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를 필두로 한 ‘인피니트 사가’까지. MCU는 약 15년의 기간 동안 코믹스의 세계관을 스크린에 재현했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히어로물이란 공식을 성립하기에 이르렀다. ‘마블페이즈4’를 맞이한 MCU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마블 드라마와의 연계를 통해 더 넓은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멀티버스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작품이자 마블 최초의 공포영화다.
멀티버스는 MCU의 세계관 확장과 관련된 핵심개념이자 추후 ‘엑스맨’을 비롯한 히어로들이 자연스럽게 시리즈에 합류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물 <로키>와 <왓 이프>를 통해 이 멀티버스의 개념을 보여준 마블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통해 영화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후속편은 이 작품에서 이어지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멀티버스를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아메리카 차베즈는 이 능력을 노리는 누군가의 위협을 받던 중 닥터 스트레인지의 지구로 오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차베즈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함께 싸웠던 완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왜 MCU의 ‘마블페이즈4’를 관람하려면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마블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완전한 스칼렛 위치가 되어버린 완다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적이 된다.
핵심 빌런을 스칼렛 위치가 된 완다로 설정한 시점부터 공포의 질감은 효과적으로 발현이 된다. 선한 이미지가 강한 히어로가 빌런이 된 건 물론 집착에 빠져 섬뜩한 광기를 발현한다. 다른 차원의 완다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린 반면 자신은 불행 속에 사는 걸 알게 된 완다는 차베즈의 능력을 빼앗고자 한다. 선한 이미지가 강한 스칼렛 위치가 악역이 된 순간 그 공포의 질감은 배가 된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마블 시리즈 <문나이트>가 거친 질감의 액션을 선보인 거처럼 이 작품 역시 기존 MCU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이는 13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변화라 볼 수 있다. 기존 관람 층의 연령대가 높아진 만큼 이에 맞춘 쾌감을 자아내고자 한다. 잔혹한 색깔을 입히며 <이터널스>에 이어 새로운 히어로물의 색깔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정은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고유한 매력이라 할 수 있는 마법이 주는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멀티버스를 통해 우주로 세계관이 확장된 만큼 미장센의 측면에서 색감을 더한다. 이 화려함에 더해 관객을 매료시키는 요소는 멀티버스를 통한 다양한 캐릭터 조합이다. 다른 지구를 향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관객들에게 반가운 얼굴들과 만나며 흥미를 더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멀티버스를 통해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라는 두 스파이더맨을 소환했던 거처럼 추후 MCU의 세계관을 기대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왓 이프>의 ‘캡틴 아메리카’의 여성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캡틴 페기와 <엑스맨>의 프로페서 X, <판타스틱4>의 리드 리차드는 그 존재만으로 반가움을 준다. 멀티버스를 통해 MCU가 선보일 끝없는 우주의 가능성을 예고한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연출하며 히어로물에 재능을 보여준 샘 레이미는 자신이 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감독이 되었는지를 후반부 증명해낸다. 바로 코믹호러의 표현이다. <이블 데드> 시리즈를 통해 호러사에 한 획을 그은 그는 히어로물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호러를 통한 질감을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특히 클라이맥스는 초창기 샘 레이미가 선보였던 기발하고도 기괴한 영감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다만 갈수록 확장되어 가는 MCU의 세계관을 언제까지 관객들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캐릭터와 서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이 계속 적용되면서 코믹스의 세계관을 재현하는데 가속을 밟고 있다. 마블 시리즈가 MCU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습과 복습을 거치지 않으면 영화를 이해하기 힘든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이 작품의 제목처럼 대혼돈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