 한 번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피고인의 시점으로 바라본 사법제도
이 작품은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시점을 보여줍니다.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작품들은 보통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그들의 시점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쓴 피고인이 무죄를 증명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하게 만듭니다. 피고인이 주인공인 경우 본인이 직접 억울함을 풀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주력합니다. 후자의 대표작으로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도망자>를 들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은 피고인 김현수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 해결은 변호사 신중한에게 온전히 맡기는 구성을 취합니다. 이 구성은 피고인의 시점에서 사법제도를 바라보게 만듭니다. 경찰과 검찰은 피고를 유죄라 생각하기에 이에 맞는 증거에 집중합니다. 피고인이 본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헌데 변호사를 고용하는 거 자체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신중한 변호사는 현수의 부모에게 최저 금액으로 5천만 원을 비용으로 제시합니다. 아들의 인생이 걸렸다고 하지만 현수의 집안 입장에서는 마련하기 힘든 금액입니다. 여기에 현수는 경찰과 검찰에 의해 이용당합니다. 경찰은 자수하지 않는 현수에게 괘씸죄를 뭅니다. 기자들 앞에 명품 옷을 입혀 서게 한 겁니다. 대중의 분노를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죠. 검찰은 여기에 한 술 더 뜹니다.
구속이 결정된 현수의 신상을 공개한 겁니다. 판결을 받지 않은 피고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영화 <배심원들>에는 판결에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100명의 범인을 잡지 못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법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죠. 헌데 판결 전 신상공개는 이에 어긋납니다.
이전 유죄추정의 원칙은 교도소에서 현수가 고통을 겪는 원인이 됩니다. 현수가 흉악범이라는 걸 알게 된 수감자들은 가혹행위를 가합니다. 피고인의 시점으로 그 과정을 바라보기에 서서히 무너져 가는 한 개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상당합니다. 만약 누군가 이런 완벽한 누명을 내게 씌운다면 과연 무죄를 밝혀낼 때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코믹연기의 달인? 신중한 연기도 일품인 차승원 대한민국 코미디 영화의 계보에서 빠질 수 없는 배우가 차승원입니다. 2000년대 초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의 코미디영화가 연속 대박을 치며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등극합니다. <무한도전>, <삼시세끼-어촌편> 등을 통해 뛰어난 예능감을 보여준 차승원이기에 코믹연기에 특화된 배우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리베라 메>에서 대중에게 자신이 뛰어난 연기력의 소유자라는 걸 인식시킨 차승원은 이후 <혈의 누>, <국경의 남쪽>, <아들> 등의 작품을 통해 코미디에서만 인상적인 배우가 아님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어느 날>에서 차승원은 속물근성이 있지만 현수를 믿고 무죄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신중한 변호사 역을 맡아 코믹 속에 신중함을 담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판권 구매에만 100억, 쿠팡플레이 야심 통할까
<어느 날>은 12월 5일 기준 키노라이츠 OTT 인기순위에서 전체 11위를 차지했습니다. 쿠팡플레이의 인지도와 화제성을 생각했을 때 높은 순위로 볼 수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온라인 쇼핑몰 매장에서 성공했던 비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바로 막대한 자본의 투자입니다.
판권 구매에만 100억, 제작비 200억을 투자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tvN 인기예능 <SNL 코리아>를 원년 크루 모두 데려오며 자체 OTT로 공개한 데에 이어 다시 한 번 화제와 작품성이 보장된 시리즈를 가져오며 투자한 만큼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의 야심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은 순항과 함께 쿠팡플레이로 구독자 유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기준 넷플릭스 <지옥>을 제치고 ‘지금 가장 많이 찾는 웹드라마’ 1위를 차지했을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타 OTT에 비해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플레이가 <어느 날>을 통해 국내 OTT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