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는 남과 북이 통일을 고려할 때 위험이 될 수 있는 요소지만 관계를 위해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 소재를 다룬다. 바로 북한의 인권문제다.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는 올해 초 북한인권이 지난 6년 동안 더 악화되었음을 지적했다. 북한의 인권실태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것이 정치범 수용소이다.
<리멤버 미>는 탈북자 4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일교포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은 자신의 핏줄과 관련된 아픈 역사가 있다. 바로 재일교포 북송문제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일본에 있는 재일교포들은 일본정부와 북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등의 협조에 조선적이나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북한으로 보내는 사업을 진행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주도한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과 기간시설망 확충을 위해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의 재일교포 거주지에 막대한 홍보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93340명이 북한으로 건너갔다. 허나 이들은 순혈주의를 강조한 북한에 의해 제3계급으로 취급을 받았고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북한 인권문제를 이야기한다.
캐나다에서 한 남자가 북한 인권의 실태를 이야기하는 강연 장면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소년 요한의 아버지는 당시 재일교포 북송으로 가족과 함께 북한을 향했다. 북한에서 심각한 인권문제를 겪은 요한의 아버지와 그 동료들은 이 사실을 국제사회에 폭로하고자 한다. 이에 북한은 요한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을 붙잡아 정치범 수용소로 데려간다. 북한은 과거의 왕조국가처럼 연좌제가 적용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열악한 환경과 극심한 고문으로 악명이 높다. 가혹한 노동과 적은 배급량, 무차별로 가해지는 폭력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지점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의 영역이다. 그간 서양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담고자 노력했지만 철저한 통제 속에 원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태양 아래>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다큐멘터리지만 감독 비탈리 만스키는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8살 소녀 진미의 모습을 통해 통제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감독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 통제의 실상을 끄집어내고자 하지만 촬영 때마다 등장하는 경호원들과 행복마저 연기해야 하는 진미와 그 가족들에 의해 실패한다. 애니메이션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장르이기에 이를 활용해 소재를 극대화한다.
위성사진으로 찍은 수용소 사진과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가미한 장면 하나하나는 처참한 북한의 인권실태를 재연한다. 영화는 특정한 시대를 다루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문제를 보여주고자 한다. 북한은 빈곤 속에서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부각되는 모습이 바로 이중성이다.
체제를 이유로 인민들에게는 가혹한 통제와 처벌을 가하는 반면, 수용소의 군부는 삐라로 넘어온 남한의 드라마나 음악방송 같은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군부는 지배층을 형성하고 인민은 피지배계층이 되어버린 현실을 조명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요한은 점점 잔혹하게 변해간다. 남을 밀고하고 괴롭히는 게 자신과 가족이 사는 방법이라 여긴다. 그럼에도 인간됨을 지키고 배려와 공생을 택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모습은 갈등과 주제를 표현한다.
어둠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이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변화의 가능성을 말한다. 요한이 수용소에서 겪는 아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에서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 주로 오락적인 측면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어둠이라 할 수 있는 인권문제를 다룬 <리멤버 미>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북한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의 힘이 상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