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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 좁은 잠수함에 담아 낸 한반도의 처세술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은 독특한 노선을 택한 시퀄이다. 전작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같지만, 연결성이 없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택했다. 전작과 변화가 없는 건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이를 둘러싼 국가들과의 미묘한 관계이며, 양우석 감독은 여기서 새로운 긴장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는 꽤 성공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양우석 감독의 영화는 ‘국가’가 주인공이다

첫 영화이자 천만 영화 <변호인>으로 장편 데뷔를 한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 <강철비2>까지 국가 권력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왔다. <변호인>이 ‘국가란 국민입니다’를 말하며 시민 사회의 뿌리를 탐구했다면, <강철비>는 국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국민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강철비2>는 국민의 대리인이 짊어진 무게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양우석 감독의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런 표현보다는 정치를 영화화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정치’라는 대립적이고 민감한 소재를 필름에 담으며 양우석 감독이 공통으로 보여왔던 건, 특정 세력의 이익보다는 민주주의의 원칙과 원론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무거워지는 걸 막기 위해 적재적소에 유머를 섞으며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는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도 함께 추구했다. <강철비2> 역시, 이와 같은 계보에 있는 영화다. 다만, 이번 영화는 인물보다는 ‘국가’라는 거대 조직과 이들 간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전작들 보다 인물의 개성과 서사는 희미하고, 대신 현대 외교에서 볼법한 국가성이 더 짙다. <변호인>이 한 개인과 국가의 대립이었다면, <강철비>는 두 국가의 충돌을 피하려는 두 인물의 이야기였고, <강철비2>는 국가를 상징화한 인물 간의 힘겨루기를 보인다. 양우석 감독의 관심이 점점 더 현실 정치 및 외교와 거시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스케일은 줄고, 밀도는 더 높아진 영화

<강철비2>의 주요 무대는 해저의 잠수함이다. 좁고 갑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세 국가를 밀어 넣으면서 전작보다 액션 씬의 스케일을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 북한, 미국을 주변 국가 간의 관계와 갈등은 더 밀도 있게 묘사했다. 지금의 정세와는 달라, 우려를 보이는 의견들이 있지만, 외교에서의 전개 양상은 꽤 현실적이다. 탈출할 곳 없는 불안한 해저에서 더럽고 추한 모습을 마주하는 한국 대통령의 모습은 현대 외교의 축소판으로도 볼 수 있어 더 흥미롭다.

스테레오 타입 속에 드라마를 만들어낸 배우들

한국, 북한, 미국의 대표를 연기해야 했던 정우성,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은 각국의 이미지를 잘 입고 있으며, 스릴과 유머라는 양립하기 힘든 분위기를 조화롭게 조성한다. 외교에서 보던 각국의 이미지를 복제했기에, 전형적인 캐릭터의 모습이 딱딱해 보일 수 있었지만, 이들은 국가를 연기하면서도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한국 대통령을 연기한 정우성은 힘을 뺀 연기로 위태로운 지정학적 위치에 놓인 한국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다소 과장된 이미지로 등장하는데, 앵거스 맥페이든이 유쾌하게 연기하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건 북한 지도자를 연기한 유연석이다. 차가운 독재자의 모습을 유연석의 날렵한 이미지로 소화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곽도원은 전작보다 훨씬 독한 이미지로 등장해 충격을 준다. <강철비2>가 스토리상으로 전작과 연결고리가 없기에, 이를 관람하기 전에 <강철비>를 꼭 봐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국경을 넘은 배우들의 배역과 달라진 연기의 뉘앙스를 비교하는 재미를 위해서는 복습하고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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