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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클라리스] ‘양들의 침묵’ 그 후 1년, 여전히 우물에 갇힌 클라리스의 이야기

‘클라리스’ 스틸컷 / 왓챠

1991년 개봉한 영화 <양들의 침묵>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5개 부문 수상 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범죄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토머스해리스의 ‘한니발 렉터 4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의 대성공 이후 시리즈는 영상화에 탄력을 받게 된다. 이후 관련영화로 <한니발>과 <레드드래곤>이 등장했으며, 매즈 미켈슨이 한니발 렉터 박사로 출연한 미드 <한니발>이 제작되었다.

올해 미국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클라리스>는 정신과 의사이자 식인을 즐기는 한니발 렉터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했던 클라리스 스탈링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이 미드는 FBI 연수원 신분으로 버팔로 빌 살인사건을 해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클라리스의 1년 후 이야기를 다룬다. 10년 후의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 <한니발>에서 상층부의 눈엣가시 취급을 받았던 클라리스니 1년 후의 상황은 어떤지 예측이 될 것이다.

버팔로 빌 사건으로 클라리스는 유명인이 되었으나 본인은 여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우물과 나방은 물론 인간의 가죽으로 미싱을 돌리는 모습, 자신이 쏜 총에 눈앞에서 죽어가는 버팔로빌의 모습이 클라리스에게는 환영처럼 다가온다. 때문에 지난 1년 간 행동과학부 안에서만 머무는 그녀를 조직은 의심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한다.

그런 클라리스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건 그녀가 버팔로 빌로부터 구해낸 캐서린의 어머니 루스이다. 테네시 주 상원의원에서 법무부 장관이 된 루스는 클라리스를 워싱턴으로 불러내 연쇄살인사건을 맡긴다. 당연히 주변 동료들은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새로운 팀장인 폴 크렌들러는 대놓고 클라리스를 신뢰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반감을 표한다. 해병대 저격수 출신 토마스 만이 클라리스를 믿어주고 두 사람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분투한다.

‘클라리스’ 스틸컷 / 왓챠

작품의 이야기 골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그 규모를 알 수 없는 배후를 지닌 연쇄살인사건이다. 세 명의 여성이 연달아 살해당한 사건을 조사하던 클라리스는 이들이 모두 장애가 있는 아이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편두통과 관련된 임상실험에 참가했음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폭로하려던 기자를 죽이려 한 범인을 잡은 클라리스지만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더 커진다.

범인은 자신의 안전을 바탕으로 한 형량거래를 요구하며 그 배후가 엄청나다는 걸 암시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심문 중 범인이 살해당하면서 폴의 팀 자체가 해산될 위기에 처한다. 이에 클라리스는 어떻게든 사건을 풀기 위해 팀원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주는 범죄 추리극의 장르적 매력이 재미를 준다. 행동과학이란 클라리스의 전공은 범인의 행동을 파악하는 추리 방법으로 흥미를 더한다.

두 번째는 클라리스의 내면이다. 크렌들러는 과할 정도로 클라리스를 수사에서 배제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이 모습이 클라리스를 향한 질투와 시기처럼 보이나 정신적인 혼란을 겪는 클라리스의 모습에서 배려임을 느끼게 만든다. 클라리스는 FBI에서 정식으로 임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끔찍한 경험을 했다. FBI 행동과학부의 과장인 잭은 가장 유능하다 생각하는 인물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했으나 개인에게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클라리스의 환영 속에는 우물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클라리스가 여전히 버팔로 빌의 우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크렌들러는 클라리스가 한니발 렉터와의 만남에서 어린 시절의 고통이 모두 들춰지는 아픔을 겪었고, 버팔로 빌 사건 당시에도 혼자서 오랜 시간 공포에 노출되었음을 언급한다. 그는 잭이 뛰어난 능력의 상사인 건 맞으나 부하직원을 향한 배려가 없었음을 꼬집는다.

‘클라리스’ 스틸컷 / 왓챠

세 번째는 살아남은 캐서린의 모습이다. 캐서린은 살해를 당할 뻔한 피해자이자 생존자이다. 그녀 역시 버팔로 빌의 공포를 눈앞에서 목격했으나 생존자라는 이유로 피해자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작품은 1년 동안 클라리스가캐서린의 연락을 무시한 것으로 나온다. 클라리스에게는 캐서린이 그때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존재일 것이다. 반대로 캐서린에게는 자신을 구해준 클라리스가 유일한 소통창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루스가 무리해서 클라리스를 현장으로 부른 이유에는 캐서린도 포함된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자신의 딸을 위해 클라리스가 연락을 받게 유도한 것이다. 이 캐서린의 존재는 작품의 변수로 작용한다. 살인사건이 표면적인, 클라리스의 내면이 이면적인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캐서린은 언제 어디서 이야기에 개입해 흐름을 바꿔놓을지 알 수 없는 존재다. 때문에 캐서린이 등장할 때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유발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한니발 시리즈’의 변주를 시도한다는 점에 있다. 클라리스의 내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한니발 렉터 박사다. 헌데 이 작품은 한니발 대신 버팔로빌을트라우마의 대상으로 설정하며 색다른 심리 드라마를 쓴다. 한니발과 클라리스 사이의 관계가 아닌 클라리스 그 자체만을 온전히 조명하며 그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를 위해 사건을 흥미롭게 설정하며 한니발 없이도 몰입감을 느끼게 만든다.

미드<한니발>이 남성 중심의 서사였다면 <클라리스>는 여성 중심의 서사로 새로운 스핀오프를 형성한다. 최근 컨텐츠 트렌드로 여성 서사를 중점에 둔 이야기, 기존 시리즈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바꾸는 이야기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클라리스는 물론 캐서린이라는 생존자라는 이유로 온전한 위로와 위안을 얻지 못한 이들의 내면을 보여주며 세계관의 저변을 확대한다.

캐릭터의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폴 크렌들러는 영화 <한니발>에서 클라리스의 상관이자 부패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도 클라리스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헌데 그 이면에 클라리스를 향한 진심을 품고 있는 거처럼도 보이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클라리스의 절친한 친구 아델리아의 캐릭터 역시 변화를 보여주는데, 작품에 흑인 인권 문제가 들어가며 우정만을 강조했던 영화와는 다른 관계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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