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제로의 일상’에 이어 ‘명탐정 코난’의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범인 한자와 씨’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코난 시트콤’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에 퍼진 코난밈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코믹한 질감이 강하다. 총 12부작에 한 편당 10분 정도의 분량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범인 한자와 씨’는 ‘명탐정 코난’의 인기 캐릭터인 범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인지가 시작이었다. 이 동인지를 원작자 아오야마 고쇼가 마음에 들어 하면서 정식 스핀오프로 인정을 받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코난밈을 바탕으로 한 패러디다. 범인 한자와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지방에서 베이카초로 이사를 온다. 베이카초에 내린 그를 본 전철 안 사람들은 모두 겁먹은 표정을 한다. 코난과 친구들이 사는 이곳은 살인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무려 100권이 넘어가는 ‘명탐정 코난’ 단행본은 한 권당 3개 정도의 사건을 다룬다. 이 오랜 시간 동안 고등학생 신이치에서 초등학생이 된 코난은 여전히 초등학생이다. 만화 속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베이카초에서 죽은 것이다. 한자와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저렴하고 좋은 집은 모두 살인이 벌어진 곳임을 알게 된다. 전입신고는 간편한 반면 마을을 떠나려는 전출신고는 줄이 가득 선 모습으로 웃픈 재미를 준다.
이런 재미는 캐릭터를 통해 극대화 된다. 범인의 모습을 한 한자와를 본 코난과 하쯔토리는 그의 뒤를 마치 스토커처럼 따라다닌다. 범인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형사의 모습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더 수상해 보인다. 그 이유는 코난밈과 연관된다. ‘명탐정 코난’의 특징은 형사물처럼 살인현장을 신고 받고 찾아가는 게 아니라, 코난이 가는 곳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때문에 탐정보다 저승사자라는 소리를 듣는 코난이다.
코난이 뒤따르면서 혹시 살인을 당하지 않을까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 빠진 한자와다. 고도의 코난 돌려까기는 아가사 캐릭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아가사 박사는 빌딩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며 특유의 언어유희로 시를 짓는다. 그 시의 내용은 폭발을 봄에 비유하며 상황을 즐긴다. 코난 극장판은 블록버스터의 묘미를 보여준다. 화려한 액션에 더해 익스트림한 폭발을 선사한다. 아가사는 이런 테러 상황을 일상처럼 느낀다.
코난의 가장 큰 의문인 마취침에 대한 유머도 펼친다. 아가사는 일자리를 찾는 한자와 한테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실험에 참가하는 것인데 마취총을 맞는 것이다. 잠자는 모리 코고로라는 별명에는 ‘어떻게 마취총을 저렇게 많이 맞았는데 내성이 생기거나 죽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아가사는 모리를 계속 잠재우기 위해 마취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왔음을 고백한다. 이제 코끼리를 한 번에 잠재울 정도라 상대를 죽이지 않기 위해 실험을 한다.
가수 비는 자신을 조롱했던 ‘라 송’과 ‘깡’ 밈을 유머로 승화하며 다시 전성기를 이끌어 냈다. ‘범인 한자와 씨’는 조롱밈으로 소비되던 원작만화 속 세계관을 시트콤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은 물론이고 코난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로 고유의 장점을 지닌다. 가장 큰 미덕은 한자와의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범인의 외형을 한 그는 살인이 목표지만 허당에 순박한 기질을 지닌 속정 깊은 남자다.
입으로는 섬뜩한 상상을 말하지만 현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이치는 모습으로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누구나 가슴 속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사직서 하나씩 품고 살아가며, 죽이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기억 한 구석에 지녔다는 점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목표와 현재,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사이의 웃음과 때로는 훈훈한 드라마로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명탐정 코난: 범인 한자와 씨’는 시리즈 마니아라면 빅재미를 보장하는 종합선물세트다. 팬심으로 연재한 동인지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작품은 물론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상당하다. 코난 속 캐릭터들을 에피소드 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이들의 캐릭터성을 코믹으로 풀어내면서 오직 스핀오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