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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언프레임드] 감독이 된 네 배우, 입봉작 어땠나? (feat. 미리보기)

<언프레임드>는 최희서, 박정민, 손석구, 이제훈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네 편의 단편을 모은 영화입니다. 옴니버스 영화가 한 주제로 연관성 있게 연출하는 것과 달리 각각 각본과 연출을 따로 했지만, '규정되어 있지 않은'이란 이름을 유지하는데 큰 위화감이 없도록 연결되어 있는데요. '언프레임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각자의 성향과 배우 출신 감독이란 공통점으로 묶인 숏필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기에서 연출로 전향하는 배우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고무적인 기획이고 작품도 수준 있습니다.

지난 12월 6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허심탄회한 네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요. 작품 소개와 배우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네 감독 모두 연기를 하다 직접 연출을 해보니. 배우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캐스팅 수락 답변을 기다리는 긴장감이 달랐다며 “감독은 위대하다”라는 존경을 한목소리로 떼창 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12월 8일 왓챠에서 공개되지만 스크린에서 보는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봤던 경험을 되살려 4인 4색 작품을 아주 개인적인 취향을 녹여 소개할까 합니다.

<반장선거>는 박정민 감독이 직접 초등학생 배우를 모아 오디션으로 발탁해 만들었습니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반장선거’라는 익숙한 소재로 이른바 ‘초딩 누아르’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아르 장르란 암흑가를 다룬 범죄와 파멸을 다룬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말하는데요. 박정민 감독은 이를 비틀어 절묘한 웃음을 안깁니다. 작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서늘하고 구린내 나는 분위기가 ‘요즘 애들은 다르다’라는 놀라움을 부추깁니다. 여담으로 주요 배우의 이름은 실제 박정민 배우의 친구 이름을 썼고, 캐릭터에 반영한 부분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순수하고 귀여운 초등학교 교실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암투가 마미손의 힙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유년 시절 반장선거의 무서웠던 기억을 더듬어 2, 3년 전 초고를 쓴 시나리오의 발전이라 할 수 있죠. 실제 박정민 감독은 평범하고 조용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친구가 당선되기 위해 소리 지르고 자기 일처럼 진심인 모습이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어릴 뿐이지 누구 위에 서고 싶고 이기고 싶은 본능은 똑같다는 생각, 그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변산>에서 못다 한 래퍼의 꿈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요. 네 영화 중 가장 힙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아이들과 어떤 교감을 했을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에세이 《쓸만한 인간》의 필력, 현재는 폐점했지만 직접 운영했던 책방 ‘책과 밤낮’의 경력까지 더해져 팔방미인 면모를 마음껏 발휘한 박정민다운 작품입니다.

<반디>는 말 더듬는 딸을 혼자 키우는 엄마에게 이입해 취향이 잘 맞는 영화였습니다. 아빠와 반딧불이는 이제 사라져버린 것, 옛날에 있었던 사람이 되어버린 환상, 추억 같은 소중한 무엇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영화의 주제인 ‘기억해 준다면, 기억한다면 함께’라는 연결된 메시지가 전세대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거라 예상합니다.

‘죽음’을 아이의 시각에서 품을 수 있는 눈높이를 연구한 감독의 역량이 느껴지는 연출이 특별합니다. 박소이 배우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요? 아역 배우지만 벌써 미래가 궁금해지는 연기를 펼칩니다. 말 더듬는 연기까지 해내 큰 눈망울과 보듬어 주고 싶은 보호 본능을 일으키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박소이 배우와 또 다시 모녀 관계로 나오는 최희서 감독. 언젠가 또 엄마랑 딸로 만나고 싶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제작보고회 당시 최희서 감독은 3년 전 쓰다만,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인 싱글맘 소재를 꺼내 발전했습니다.

실제 집 뒷산이 있었고 박소이 배우에게 영감받아 수정한 시나리오입니다. 박소이 배우가 성인이 돼서 예쁜 유년 시절 모습이 담긴 선물 같은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친분을 넘어선 믿음이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캐릭터의 이입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네 작품 중 유일하게 연기까지 병행했기에 어려움이 컸을 텐데 최희서 감독은 완벽하게 해냈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재방송>은 자기보다 먼저 간 딸을 그리워하는 이모와 그리고 엑스트라를 전전하는 무명 배우인 조카 수인이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로드무비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참석이 껄끄러운 결혼식장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나름 스펙터클합니다. 두 사람이 티키타카 투닥거리는 애정이 스크린 밖까지 전해지는 따스한 이야기라고도 소개하고 싶어요.

본인부터 리얼한 연기를 추구한다고 밝힌 만큼, 이모와 조카 사이로 나오는 두 배우의 케미와 자연스러움이 두드러집니다. 개인적으로 평소 변중희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해서 더 애정이 갔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개인적으로 네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 우리 이모 같기도 하고, 아는 어르신 같아 정감 갔던 것 같습니다. 병의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이모를 배우가 아닌 실제 아픈 사람처럼 연기한 변중희 배우. 여담으로 무명배우를 연기한 수인 임성재 배우는 어쩌면 과거 손석구 배우의 페르소나일지 모른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손석구 감독은 예전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해 틈나는 대로 쓴 습작을 연출했습니다. 30대 초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했을 때 운명처럼 결혼식장에서 소외된 느낌으로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영감받았다고 말했는데요. 제작 보고회에서 손석구 배우는 수인의 엄마는 실제 우리 엄마를 그대로 갈아 넣었다고 해 웃음을 안겼습니다. 손석구 감독의 연기 중 절제되어 있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만 봐와서인지, 숨겨왔던 코믹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연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근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의 너드 연기 또한 색다른 분위기라 함께 보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블루 해피니스>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취준생의 꿈과 사랑, 요즘 MZ 세대의 화두인 주식, 코인을 소재로 녹여 냈습니다. 현재 젊은이들이 어떤 것에 가장 열광하는지 파고들었다고 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현실적이고 씁쓸한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죠.

마냥 꿈을 좇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취업 준비 중인 찬영. 오늘도 면접 탈락 연락을 받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여유를 부릴 수 없습니다. 바로 운전 아르바이트도 해야 해 바쁘니까요. 그러던 중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낸 동창을 우연히 만나며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과연 동창은 귀인일까요? 찬영의 삶은 무척 흔들립니다.

영화는 이제훈 감독의 인맥이 크게 작용한 영화입니다. 정해인 배우를 떠올리며 썼다는 시나리오 답게 성실한 청년의 불안함과 우울을 찰떡같이 소화했습니다. 여담으로 정해인 배우는 이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고 해 두 사람의 친분과 영화적 교감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는데요.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캐릭터를 맡은 이동휘 배우는 마치 여의도 증권가의 큰손처럼 연기해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실제 이동휘 배우는 주식을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해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직업의식까지 전달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훈 감독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하드컷’이라는 제작사를 통해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중 배우들이 만든 단편 영화 연출을 추진해 수장이자 기획력까지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배우의 입장에서 감독의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을 실현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네 배우의 다채로운 색깔로 골라볼 수 있는 <언프레임드>는 12월 8일 오후 5시 왓챠를 통해 스트리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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