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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착역’ 감독 서한솔&권민표, “종착역이자 연결점이라는 이중적인 의미 담고자 해”

네 명의 아이들이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숙제를 받고 지하철 1호선의 끝, 신창역을 향하는 내용을 담은 <종착역>은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한 표현과 시적인 감수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다. 네 명의 아이들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고 상황과 주요대사만 주어지고 배우들이 직접 대화를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에는 자연스러운 모험과 성장이 녹아 있다.

<남매의 여름밤>, <에듀케이션>, <갈매기> 등 올해의 다양성영화로 주목받은 작품들을 만든 신예들을 배출해낸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출신의 권민표, 서한솔 감독은 공동 연출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덕분에 첫 장편 연출작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받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시작부터 괄목할 성과를 낸 이 두 감독을 키노라이츠 매거진에서 만났다.

서한솔, 권민표 감독 / 낫띵벗필름

-서울 지하철을 보면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역이 많다. 그중 신창역을 택한 이유는

서(서한솔 감독) :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신창역을 장소로 정해 놨다. 지하철 1호선은 수도권 전철 중에 거리가 가장 길다. 1호선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인천, 소요산, 신창 세 곳이다. 인천이나 소요산은 종착역으로 끝이 나지만 신창역은 장항선으로 이어져서 전북까지 연결된다. 종착역이자 연결점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겠다고 봤다.

-극중 아이들이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권(권민표 감독) :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처음부터 영화에 활용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후반부 엔딩을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학교에서 사진전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헌데 편집과정에서 보니 사진을 영화 중간 중간에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영화의 카메라 시점이 멀리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어서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사진이 아이들의 시점에서 찍은 거라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역배우들과 촬영을 진행했다

서 : 우리 촬영장에서 대원칙 중 하나가 아역배우라도 동등한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태프 분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했다. 촬영장에서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감정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배우가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있었기에 주의를 많이 줬다. 배우들에게도 끝에 ‘님’ 자를 붙이지 말고 편한 호칭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우리를 ‘쌤’이라고 불렀다. 학생들이 어른들을 부를 때 가장 친근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

권 : 배우들에게 우리를 대할 때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큰 벽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촬영 때 슬레이트 컷을 자유롭게 했다. 배우들이 자유롭게 촬영을 하면 카메라가 따라가는 방식을 취했다.

-상황과 필수적인 대사만 주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맡겼다고 들었다

서 : 이런 작업방식을 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저와 권 감독이 30대 남자이다 보니 14살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담아내는데 무리가 있다고 여겼다. 그 또래 아이들을 많이 인터뷰 했는데도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이 시기 아이들의 감정이나 시선을) 많이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이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모험서사에 여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독특하다

서 : 저희가 촬영 전에 학생들을 다수 인터뷰 했다. 남자아이들은 여가시간에 게임 아니면 축구를 한다고 답했다. 헌데 여자아이들은 하는 게 거의 없다고 답하더라. 해봐야 공원에서 틱톡을 찍는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정도였다. 한국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처럼 특정한 공간(PC방이나 운동장)을 점유한 게 아니라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이 친구들에게 과제가 주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겠다고 봤다.

권 :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등장한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활동적이지 않고 대화만 많은 이미지다. 여자아이들이 활동성 있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면 흥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서한솔, 권민표 감독 / 낫띵벗필름

-영화 속에서 두 분의 학창시절이 반영된 장면이 있다면

서 : 도입부에서 전학생인 시연이가 부원실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일면식도 없는 시연이가 스마트폰 불빛을 비춰주면서 부원들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렌즈를 찾는다. 대학교 1학년 때 렌즈를 끼고 OT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렌즈를 떨어뜨려서 12명이 다 같이 찾느라 난리였다. 나중에 보니 옷에 붙어 있더라.(웃음) 처음에는 분위기가 어색했는데 함께 렌즈를 찾으면서 돈독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때의 경험을 각색해 시연이가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상황을 설정했다.

권 :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을회관 장면이 원래는 폐교에서 촬영 예정이었던 장면이다. 폐교에서 촬영이 힘들다고 해서 마을회관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15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경험을 마을회관에서 아이들이 함께 할머니를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내비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공동연출을 했다. 서로에게 느낀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서 : 웬만한 작업은 분담하지 않고 함께 결정했다. 학교(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지원을 받아 촬영하는 작품이다 보니 행정처리 할 게 많았다. 제가 행정처리로 바쁠 때 폐교에서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권 감독이 새 장소를 물색했다. 연락이 와서 너무 좋은 장소를 찾았다고 하더라. 어디냐고 물어보니 마을회관이라더라.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여기 마을에서 예쁜 장소를 물었더니 이곳을 알려주셨다고 했다. 아, 정말 대충 찾았구나 싶었다.(웃음) 헌데 찾아가 보니 정말 근사한 장소더라. 나 같으면 대충 넘겼을 말인데 권 감독한테는 확신이란 게 있다. 촬영을 하면서 느낀 게 모험심이나 확신감이 대단한 친구더라.

권 : 식당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현장에서 강아지랑 놀다가 더위를 심하게 먹은 적이 있었다. 촬영을 서 감독한테 맡겼는데 그땐 어떻게 찍혔는지 몰랐다. 나중에 편집할 때 봤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에서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서 감독이 섬세해서 아이들과 소통이 더 잘 되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 내는 측면이 있다.

-촬영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받거나 참고한 작품이 있다면

권 : 전 기수에도 공동연출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고 작은 규모로 찍은 작품도 있었다. 수업하면서 본 영화 중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오정석 감독님의 <여름날>이었다. 보여 지는 공간에서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참고했던 영화다. 공동연출로는 이지형, 김솔 감독님의 <흩어진 밤>을 참고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교수님한테 다양한 조언을 받았다.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고 들었다

서 : 보통은 사운드 보다 대사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번 영화처럼 어떤 공간을 사운드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작업은 처음이었다. (작품 속) 아이들이 무엇을 보는지 설명하는 역할을 사진이 했다면 어떤 것을 들을까 하는 고민은 동시적 사운드로 듣기 싫은 소음이라도 배우들이 들으면 그대로 넣는 방식을 택했다. 이 작업이 힘들었던 게 음향작업자 분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분들은 최대한 소음을 지우려고 하신다. 관객 분들이 깨끗한 대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걸(지운 소음을) 다시 살려내는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이 공개되었다. 기억에 남는 평이 있다면

서 :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초청 당시에서 ‘디지털에서 필름으로 컨버트(convert) 되는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완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시골로 가는 전개에서 서울 장면은 최대한 건조하게, 시골 장면은 따뜻하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하나로 정리했을 때 적당한 표현인 거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권 : 지인한테 전달받은 내용인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후에 한 어린이 관객이 관계자 분들에게 “세상의 끝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저희 영화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 온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영화와 관련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권 : 우선 스태프 분들에게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있다. 저희가 매일 같이 회의를 했다. 적은 규모에서 촬영을 해야 했기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한 명이 감당해야 할 몫이 많았는데 거부감 없이 따라와 줘서 고맙다. 제작팀 분들에게도 정말 고마운 게 로케이션이 정해진 게 아니라 이곳저곳 장소를 옮겨 다니느라 고생하셨다. 1차적으로는 스태프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다음으로 배우 분들의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역이다 보니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해야 해서 저희가 촬영장에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무래도 어머니들의 시선이 느껴지면 아이들이 불편해 할 거 같아서였다. 이 부분을 이해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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