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6일에 달하는 황금연휴의 9월, <가문의 영광: 리턴즈>와 함께 코미디 장르를 책임질 영화로 <30일>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알려졌지만 코미디에 높은 비중을 두면서 오직 웃음만 선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만 선사하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극한직업>의 명절 특수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일>은 웃음의 핵심으로 내세운 동반기억상실이란 소재를 중심으로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영화를 나눈다. 전반전은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겼던 남녀가 결혼 후 <부부의 세계>보다 더 강렬하게 서로를 향한 증오심을 품어가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시작은 영화 <졸업>을 연상시키는 뜨거운 로맨스다. 결혼식 당일, 나라는 변호사 준비생이었던 전 남친 정열을 잊지 못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도망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환상의 커플이 될 것이라 모두 여겼지만, 환장의 커플이 되고야 만다. 귀족 청년과 서커스단 소녀의 동화 같은 로맨스를 가난으로 인한 동반자살이란 현실적인 결말로 마무리 지었던 영화 <엘비라 마디간>처럼 정열과 나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겪으며 이혼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향한다.
24시간 붙어 살게 되면서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어 남이 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느낀다. 나라에게 정열의 가난함과 촌스러움은 귀여움으로 인식되는 콩깍지였다. 정열이 품었던 열등감이 본격적으로 발현되면서 질리는 찌질함을 느끼게 된 나라다. 이런 변화는 정열 역시 마찬가지다. 매력적이라 여겼던 나라의 쿨함과 화끈함이 일상에서는 더러움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겪으면서 염증을 품게 된다.
동화 속 Happily Ever After(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없음을 실감한 부부에게 후반전은 또 다른 기회다. 이 기회는 이혼을 결정한 뒤 주어지는 30일 숙려기간 사이에 발생한다.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한 두 사람은 기억을 잃어버린다.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사랑과 함께 악연도 사라지는 리셋이 펼쳐진다. 함께 생활하면 사라진 기억도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사가 말하자 양가는 이혼은 OK, 사랑은 NO라는 조건으로 동거를 결정한다.
사랑->이혼->조건부 재결합이라는 세 번의 파트 전환을 통해 다채로운 코미디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단연 배우들의 힘이다. 전개에서 알 수 있듯 코믹에 있어 정열 역의 강하늘과 나래 역의 정소민 두 주연배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먼저 강하늘은 <스물>, <청년경찰> 때와 180도 다른 코미디를 보여준다. 청춘의 어리숙함과 열정에서 나올 수 있는 어설픈 코미디에서 생동감 넘치는 표정연기를 선보인다. 한국의 짐 캐리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정열이 지닌 찌질함과 능청맞음을 표정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런 강하늘의 코믹함은 나라 역의 정소민을 만나 배가 된다. 브라운관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정소민은 자신의 캐릭터를 공고히 다지면서 상대배우와 케미를 만드는데 능숙하다. 대표적으로 <환혼> 당시 비교적 경력이 적은 배우들과 함께하며 안정적인 케미를 모두와 구축해냈다. 그간 스크린에서는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라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단점이라면 유머 스타일이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에 있다. 이혼이라는 소재에서 알 수 있듯 두 주인공은 관객에게 왜 우리의 로맨스가 파국으로 갔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염증을 품을 만큼 저급한 행위에 대해 연달아 들려주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니 미국식 화장실 유머 스타일을 장착한다. 초반에는 이 마라맛이 혀끝을 자극하며 강한 맛에 눈을 뜨게 만든다.
다만 동반기억상실증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 텐션을 잃지 않으려다 보니 강한 유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피로감을 유발한다. 양가 부모와 친구들까지 모두를 웃수저 캐릭터로 만들려는 욕심이 가득하다 보니 오히려 극이 산만해 지는 경향을 보인다. 축구로 치면 모든 선수가 스트라이커가 되어 골대를 향해 돌진하다 보니 수비를 해야 하는 뒷공간이 휑한 느낌이다.
확실한 웃음 사냥꾼을 자처한 <30일>의 코미디는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파나 감동코드 없이 오직 코미디로 승부를 보려는 점은 장르적인 미덕이다. 다만 이 웃음이 적절한 리듬감 없이 얼마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탁재훈의 말장난 개그처럼 끊임없는 웃음폭탄을 터질지, 아니면 김영철의 투머치 개그처럼 빠르게 질릴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