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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th BIFAN] ‘독친’ 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은 종영 드라마가 있다. JTBC 역대 평일 드라마 시청률 1위에 등극한 ‘나쁜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모진 세상에 의해 가족과 남편을 잃은 엄마 영순이 아들 강호를 어쩔 수 없이 모질게 기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세상 모든 엄마들은 나쁘다는 것이다. 세상이 너무나 무섭기에, 엄마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악인의 얼굴을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보여줬다.

‘독친’은 그 반대를 이야기한다.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그 뜻처럼 지나친 관심이란 독약으로 자식을 망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를 위해 작품이 택한 배우는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으로 유명한 막장 전문 배우 장서희다. 장서희는 긍정적인 의미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맹독을 품은 어머니 혜영을 연기했다. 그녀는 작품이 지닌 미스터리의 끝자락에서 절망과도 같은 폭우를 선사한다.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네 개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각 시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두면서 미스터리 장르가 지닌 풍미를 극대화한다. 사건은 한 소녀의 죽음이다. 모범생 유리는 어느 날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그리고 학부모, 교사, 경찰, 학생들은 각자의 기억 속 유리를 통해 진상에 다가서고자 한다. 경찰은 추리물의 구성을 위한 중추 역할과 동시에 제3자의 입장에서 진실을 도출해 내고자 한다.

교사-학부모-학생의 관계에서 강조되는 건 교육문제다. ‘SKY캐슬’이 불을 지른 후 대한민국에서는 계층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독친’은 다양한 갈래를 통해 불길을 번지게 만들며 더 다각도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교육과 계층이 익숙한 소재라면 사랑의 대가라는 건 이 작품이 지닌 고유의 무기다. 그간 교육신화의 허상과 문제점을 지적한 작품은 많았다.

허나 왜 학생들이 그 늪에 빠져서 잠식당하는지에 대해 다룬 작품은 드물었다. 김수인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에서 그 이유로 사랑의 대가를 제시한다. 혜영은 자식에게 극진한 사랑을 주지만 그만큼의 보답을 바라는 어머니다. 이 순간 사랑이라는 단어는 투자로 바꾸어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두려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간 상처와 소외를 받는 아이들을 다룬 영화들은 그 중심에 선 부모를 최소한의 애정은 지닌 존재들로 묘사해 왔다.

이 감정은 그들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품으면서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독친’은 그 패러다임을 바꾼다. 아가페로 대표되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어야 할 부모가 이에 대가를 요구한다면, 세상에 맨몸으로 온 자식은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는 것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런 관계를 게임으로 묘사하며 부모가 인생에서 이겨내야만 하는 최종보스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명한다.

여기에 유리의 담임교사, 동생, 절친 예나를 활용해 주제의식을 강화한다. 담임교사는 어쩌면 유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던 캐릭터라는 점에서, 유리의 동생은 그녀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통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예나는 지지고 볶고 살아도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에 반론을 제기하는 캐릭터다. 독이 되는 부모는 과연 그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을 내던진다.

‘독친’의 장르적 표현은 미스터리에 가깝지만 그 감정적인 전달에서는 호러도 엿볼 수 있다. 혜영은 시작부터 끝까지 독이 되는 엄마로 남으며 변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보여준다. 직업이 커플 매니저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위치로 자식들이 올라가길 바라는 그 욕망, 유일한 방법이 교육이라 여기며 잘못된 신화에 목을 매는 모습으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성적에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한국의 교육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서태지의 노래 ‘교실 이데아’에 열광한 세대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악습은 여전히 답습되고 있다. 세상이 독기로 가득하다고 자식에게 독약을 먹이는 어머니를 우리는 인정해야 할까. 다양한 시각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관객 스스로 찾게 만드는 이 영화의 시도는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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