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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불균질한 세 배우의 에너지가 공명할 때

어딘가 불안정하고 불균질한 에너지가 있는 영화. <세자매>에 대한 인상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 가족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고, 세 자매도 폭발해버릴 것만 같다. <세자매>를 뒤덮은 이 초조함은 영화를 끌어가고, 스크린 너머로 날카로운 메시지를 건네기도 한다. 그렇다면이 불안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세자매>엔 여러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들은 위태로운 상황을 공유한다. 홀로 일탈 중인 딸을 키우는 첫째 희숙(김선영), 평범하고 모범적인 가정에서 사는 듯 보이지만 속을 끓고 있는 둘 째 미연(문소리), 글쓰기와 술에 찌들어 피폐해진 셋째 미옥(장윤주), 여기에 세 자매의 부모님과 아픈 남동생이 어두운 과거를 품고 있는 걸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삶이 붕괴하기 직전인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들의 기질 탓인지, 혹은 선택과 과오 탓인지 단정할 수 없다. 단지 세 인물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추측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지속해서 암시하는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종교’에 관한 이미지로 종교 뒤에 숨거나, 종교로 위선을 행하는 이들의 얼굴을 집요하게 비춘다. 신 앞에 용서를 구하고 구원을 찾지만, 정작 인간을 소외시키는 자들의 얼굴을 통해 종교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이런 이미지와 메시지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던지던 물음과 충격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유년기 폭력에 관한 이미지다. 지역 사회의 방관 아래 아이들에게 자행된 폭력은 상처로 남아 훗날 세 자매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어른들의 폭력이 아이에게 남긴 트라우마가 불행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최근 아동과 관련된 가슴 아픈 사건들이 더 섬뜩한 울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불안한 요소를 스크린에 옮기는 건 세 배우의 연기다. 카메라는 세 배우의 표정과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덕분에 불균질한 세 에너지가 만나면서 커다란 충격과 스산한 기운을 전하는 걸 포착할 수 있었다. <세자매>를 규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극에 빨려 들어가는 에너지가 넘친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세 배우의 공명이 그걸 해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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