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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과 여성들의 이름 찾기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감독 그레타 거윅의 두 번째 단독 연출작이며, 시얼샤 로넌을 또 한 번 페르소나로 내세운 영화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이은 출연, 아카데미의 높은 주목, 여성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 전작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레타 거윅의 영화 세계가 반복되고 확장되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작은 아씨들>은 원작이 있는 작품임에도 그레타 거윅만의 색을 입히는 데 성공했고, <레이디 버드>의 훌륭한 변주였다.

<레이디 버드>는 자신의 이름을 거부하던 소녀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이 본명을 되찾는 여정을 담았다. 새크라멘토라는 땅을 답답하게 느끼고, 고향에서 물려받은 이름을 거부하던 소녀는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 칭했다. ‘레이디’(숙녀)라는 이름처럼 여성으로 성숙하고 싶었고, ‘버드’(새)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소녀. 그녀는 결국 뉴욕으로 떠나며 자신이 원하던 삶을 얻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정작 그 땅에서 그녀는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버리고 ‘크리스틴’이라는 본명을 선택한다.

<작은 아씨들>도 조 마치(시얼샤 로넌)의 이름 찾기가 중심에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내고 싶었지만, 시대적 한계로 여러 가지 벽에 가로막힌다. 출판할 수 없던 그녀는 자신이 원치 않던 이야기를 무명의 이름으로 출판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그러나 그렇게는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없었고, 자신의 본질과도 점점 멀어진다. 그리던 조는 자신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로 걸작을 쓰고, 마침내 ‘조 마치’라는 이름으로 출판에 성공한다.

<레이디 버드>는 자신의 이름을 거부하던 소녀가 이름을 찾는 서사였고, <작은 아씨들>은 자신의 이름을 쓰고 싶던 작가가 이름을 되찾는 서사였다. 이들의 이름 찾기에는 유년기의 기억과 그 시절을 소환하는 과정이 있다. 그레타 거윅은 두 작품에서 ‘이름 찾기’라는 걸 반복하면서 유년기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고, 동시에 거기에 인물을 정의하는 정체성이 있다고 봤다.

자신의 기원을 찾는 신화 속 인물들처럼 그레타 거윅은 이름과 고향에서 인생의 중요한 지점을 계속 발견하려 했다. 그녀는 이 유년기의 기억에서 무엇을 더 발견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이 유년기의 울타리 밖에선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세 번째 영화로 그레타 거윅을 더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 이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P.S 두 작품 모두 뉴욕이라는 도시가 유년기의 반대항으로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다. 더불어 최근 개봉한 <결혼 이야기>에서도 뉴욕은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반대 지점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있었다. 세 여성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어떤 의미일까. 미국인에게 뉴욕은 어떤 곳일까.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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