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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 다시 한 번 ‘놀라는’ 특별한 시간

<메멘토>, <인셉션>, <테넷>,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 획기적인 시도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견이 없는 현시대 거장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특별한 인물의 평전을 원작으로 했다. 그 주인공은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을 주도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북미보다 늦은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춘 개봉을 택했다.

<오펜하이머>는 <덩케르크>에 이어 꼭 아이맥스(IMAX) 플랫폼으로 관람해야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오락적인 측면에서 하이라이트인 핵실험, 트리니티 실험은 보너스라 여겨질 만큼 전 순간에 걸쳐 아이맥스로 봐야만 하는 진가를 보여준다. 그 핵심은 필름이 지닌 실제 눈으로 보는듯한 질감을 통해 깊이를 극대화 한 오펜하이머의 내면이다. 평전의 실체화를 느끼게 만드는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평전을 원작으로 한 만큼 작품은 전반적인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다루면서 <인터스텔라>가 그랬던 거처럼, 과학적인 호기심과 감수성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냈다. 먼저 과학적인 호기심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원자의 분열과 연쇄작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지점들이다. 설명으로 이해하기 힘든 물리학의 영역을 두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면서 흥미를 자극하는 매력을 선보인다.

이 연쇄작용은 스토리와도 연결이 된다.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삶을 몇 가지 코드를 통해 하나로 연결하며 그 연쇄작용을 그린다. 도입부가 제시하는 코드는 이론의 실체화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연구를 말하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에서의 이론은 길게는 수 세대에 걸쳐서 실용화가 된다. 오펜하이머의 연구가 현실과 빠르게 연결된 건 전쟁 때문이다.

핵분열 실험이 성공하고 히틀러의 독일 나치가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미국 역시 개발에 착수한다. 이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의 대표로 그들이 선택한 인물이 오펜하이머이다. 이 두 번째 파트에서 일어나는 연쇄작용은 과학의 이론이 현실이 되는 상황의 의미다. 달 착륙을 비롯해 대우주 시대를 인류가 열 수 있었던 이유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 때문이었다.

경쟁은 이론의 실체화를 가속시킨다. 경쟁이 붙는 이유는 적대관계에서 비롯된다. 핵무기 개발로 전쟁영웅이 된 오펜하이머는 이 실체화 된 이론이자 경쟁으로 인해 적대적인 사상이 된 공산주의로 인해 추락하게 된다. 독일과 일본이라는 전범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동맹국이었던 소련이 새로운 적대국이 되면서 공산주의 사상이 금지된 것이다. 이 연쇄작용은 색깔을 통해 흥미롭게 표현된다.

작품은 인물의 시점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표현한다. 오펜하이머와 대립하며 그를 궁지에 몰리게 만드는 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 스트로스의 시점에서 영화는 흑백을 취한다. 매카시즘으로 대표되는 미국 내 공산주의 탄압의 흑백논쟁을 보여준다. 사회성이 부족한 오펜하이머의 행동을 오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스트로스의 모습은 내 편과 상대 편을 나누며 탄압을 일삼았던 시대의 어둠을 보여준다.

반면 오펜하이머의 시각에서 영화는 색깔을 지닌다. 형형색색의 색깔은 세 번째 파트인 오펜하이머의 청문회를 통해 그가 품었던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오펜하이머는 그 누구보다 원자폭탄의 위력을 알았지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투하를 지켜봤다. 이론이 현실화 되었을 때를 보고 싶었던 학자로의 호기심이 만든 결과는 그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때문에 이후 미국이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택한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며 동료 학자의 미움을 사기도 한다. 이론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있었던 오펜하이머의 세상은 공산주의를 비롯해 다양한 사상이 공존했던 때이기도 했다. 허나 전쟁, 핵무기, 냉전시대로 이어지는 경쟁의 연쇄작용 속 그의 세상은 흑백으로 변해버렸다. 이 속에서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색깔을 지키고자 청문회에 나서며 그의 삶에 깊게 몰입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보여준다.

<오펜하이머>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애정이 깊게 박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물리학이다. 노벨상 수상자 킵 손 교수와 함께 <인터스텔라>를 작업하며 보여줬던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다음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스크린에 대한 사랑은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의 창작을 보여준다. 아이맥스로 <오펜하이머>를 관람하는 순간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 다시 한 번 ‘놀라는’ 짜릿함을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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