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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버트 드 니로’를 캐스팅한 10대 소년…프로듀서 ‘트레 퍼트’ 단독 인터뷰

<워 위드 그랜파>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다. 방을 사수하기 위해 펼쳐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기상천외한 전쟁엔 웃음 폭탄이 지뢰처럼 깔려있다.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는 ‘시선’에 있다. 손자인 피터(오크스 페글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생동감 있게 담겨 있고, 할아버지를 향한 공격도 귀여운 소동극처럼 묘사되어 있다.

로버트 드 니로, 우마 서먼, 크리스토퍼 월켄 등 관록 있는 배우들과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배우들의 조화가 돋보였던 <워 위드 그랜파>. 이 균형 뒤에는 영화 속 피터와 나이가 비슷한 프로듀서가 있었다. 최연소 프로듀서로 알려진 ‘트레 퍼트’.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 로버트 드 니로의 캐스팅, 그리고 영화에 아이디어를 던지며 활약했던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1세. 키노라이츠에서 영화만큼이나 극적인 그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제작자 ‘트레 퍼트’를 모르는 한국의 관객을 위해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워 위드 그랜파>의 제작자 ‘트레 퍼트’ 입니다! 미국 뉴저지에 사는 15살 고등학생이에요. 여가 시간엔 동서양 TV 프로그램 및 영화를 보고요, 만화책이랑 책 읽는 것, 비디오 게임 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소년이랍니다. 방금 말했듯이, 이 모든 것들은 여가 시간에만 해요! 왜냐하면 평소엔 학업에 치여 살거든요.

Q. ‘최연소 프로듀서’라는 기사가 국내에 보도되면서 SNS에서 가장 뜨거웠던 질문 중 하나인데요.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된 계기 및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전 여덟살이었는데요. 이 책은 꼭 영화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가 정말 좋아서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이 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걸 영화로 만들자’ 였어요. 어린 나이치고는 굉장히 충동적이었죠? (하하)

저희 부모님은 영화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어머니께 처음 『워 위드 그랜파』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이후에 어머니께서 책을 읽으셨는데 정말 좋다고 하셨어요. 이후엔 실제 영화 제작을 위해 이 아이디어를 아버지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아버지도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으셨고, 덕분에 영화 제작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부모님께서는 저를 어린이가 아닌 여느 영화 프로듀서처럼 똑같이 대해 주시고, 믿어주셨습니다.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고요. 그렇게 이 영화의 프로듀서가 될 수 있죠.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귀 기울이더라도 인정하고 칭찬을 하는 경우는 많이 못 봤어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저를 끝까지 믿어주셨죠. 엄마, 아빠 정말 감사해요!

Q.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솔직히 고민했던 부분이 없었어요. 제가 여덟 살 때 이 영화 제작이 들어가서인진 몰라도 걱정보다는 즐거움이 앞섰거든요. 그래도 하나 꼽자면 ‘기간’이었어요. 제작부터 개봉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죠.

책을 선정하고, 캐스팅하고, 제작비를 확보해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2013-4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촬영했고, 저흰 2017년 말엔 이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제작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개봉까지 7년이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조금 더 성장해서 영화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워 위드 그랜파>를 제작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보통 영화나 TV 프로그램 현장에 어린이들이 오는 경우는 두 가지예요. 아역배우이거나, 가족이 촬영하는 걸 보러 오는 경우죠. 저처럼 어린아이가 프로듀서인 경우는 없었는데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저와 대화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수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처음엔 프로듀서로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부분이 어색하고 힘들긴 했는데요. 모두 저를 좋아해 주셔서 정말 좋았고, 이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Q. 한국에서 팬이 많은 ‘로버트 드 니로’에 관한 질문도 SNS에서 뜨거웠습니다. 기사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캐스팅을 성사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떤 영화로 ‘로버트 드 니로’를 알고 있었고,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었나요?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의 어떤 점이 ‘에드’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나요?

정말 재밌는 건, 전 이 영화를 제작하기 전까지 ‘로버트 드 니로’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영화들이 제 나이대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아직도 못 보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로버트 드 니로가 얼마나 멋진 배우인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제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전부였어요. 아버지께 이 영화 제작 관련 아이디어를 어필하기 전, 영화의 캐스팅 부분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외모나 부모님에게서 들은 내용을 비추어 봤을 때, ‘에드’하면 로버트 드 니로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Q. ‘로버트 드 니로’ 외에도 ‘우마 서먼’, ‘크리스토퍼 월켄’ 등 경험 많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그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며 영화를 만들어나갔나요?

그들과 몇 차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얻은 경험들에 관해 이야기해줬어요. 저도 참고하며 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고, 이런 대화들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재능이 넘치고 함께 일하면 너무 재미있는 분들이에요. 이런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Q. ‘오크스 페글리’처럼 또래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입니다. 그들과는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 나갔나요?

저를 포함해서 ‘오크스 페글리’, ‘줄리오세자 차베즈’, ‘티제이 맥기본’, ‘아이작 크락텐’ 이렇게 다섯 명이 매우 친한 사이가 됐습니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장난치며 놀고, 숙소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수영장에서 놀거나, ‘오크스 페글리’ 방에 가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등 어디서든 함께 있을 때 마냥 즐거웠던 것 같아요. 다들 지금도 영화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모두 너무 보고 싶네요!

Q. 나이 차가 큰 배우들 사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나갔나요?

『워 위드 그랜파』가 1980년대 소설이다 보니 책에 나오는 농담과 장난들을 현재에 어색하지 않게 맞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책이 재밌긴 하지만, 지금의 관객들에게 옛날 유머나 장난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책에 나오는 코믹한 부분의 의미는 살리되, 지금의 관객들이 웃을 수 있도록 현대 기술을 접목한 ‘요즘스러운’ 장난이나 유머를 추가하는 등 내용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제 나이대 청소년들이 주요 타겟층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요즘 장난이나 농담에 관해 알려주기도 했고, 이것들이 실제로 영화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Q. 촬영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마지막 촬영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한 어린아이가 낸 아이디어를 가지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영화를 완성했다는 것이 저를 포함해서 모두에게 특별하게 다가왔거든요. 당시 아역배우들과의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시원섭섭한 하루였어요.

Q.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때, 그 기분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학교 다니느라 바쁘기도 했고, 코로나19가 겹쳐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봉 때 지인들이 제게 와서 이 영화를 봤다고 말해주었을 때 기뻤어요. 특히, 오랜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며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줬을 때 행복하더라고요. 저는 후반 작업을 하면서 영화를 수도 없이 봤죠.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음악을 쓸지 정하는 등 이 영화의 디테일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말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이 영화와 함께 자랐기에 형제 같아요. 때론 지긋지긋할 때도 있는 그런 형제죠. (하하)

Q. 처음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부터 좋은 성과가 있어 이후의 진로에 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워 위드 그랜파> 이후에도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작품을 기대해도 괜찮을까요? 혹시, 새로 준비하고 있는 작 품이 있다면?

좋게 봐주셔서 정말 기쁘네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워 위드 그랜파> 이후의 작품도 기대해주세요. 현재로선 <워 위드 그랜파>의 시리즈 같은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밖에는 말씀을 못 드리지만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Q. 영화를 볼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워 위드 그랜파>가 한국에 개봉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이 영화를 여러분이 즐겨주시는 것이 저에겐 큰 행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한국 관객분들을 직접 만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재밌게 봐주시고, 이번에 인터뷰도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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