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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수포자도 쉽게 풀 수 있는 영화

수학과 인생의 공통점이 떠올랐다. 둘 다 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란 것. 그러나 수학에는 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답이 없어 어렵다. 인생이란 너무 복잡해서 평생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실패할 뿐이다. 누구나 정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죽을 때가지 하지만 아무도 풀지 못한 난제, 미뤄둔 숙제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스스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노라 자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인생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대한민국은 유독 ‘틀렸다’는 말에 벌벌 떠는 나라다. 너와 나의 의견 차이를 다름이 아닌 틀렸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남 앞에서 내가 말한 게 틀린 답일까 봐 선뜻 나서지도 않는다. 엉뚱한 질문이라며 수군거릴까 봐 함구한다.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 뿌리내린 청소년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이는 학교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빠른 정답만이 최고라는 사회에서 조금만 방황해도 도태된다. 생의 첫 번째 연습장인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의 산실이 아니다. 그저 내신 잘 받아서 대학 잘 가는 스킬을 배우는 테스트 베드가 되었다. 선생님은 인성과 학문을 가르치기보다 기술을 알려주는 직업인이 된지 오래다. 학생들은 아예 고액 과외나 1타 강사에게 선행학습으로 교과목을 마스터하고 들어온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고 고칠 수나 있을까.

정답보다 과정이 중요한 문제풀이

대한민국 1%의 영재들만 모이는 자사고 다니는 1학년 지우(김동휘)는 수학이 어렵다. 담임이 일반고로 전학을 권하지만 가지 않고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아빠 없이 혼자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실망하게 해 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 학교 교복을 입고 다니는 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사배자(사회적 배려자)전형이라고 해도 제 발로 나갈 수 없었다.

다른 애들은 과외나 학원을 다니지만 지우는 형편이 되지 않아 혼자 끙끙거리는 처지다. 그러던 중 기숙사에서 벌어진 문제를 혼자서 다 뒤집어쓰게 되고, 결국 기숙사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만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우연히 학교 야간 경비원 아저씨의 놀라운 재능을 알게 된다. 그 어렵다는 수학 문제를 다 맞춘 경비원 아저씨는 평범한 탈북민이 아니었던 것.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 지우는 아저씨가 수학 과외를 부탁한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민군’으로 불리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무뚝뚝하고 까칠한 성격에 기피 대상 1호였다. 하지만 지우에겐 알면 알수록 따스함이 느껴지는 츤데레 아저씨였다. 지우는 학성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고 학성은 지우를 아들처럼 대해준다. 유사 부자 관계가 된 두 사람은 수학을 통해 천천히 인생을 알아가게 된다.

세상을 이루는 수학, 아름다운 경이로움

영화는 수포자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다채로운 답이 담겨 있다. 인생이 된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되면 수학의 단순한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자신의 재능이 나쁜 일에 쓰이는 데 환멸을 느낀 천재 수학자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찾아 아들과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이곳에서도 그저 취직의 발판으로 쓰이는 상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본 것 같다. 고위직의 삶을 버리고 아들과 한국에 내려온 걸 보면 자유가 주는 의미와 책임을 크게 보았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순수하게 학문만 파고드는 학성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은 씁쓸하다 못해 먹먹하다. 수학 성적이 고작 출세하는 데 이용되냐는 뼈 때리는 일침은 교육이 무엇을 위해 달려오고 있나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입시경쟁에만 열 올리는 한국 교육계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틀린 답일지라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옳다면 된다고 다독인다. 어려운 문제라도 포기하지 않고 담담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은 원하는 답을 얻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한 가지 문제에 여러 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천재 수학자와 수포자 학생과의 교감은 감동 그 자체다. 문제가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담담하고 꾸준히 풀어내려는 자세는 수학뿐만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난제에 답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 같기도 하다.

수학자 학성은 160년 동안 풀지 못한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다 바쳤다. 학생인 지우는 출제자의 의도만 파악하려는 수험생이 되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파고든다. 두 사람의 고집은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에 목숨 거는 미련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한다.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이란 뜻으로 탄탄한 기초와 교육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은 복잡해지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며 매일 노력한 땀의 결실을 허투루 생각하면 안 된다. 사회 탓, 환경 탓만 하며 흘려보낸 오늘이, 내일 화가 되어 부메랑처럼 날아올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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