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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이 영화가 <부산행>보다 아쉬운 네 가지 이유

<부산행>은 많은 기념비를 세웠던 영화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던 연상호 감독은 첫 상업 영화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동시에 한국 영화계에 낯설었던 ‘좀비’를 대중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부산행> 그 후 4년 뒤의 이야기를 담은 <반도>는 분위기가 다운된 극장가를 살릴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반도>는 한국 좀비 블록버스터의 퇴장을 알릴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연상호 감독의 인장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부터 집단과 그 속에 서열화된 인물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해왔다. 그의 작품에선 부와 권력, 물리적인 힘을 배경으로 계급이 나눠진 조직과 이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생존하려는 약자들의 모습이 잘 보였다. 동시에 ‘헬조선’을 연상하게 하는 표현도 노골적으로 곳곳에 드러난다.

이런 특징은 <부산행>과 <염력>이라는 영화에 이어 <반도>에도 잘 새겨져 있다. 연상호 감독은 인간의 폭력성과 악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며 우리 사회를 환기하게 한다. 좀비의 등장으로 파멸한 한국을 장악한 군부대는 몰락한 세계에 적응했고, 힘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편했다. 살아남은 이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고, 그 안에서 좀비보다 더 추악한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퇴보1 – 실종된 좀비

소개한 연상호 감독의 스타일과 세계관을 제외하면, <반도>는 <부산행>과 같은 선상에 놓기에 아쉬운 작품이다. 우선, 좀비 영화라는 설정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좀비가 주는 충격이 크지 않다. <부산행>은 인물들이 좀비를 피해 한정된 공간에서 숨죽이고 움직이며 스릴을 완성했다. 이와 달리 <반도>는 좀비를 야생 짐승 정도의 역할로 제한한다. 그 때문에 전작에 있던 좀비의 기괴함은 사라졌고, 장르적 특색을 상실한 탓에 객석까지 긴장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퇴보 2 – 4년 동안 적응한 관객

<반도>의 캐릭터들은 4년 동안 좀비에 적응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좀비의 패턴을 파악했고, 이를 이용할 줄도 안다. 덕분에 새로운 구도를 보여주지만, 좀비의 위압감이 대폭 줄었다. <좀비랜드: 더블 탭>이 좀비의 진화를 보이며 새로운 위기를 설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안일한 속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4년간 관객도 좀비의 이미지에 적응했다는 데 있다. 더는 좀비가 충격적인 소재나 장르가 아니다. <부산행> 때보다 좀비라는 소재 및 장르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지만, <반도>의 대응은 게을렀다.

퇴보 3 – 휘발된 액션

더 커진 스케일을 자랑하는 액션도 밋밋하다. <반도>는 기차보다 넓어진 도시를 배경으로 대규모카체이싱을 장점으로 어필했지만, 액션 장면이 주는 짜릿함은 미미하다. 무대는 넓어졌지만, 버려진 차들을 비롯해 장애물이 많아 동선에 제한이 있었고, 깜깜한 밤을 배경으로 추격전이 펼쳐져 속도감도 떨어진다. 전작에서 상화(마동석)가 담당했던 화끈함조차 없기에 답답하고 갑갑하다.


퇴보 4 – 작위적 선택과 신파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던 <반도>는 오히려 최악의 한 수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인물의 만남과 연결고리를 작위적인 설정으로 채워 넣었다. 우연이 반복되면서 이야기의 몰입감은 떨어지고, 여기에 후반부 배치한 신파적 요소는 극의 진행을 지체시킨다. 이런 선택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인데, 결국 대규모 자본이 그의 세계를 침범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한다.

하위 문화로 출발해 사랑받은 좀비를 류 문화의 자본이 무리하게 흡수하려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반도>가 보여줬다. <부산행>으로 좀비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연상호 감독은 자의든 타의든 <반도>로 좀비 블록버스터의 퇴장을 예고하고 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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