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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10년대 ‘금융권’ 범죄 영화 다섯 편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 스캔들을 다룬 <블랙머니>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적인 통로가 아닌,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돈을 뜻하는 ‘블랙 머니’라는 용어에서 예상할 수 있듯 돈을 소재로 한 범죄 영화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일명 론스타 먹튀 사건이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론스타 먹튀 사건: 70조 가치가 있던 거대 은행을 단돈 1조 7천억 원에 매각한 사건)

금융 범죄를 다룬 영화엔 평생 구경하기도 힘들 정도의 돈이 순식간에 거래된다. 관객은 어마어마한 돈을 보는 재미와 엄청난 액수의 돈이 오가는 쫄깃한 순간을 목격하며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돈의 욕망에 취한 인물의 럭셔리한 삶을 엿보며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다. 이런 관음증의 욕망을 넘어, 금융 관련 영화엔 경제 시스템의 부조리를 비추는 날카로운 면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금융 관련 영화가 있었을까? <블랙 머니>의 개봉을 맞아 키노라이츠에서는 2010년대 개봉했던 금융 관련 영화 다섯 편을 꼽았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키노라이츠 지수 96.7%

*마진 콜: 선물계약 기간 중 선물 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증거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
*선물: 장래의 일정한 시기에 현품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하는 종목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 콜>)은 2008년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미국의 금융 위기이자, 전 세계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하루 전의 시간을 중심에 둔다. 제목부터 낯선 경제 용어라 진입 장벽이 높을 것 같은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금융권 이야기를 일반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고,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진 콜>엔 경제 위기를 미리 알고 있던 인물들이 있고, 이들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추악한 면을 드러낸다. 케빈 스페이시, 데미 무어, 제레미 아이언스, 재커리 퀸토 등의 배우들이 태풍 전야의 고요함 속에 요동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차분하고 차가운 연출이 인상적인 영화로 키노라이츠 지수는 96.7%를 기록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키노라이츠 지수 94.0%

2010년대 금융권 영화 중 가장 코믹한 작품이다. 최근 마블 영화와 관련된 논쟁으로 이슈가 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했다.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셔터 아일랜드> 등 어두운 범죄물과 스릴러로 유명한 마틴 스콜세지의 익살과 유머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58만 명이 관람했고, 키노라이츠 지수는 94%를 기록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1990년대 초에 월 스트리트에서 가장 성공한 증권인으로, 15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던 ‘조단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인 실화를 바탕의 영화다. 엄청난 성공에 취했던 그는 마약과 섹스 등에 중독되고 불법을 저지르다 구속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다행히 지금은 타인의 성공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망가진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당시엔 오스카 트로피가 없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최초 수상이 유력하다는 예상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남우주연상은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매튜 맥커너히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수상했다) ‘도니’ 역을 맡은 조니 힐 역시 약에 취한 연기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으며, 과감한 노출이 화제가 되었다. 마고 로비도 조던 벨 포트의 부인 ‘나오미’로 출연했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는 올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함께 출연했다.

<빅쇼트>
키노라이츠 지수 94.4%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묻는 문제가 유행했던 때가 있다. 학교 시험, 예능, 퀴즈쇼, 심지어 기업의 입사시험에서도 이 용어를 물었다. 그 정도로 화제였고 복잡했던 이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놓은 영화가 <빅쇼트>다. 낮은 신용 등급자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뜻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현대 경제 위기의 시발점이었고, <빅쇼트>는 이를 독특한 형식으로 깊이 있게 풀어낸다.

극영화와 실제 뉴스 영상 등을 섞어 독특한 형식의 작품을 내놓은 아담 맥케이 감독은 경제 영화를 쉽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심지어 영화 중간중간엔 카메오가 등장해 어려운 경제 용어를 재미있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카메오로 앞에 이야기한 ‘마고 로비’도 등장한다) 이 재치 있는 연출에 관객은 즐거워했고, 덕분에 키노라이츠 지수도 94.4%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마진 콜>이 개인의 욕망을 조명했다면, <빅 쇼트>는 다수의 욕망이 만든 괴물 같은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조명한다. 동시에 괴물 같은 출연진을 자랑한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가 등장해 극을 풍성하게 했다.

<국가부도의 날>
키노라이츠 지수 77.6%

한국 최악의 금융 위기였던 ‘IMF’ 사태를 밀도 있게 그린 영화다. 국가 부도의 순간을 앞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금융맨, 중소기업 사장의 시점을 교차하며, 당시의 급변하는 상황을 다면적으로 다뤘다.

위기를 막으려는 인물, 위기를 이용하려는 인물, 그리고 위기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인물을 교차하며 당시 국가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국가의 디폴트(파산)가 국민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말하며, 지금의 우리에게 위로와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냉철한 판단력과 카리스마 있는 여성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김혜수, 국가 부도를 방관하며 얄미운 모습을 보여준 조우진은 <국가부도의 날>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375만 명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키노라이츠 지수는 77%를 기록했다.

<돈>
키노라이츠 지수 52.6%

클릭 한 번에 몇십억이 오고 간다. 그리고 쉽게 돈을 챙긴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돈>은 여의도 증권가의 풍경을 담아낸 금융 범죄 스릴러다. 돈에 따라 달라지는 갑을 관계를 사실적이며 흥미롭게 표현했다. 특히, 사회 초년생으로 시작해 거액의 비밀 계좌까지 갖게 되는 조일현(류준열)에게 이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돈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관계와 상류층으로 올라가면서 달라지는 환경 및 이미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주식의 짜릿함과 서늘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계획적 투자로 주가를 흔들고 여기서 이익을 얻는 설정에서는 케이퍼 무비의 색채도 있다. 그리고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국가 위기를 방관했던 조우진이 <돈>에서는 금융감독원으로 정의를 외치는데, 금융감독원과 조일현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이 긴장감 있게 묘사된 작품이다. 덕분에 <돈>은 338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아쉽게도 키노라이츠 지수는 52.6%로 노란불을 밝혔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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