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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빛과 철’ 김시은 “커다란 쉼표 같은 작품, 앞으로의 내가 더 기대돼”

2월 18일 개봉한 영화 <빛과 철>은 세 명의 여성이 이끌어가는 묵직한 작품이다. 그 중 ‘희주’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배우 김시은을 만났다. 개봉 후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읽고, 다양한 행사에서 부지런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도 영화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있기에 관객과 소통하는 기회가 소중하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에서 교통사고로 두 여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남편을 잃는다. 김시은이 연기한 ‘희주’의 남편은 사망하고, 영남(염혜란)의 남편은 의식 불명의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상태다. 가해자의 아내라는 죄책감을 끌어안고 고향으로 돌아간 희주는 영남을 피해 다니지만,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이 희주의 주변을 맴돌며 사건이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사건을 둘러싼 세 여성의 심리전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김시은은 자신이 연기한 희주라는 캐릭터에 대해 “시나리오에는 없는 인물의 전사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중요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은영이를 보면서 희주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을 거다. 외롭게 크지 않았을까? 그래서 남편에게 그동안 받지 못했던 사랑을 받아내고자 했을 것이고. 그게 채워지지 않았을 때 그에게 돌리는 화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남편이 사고를 당하면서 그 화살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 거다. 더 들어가 죽음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면? 이라는 물음이 희주를 계속 쫓아오고, 그 물음으로부터 계속해서 벗어나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빛과 철’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강렬한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개봉을 앞두고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들도 있었는데, 나는 안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상반되는 이미지 둘이 만났을 때 파생되는, 생각지 못한 이미지가 우리 영화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관람했다고 한다. “사실 내가 찍은 영화는 객관적으로 보기 힘든데. 이상하게 이 영화는 관객의 입장으로 보게 됐다. 당시에는 첫 상영이고 영화가 어떻게 완성되었을지 모르는 상태라 떨리고 설레는 복합적인 마음이었다. 그날 영화제에서 지인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이토록 긴장한 상태로 영화를 관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영화가 나에게 큰 도전이었고, 그만큼 잘 해내고 싶다는 부담이 있었고 쉽지 않았던 작업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제 현장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감정을 설명하는 그는 여전히 벅차 보였다. “희주는 어떤 면에선 안쓰러운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를 본 후 나를 안아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는 따뜻한 일화도 전했다.

<빛과 철>이 배우 김시은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왔던 이유를 물었다. 영화의 촬영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단편 영화, 독립 영화, 상업 영화에 드라마까지, 넘치는 에너지로 배우의 길을 쉴 새 없이 달려오던 중에 이 작품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긴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을 맡고 싶다는 갈증이 있을 때 <빛과 철>을 만났다. 그래서 정말 이걸 잘 해내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다 찍고 나서는 처음으로 휴식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항상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의 배우 인생에 아주 큰 쉼표를 찍어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나의 한계치를 경험하게 해 준 작품인 만큼, 마침표가 아니라 큰 쉼표였다.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고, 내 범위를 깨닫는 동시에 더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희주’를 연기하는 데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냐는 질문에 “처한 상황에 여러 레이어가 껴 있는 어려운 인물이다. 내가 준비한 것과 감독님이 생각했던 모습이 부딪힌 지점들이 있었고,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고군분투를 하면서 ‘희주’를 찾아갔다.”고 답했다.

‘희주’를 찾는 과정에 대해 촬영 현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려 달라고 했다. “오케이가 안 나면 감독님이 나에게 디렉션을 주시고, 내가 생각하는 희주와 감독님이 생각하는 희주가 있다면, 그 사이의 것들을 다 찍어봤다. 그래서 현장이 쉽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과정은 고되었지만 결국은 희주를 찾아냈다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힘든 여정을 견뎌낸 단단함이 보였다.

생동감 있는 연기를 위해 대본 리딩이나 리허설이 따로 주어지지 않았기에 일면식도 없는 세 배우는 현장에서 바로 연기에 뛰어들어야 했다. “혜란 선배와 지후 배우와 친분은 없었지만, 작품 활동에 대해 익히 들어서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만나본 적 없는 상태에서 희주로서 그들을 연상하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둘의 첫인상은 염혜란이나 박지후가 아니라 영남과 희주로 보였다. 우리 세 배우는 서로를 극 중 인물로서 대했다.”

“친해지면 쌓아왔던 벽이 허물어질까 봐 조심조심 지내는 게 어려웠다. 막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참았다.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게 되면서 대치되는 인물이 아니라 서로 같이 뭔가 협력하는 관계로 만나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두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시은은 평소 깊이 있게 어떠한 사건이나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빛과 철>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심도 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대해 “보고 난 후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영화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하나의 주제, 하나의 의견으로 귀결된다면 질문이 아니지 않나.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질문’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또한, “보는 사람도 희주와 영남이 처한 상황으로 끌려간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질문과 던지는 이야기들은 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정신없이 빠져나왔을 때 느껴지는 살아있음에 대한 감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빛과 철>에서는 배우 김시은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실 그는 이미 수많은 단편, 독립영화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나의 밝은 이미지를 알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이번에는 사막과 같은, 황량하고 피폐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웃음기를 다 걷어냈다.”며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빛과 철>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작품 하나의 출발선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안 해봤던 걸 도전해보고 싶었다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범위를 알게 된 거다. 아, 내가 여기까지 갈 수 있구나. 이걸 좀 더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 것과 마찬가지로 <빛과 철>은 배우 김시은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계속 배우의 길을 가더라도 똑같은 모습이 아니라 좀 다르게 가고 싶다. 더 깊고, 넓어지고 싶어졌다. 건강한 에너지가 올라와 있는 상태라 스스로에 대해 기대가 크다.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부딪히면서 강해진 걸 나 스스로는 느끼고 있다.”고 작품이 가져다준 변화도 이야기했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던져준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도 그 물음에 대해 같이 고민하기를 권하며,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빛과 철>을 통해 더 단단해진 배우 김시은의 행보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험난한 과정 속 마침내 찾아낸 김시은의 ‘희주’, 영화 <빛과 철>을 극장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에디터 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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