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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 속 넷플릭스와 K-콘텐츠의 유쾌한 동행

넷플릭스는 미국 내 TV 엔터테인먼트 산업 ‘제3의 물결’을 이끄는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스마트TV의 등장 이후 TV 산업은 그 방향성을 달리하게 되었다. ‘제3의 물결’이 지닌 특징은 콘텐츠의 자유로운 이용이다. 현대인은 자신이 방송시간에 맞추는 게 아닌, 방송이 자신의 시간을 맞춰주길 원한다. 이전 지상파와 케이블이 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청자를 TV 앞으로 정해진 시간에 이끌어내고자 했다면, OTT는 시청자가 원할 때 시청을 유도한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의 활성화는 TV만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요소의 전부였던 시대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다양한 오락거리를 즐기는 현대인은 TV 역시 자신이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걸 선호한다. OTT는 이 흐름에 부합한다. 스마트TV는 인터넷과 연결되어 원하는 방송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OTT 시대의 개막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왔다.     

한국 콘텐츠 시장과 넷플릭스는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8년 5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잠깐 동안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오른 바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디즈니와 맞먹는 성장을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것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특수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이들이 OTT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로 몰린 것이다.     

넷플릭스 <킹덤> / 출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자체적인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는 디즈니, HBO 같은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오랜 시간 축적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OTT 제작에 나서면서 넷플릭스의 위기가 빨라질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의 범위를 세계로 넓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오리지널로 제작해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이 수혜를 받게 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K-콘텐츠가 보여준 가능성의 시작은 김대중 정부 때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일본과 대중문화 전면 개방을 이뤄냈다. 이 당시 국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문화콘텐츠 강국인 일본의 문화가 국내 문화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콘텐츠가 강세를 보였다. 드라마 <겨울연가> 신드롬을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K-POP 등이 일본 시장을 강타했다.     

이후 정부마다 K-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렸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했던 해외에 콘텐츠를 홍보하는 과정을 쉽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OTT다. 넷플릭스에 작품이 공개되는 것만으로 세계에 소개가 된다. 한국 작품이 넷플릭스 콘텐츠 내에서 흥행하면 할수록 관심 역시 함께 높아지기에 이후 콘텐츠가 탄력을 받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킹덤>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좀비물은 <워킹 데드>를 통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좀비 콘텐츠를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며 화제를 보았다. 보편적으로 인기가 높은 장르에 시대극의 특수성을 담아낸 것이다. <킹덤>의 세계적인 흥행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문화 파급력을 선보였다. 갓을 비롯해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데 성공하게 만든 것이다.     

<킹덤>의 성공은 넷플릭스에게도 호재로 다가왔다. 미국 시장에서는 킬러 콘텐츠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넷플릭스에게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을 확실한 킬러 콘텐츠 국가가 나타난 것이다. 이후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한국 드라마가 연달아 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탄력이 붙게 된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스틸컷 / 넷플릭스

이후 성과는 <스위트홈>을 통해 다시 한 번 나타난다. <킹덤>과 <스위트홈>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장르와 수위라는 점이다. 시대극에 좀비물을 더한 <킹덤>은 막대한 제작비와 과할 정도로 잔인한 표현이 필요했고, <스위트홈>은 국내 드라마 환경에서 제작되어 본 적 없는 웹툰 원작의 크리쳐물이었다.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금력과 이용자가 확보된 환경이 아니었다면 힘든 시도였다.     

<스위트홈>의 성공은 넷플릭스가 웹툰과 소설 등 한국 콘텐츠의 영상화에 주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킹덤>에 이어 K-콘텐츠의 아시아 시장 지배력과 세계 시장의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지옥>, <D.P.>,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2021년 넷플릭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K-콘텐츠의 세계화가 더욱 빨리 지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시작으로 원작 웹툰 역시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장르적 저변을 넓히며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속도가 붙게 만들었다. 다만 이 유쾌한 동행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던 킬러 콘텐츠가 되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모든 작품이 연달아 킬러 콘텐츠로 정착할 순 없을 것이다. 허나 일정 수준의 완성도와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넷플릭스란 날개를 통해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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