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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MCU를 보려면 디즈니+에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이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페이즈1에서 주요 영웅들을 소개하는 빌드업을 선보였다.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무비를 냈으며 이들이 뭉친 <어벤져스>로 고점을 찍었다. 이때 등장한 영화는 총 6편이다. 그리고 페이스4에 이른 현재, 이들이 선보일(또는 선보인) 영화는 10편, 드라마는 12편, 애니메이션은 4편이다.

이들 세계관의 확장은 MCU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즐기기 위해 극장을 향했던 슈퍼히어로 영화가 이제는 공부를 해야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Loki (Tom Hiddleston) in Marvel Studios’ LOKI exclusively on Disney+.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0. All Rights Reserved.

디즈니 플러스와 마블 드라마의 등장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했다. 디즈니와 픽사의 클래식 애니메이션과 MCU와 함께 기대를 모았던 것이 있다. 바로 마블 드라마다.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시즌1)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가 되면서 국내 MCU 팬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디즈니 플러스의 첫 작품으로 택한 <로키>는 과연 앞으로 극장에 가서 MCU를 볼 수 있을까 우려를 가져오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어벤져스>의 2012년 뉴욕 전투 직후 아스가르드로 연행되던 로키가 테서랙트를 들고 탈출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때 로키는 TVA라는 집단에게 붙잡혀 연행되는데 이들은 성스러운 시간대를 관리하며 예정으로부터 벗어난 다른 평행 시간대가 생기면 소멸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 TVA의 등장은 여러 시간선이 공존하는 멀티버스의 소재가 마블에 정착될 것임을 알리는 열쇠다.

마블페이즈4의 핵심열쇠는 이 멀티버스다. 페이즈1~3이 ‘어벤져스’를 중점으로 한 인피니티 사가였다면 페이스4는 멀티버스를 활용해 더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키>의 멀티버스는 공개예정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와 <앤트맨과 와스프: 퀀터매니아>에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로키>는 향후 MCU를 극장에서 관람할 때 필수관람을 요구하는 작품이며,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디즈니 플러스를 이용해야 한다. 디즈니는 영리하게도 MCU의 세계관을 드라마를 통해 확장시키며 자사 OTT로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마블의 열혈한 마니아층에게 이 시도는 열광을 이끌어내는 선택일 것이다. 허나 슈퍼히어로 무비를 오락으로 즐기는 이들에게 이런 마블의 확장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얼마나 긴 요약본을 찾아봐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힐 정도다.

이런 우려를 먼저 생각하게 된 이유는 매년 찾아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슈퍼히어로 무비로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L-R): Boastful Loki (DeObia Oparei), Kid Loki (Jack Veal), Alligator Loki and Classic Loki (Richard E. Grant) in Marvel Studios’ LOKI, exclusively on Disney+.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주류가 되어버린 슈퍼히어로 무비

MCU는 매년 개봉을 앞두고 큰 화제를 모은다. 그만큼 전 세계 관객들이 열광하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이 세계관은 유기성을 지닌다. 초기 <어벤져스>는 각 슈퍼히어로의 솔로무비를 관람하지 않아도 오락성을 즐길 수 있었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르러서는 요약본을 보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할리우드 상업영화 시장은 성공이 보장된 콘텐츠라면 뼈가 완전히 녹아버릴 때까지 사골을 끓여먹는다. <터미네이터>와 <쥬라기 공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MCU는 전 세계적인 메가히트가 보장된 콘텐츠다. 때문에 자본이 이들에게 몰린다.

그러다 보니 시리즈를 통한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블록버스터는 투자를 받기 힘들어지고 슈퍼히어로에 의존하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괴수 전설 고질라가 부활하고 피카츄가 명탐정이 되는 등 히트 콘텐츠의 변형이 아니라면 도전을 꺼려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히어로 무비는 극장가 대형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되는 경향이다. 흐름이 이렇다 보니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는 선택보다는 필수의 느낌이 강하다. <로키>를 보지 않으면 앞으로 등장할 메타버스를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미리 코믹스를 통해 마블을 공부하지 않으면 <이터널스>의 쿠키영상을 봐도 이해할 수 없다는 공포와 같다.

가볍게 머리를 식히는 오락영화의 성향이 강했던 히어로 무비가 방대한 세계관을 통해 점점 더 마니아틱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재미의 영역을 넘어서 이해의 영역까지 접어들었으니 말이다. 인물의 단계에서만 머문다면 모를까 개념의 영역까지 드라마를 통해 담아내니 앞으로 극장을 향할 때 공부는 필수가 되어버렸다.

Loki (Tom Hiddleston) in Marvel Studios’ LOKI, exclusively on Disney+. Photo courtesy of Marvel Studios. ©Marvel Studios 2021. All Rights Reserved.

<로키>가 보여준 희망과 욕심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로키>는 앞으로 펼쳐질 마블페이즈4의 세계관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보여준다. 메타버스라는 다소 복잡한 개념을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는 물론 드라마 보다는 영화의 느낌이 강하게 들 만큼 한 편마다 완성도가 높다.

영화와 드라마 사이의 유기적인 흐름이 완성된다면 마블은 자사 코믹스의 실사 영상화에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핵심적인 개념은 드라마를 통해 풀어내고, 오락성의 포인트는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서 풀어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로키>는 이런 시스템의 측면에서 굉장한 성과와 희망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시스템이 정착한다면 이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반감과 염증이 더 심해질 것이라 본다.

만약 <이터널스>가 10명의 영웅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런닝타임 내에서 따로 할애하지 않고 드라마 <이터널스>를 통해 먼저 소개한다면 <이터널스>는 그 한 편으로 온전한 재미를 주기 힘들 것이다.

이는 유기적인 시리즈물의 측면에서는 높은 성과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높은 피로도를 유발하는 전략이다. OTT를 통해 마블의 거대한 성은 그 터를 잡았지만 성곽을 뚫고 나갈 만큼 빠르게 비대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디즈니 플러스를 보면 앞서 언급한 과유불급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특별하게 여겨졌던 슈퍼히어로 무비가 더 빠르게 소비가 되고 더 마니아틱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로키>는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든 위치만은 확실한 마블페이스4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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