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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 너무 많은 짐을 졌던 DC의 가장 ‘다이애나’

지난 10년, 마블과 DC는 ‘유니버스’를 구축해 스크린에서 맞붙어 왔다. 모두가 알 듯, 마블은 이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왔고, 영화사에 ‘마블의 시대’를 새길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마블이 DC를 압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히어로’에서 ‘히로인’ 체제 재편하면서 DC는 <원더 우먼>을 전방에 세웠고, 마블은 <캡틴 마블>을 1번 주자로 꺼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로튼 토마토에서 93% V 79%, 키노라이츠에서는 88% V 73%로 <원더 우먼>은 판전승을 거뒀고, 그렇게 그녀는 DC의 희망이 되었다.

굳이 마블과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원더 우먼>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이후 가장 인상적인 DC의 캐릭터였다. 덕분에 후속편인 <원더우먼 1984>는 여러 면에서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바이러스 탓에 뒤늦게 공개된 영화는 15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원더 우먼>과 <저스티스 리그> 사이의 공백과 ‘다이애나’(갤 가돗)의 성장을 담았고, 스펙터클한 영상과 음악으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짐을 가지고 있던 탓에 무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기대한 액션은 훌륭하다. (다만, 짧을 뿐) 올림픽을 연상케 하는 초반부의 액션 장면과 1984년에 적응한 원더 우먼의 쇼핑몰 액션 씬엔 분명 짜릿함이 있다. 부감과 앙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물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지형의 높낮이를 잘 담은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여기에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깔리면 모처럼 영화관을 찾아온 걸 실감하게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아이맥스’ 관람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무척 짧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이 전반부의 액션 이후 <원더우먼 1984>는 다이애나의 심리와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로 선회한다. 그리고 이 항로에서 시간을 굉장히 지체한다는 인상을 준다. 옳은 것을 추구하는 다이애나의 서사에 도덕 교과서에서 볼 법한 윤리적인 문답이 잦아 중반부 이후엔 늘어진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이 윤리성을 갈등을 해결하는 키로 사용해 긴장감을 증발시켜버렸다는 점은 더 아쉽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의 서사에 모두 신경을 쓰다 보니 이야기의 속도감이 떨어졌고, 코믹스 히어로 영화에 기대한 볼거리는 아쉬운 편이다.

<원더우먼 1984>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영웅 ‘원더 우먼’ 보다는 인간 ‘다이애나’에 방점이 찍힌 영화로 기대하는 지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다. DC의 올드팬이라면 마지막 쿠키가 깜짝 선물이 될 테니 끝까지 보고 나올 것을 권장한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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