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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으로 그리는 그림, 캔버스 위에 그려낸 예술가의 인생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한 <보헤미안 랩소디>, 유명 가수 헬렌 레디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 엠 우먼>처럼, 누군가의 인생은 스크린 위에 재현된다. 흔히 예술가의 삶은 굴곡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만들어낸 픽션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와 서사가 가득한 것이 그들의 삶일지 모른다.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은 핀란드의 대표 화가인 ‘헬렌 쉐르벡’의 장년기를 담아낸다. 어릴 적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그린 작품에 대한 소유권도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에 태어났으며, 가난했던 집안 환경까지. 수많은 방해 요소 사이에서도 그녀는 꿋꿋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다. 평생을 집에서 그림만 그리며 살던 그녀는 어느 날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고, 처음으로 작품을 팔아 본다. 새로이 알게 된 사람으로 인해 그동안 알던 세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작품에도 내면의 변화가 투영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헬렌의 캐릭터를 표현한 방식을 보면, 그녀는 마치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 그 자체인 듯 느껴진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헬렌(로라 비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초상화를 연상케 한다. 이후에도 카메라가 담아내는 장면들은 멈춰 놓으면 그대로 그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은 잔잔한 움직임과 잦은 롱 샷의 사용, 중심과 수평을 지키는 구도를 취하며 화가의 인생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적합한 방식으로 화면을 표현해낸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고요한 적막 가운데 캔버스를 스치는 붓 소리, 마치 코끝에 닿는 듯한 유화 냄새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림이나 사진에 있어 ‘그려진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특정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에서도 헬렌이 누구를 그리는가를 주목하는데, 헬렌이 붓을 쥐고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갖는 의미 또한 상당하다. 이렇듯 영화는 인간관계나 다가오는 사건들을 헬렌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내 영혼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에도 걸맞게, 헬렌이 그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얼굴이었다. 화가의 인생에서 사람도, 사건도 결국은 스쳐 갈 뿐, 남는 것은 새하얀 캔버스다.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웅장함 속,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예술가의 인생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다. 잠시 멈추어 명화 같은 영상미를 통해 헬렌 쉐르벡이라는 훌륭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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