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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죽음 앞에서 던지는 유쾌한 거짓말

누군가의 인생에 남은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그걸 알려줘야 할까? <페어웰>은 누군가의 인생에 작별 인사를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드라마다. 암에 걸린 할머니를 보고, ‘끝을 모른 채 조금 더 긍정적인 일상을 살게 하는 것’과 ‘삶에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손녀의 이야기로 가족들의 담백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페어웰>은 <룸>, <문라이트>, <미드 90> 등 꾸준히 좋은 작품을 제작 및 배급하는 A24가 배급을 맡은 작품으로 거액의 넷플릭스 행을 거절하고 극장을 택하며 화제가 되었다. 룰루 왕 감독이 큰 스크린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는 아시아의 문화를 통해 함께하는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딜레마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삶의 끝자락에 있는 할머니(자오 슈젠)과 정겨운 일상을 대조하며 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병을 알리지 않기 위한 대가족의 작전이 케이퍼 무비처럼 펼쳐지고, 이 소동극에서 오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가족의 책임감이라 말하며 동양의 가족관을 돌아보게 한다.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배우는 ‘아콰피나’다. <오션스 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비롯해 <쥬만지: 넥스트 레벨> 등의 블록버스터, 그리고 21년 개봉을 앞둔 <샹치>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로, 한국계 최초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을 받으며 화제의 정점에 섰다. <페어웰>에서는 할머니를 속이는 가족과 거리를 두고 그들을 관찰하는 모습을 통해 저마다 다른 가족의 사랑을 발견하게 하는 ‘빌리’를 맡았다.

단조로운 이야기가 심심할 수 있고, 인물들이 설교하며 강조되는 동양의 가족관이 중국 문화의 따뜻함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는 부분은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도 <페어웰>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건, 서로의 거리가 멀어진 시기에 함께한다는 온기를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차갑고 스산한 이 겨울,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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