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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인터뷰] ‘동감’ 여진구, 모태솔로 아냐..찐사랑을 못해봤을 뿐..

요즘 MZ 세대에게 사랑과 낭만은 사치일지 모른다. 연애 예능이 인기 있는 이유도 감정 소비가 심한 연애를 편하게 관전하며 대리만족한다는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사랑하세요!”라는 말이 가깝게 들리지 않는 게 당연하다.

 
점점 사랑, 낭만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1학년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하고 알바와 스펙 쌓기도 놓칠 수 없기에 연애가 가장 먼저 소거되는 거다. 그래도 아직.. 주머니 깊숙한 곳에 구겨 넣은 낭만이 손에 잡힌다면 다시 펼쳐 보는 건 어떨까?

제공: 고고스튜디오

=22년 만에 리메이크된 영화 <동감>의 주인공 여진구를 지난 9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17년 차 중견 배우지만 여전히 풋풋함을 간직한 스물여섯 청춘이다. 국민 남동생, 진구 오빠라는 말이 아직 듣기 좋고 놓칠 수 없다는 여진구는 지금 나이에 꼭 하고 싶던 역할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개인적인 욕심일지 모르겠다. 20대가 지나기 전에 청춘 로맨스물 필모를 꼭 넣고 싶었다. 선배님들이 그때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걸 실감했던 때였다. 시나리오 타이밍이 맞았고 예쁜 모습을 남길 큰 행운을 얻었다. 내 모습도 투영되기도 했다. 평소 내 모습을 너무 보여준 건 아닌지, 환상을 가진 분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다.”
 
 
=여진구는 1997년 태생이지만 어른 입맛, 옛날 감성을 즐긴다고 했다. 커피도 손수 내려 먹고 LP도 좋아한단다.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취미활동을 즐겨 하는데 뉴트로가 유행이라 너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1999년에 사는 95학번 ‘용’에게 공감이 갔는지 궁금했다.
 
 
“HAM(무전기)이 낯설었지만 작동하는 게 신기했다. 1999년 캠퍼스 분위기도 신선했다. 동아리 홍보 방식도 글씨체부터 달라서 놀라웠다. 용은 개성 있는 친구라기보다 공대가 취업이 잘된다고 들어온 잘 휩쓸리는 성격이고 평범한 친구다. 용이란 캐릭터를 통해 여러 가지를 간접 경험했다. 용처럼 20대에는 삶의 목표가 잠깐이라도 사랑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타일링을 참고한 건 젝스키스였고 세기말적 유행어 ‘방가방가’, ‘하이루~’도 어릴 때 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귀여웠다.”

제공: 고고스튜디오

=어릴 때부터 연기해서일까, 한 방송에서 모태솔로임을 밝혔다. 스물 중반이지만 아직 찐 사랑은 못해봤다는 청춘이다. 가장 예쁠 때 연애도 많이 해봐야 한다는 게 어른들의 말씀인데 찐한 여진구의 연애도 해보고 싶을까.

“썸 같은 건 좀 타본 거 같긴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아직이다. 나도 모르는 새 그냥 지나친 건지 못 만난 건지 잘 모르겠다. 사랑이란 감정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가가기가 힘들더라. 용처럼 확신에 차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여태. 한솔(김혜윤)같은 운명의 상대를 못 만난 거 같다. 호감 정도는 표현할 수 있는데 (사귀게 되면) 책임감 있는 성격이라 쉽게 고백하지 못하겠더라.”

=어릴 때는 다소 무거운 역할을 주로 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오히려 말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한 역할을 주로 맡기도 했는데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을까.

“다채로운 필모를 쌓고 싶다. 현재 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택하게 되다 보니 지금의 필모가 완성되었다. 20대라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았고 최대한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려 애썼다. 그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로 비친 것 같다.하지만 불러만 주신다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노력을 많이 해야겠지만) 나쁜데 매력 있는 악역 ‘조커’같은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다.”

제공: 고고스튜디오

=‘국민 남동생’이란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듣고 싶은 평가도 궁금했다.

“음.. 99년의 용의 나이였던 선배님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나도 20대 때 저랬지..’,‘꼭 날 보는 것 같다’, ‘나도 첫사랑 때문에 울었었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뿌듯했다. 내 연기가 형님들에게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국민 남동생이란 수식어 놓치고 싶지 않다. (웃음) 지금 당장은 큰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다.

=20대와 40대를 모두 소화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동감>에서 레퍼런스 삼은 배우가 있다면 들려 달라.

“20대는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고, 40대는 흰머리도 많고 더 주름진 올드한 버전까지 준비했었다. 하다 보니, 젊은 40대가 어울렸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정우성 선배님처럼 멋진 나이 듦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감정 표현을 디테일하게 하더라. 미래를 알게 된 후 속눈썹까지 떨리더라.

“무전기 너머 의심을 내내 하다가 비로소 믿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당황, 분노, 허탈 같으려나.. 한 단어들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실 속눈썹까지 떨리는 것까지는 몰랐다. 그저 몰입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그때 내가 그랬구나’ 놀랐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더라.”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예능, 드라마, 영화 특별 출연 등 다양하게 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곧 선보일 여행 예능은 어떻게 촬영했나.

“아무래도 배우는 작품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지만 예능은 여행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 택했다. 솔직히 예능은 약간의 사심이 들어간 거다. 평소 친해지고 싶었던 형들과 다 같이 여행도 갈 수 있지 않나.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모르겠다. (폭소)”

여진구는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투명 배우였다. 배우 필모그래피가 바로 그 사람을 대변해 준다는 말이 실감 났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와서 늘 남동생 같은 모습만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어른스럽고 오빠 같은 느낌도 들었다. ‘멋있으면 다 오빠’라는 말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진구.

제공: 고고스튜디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스크린 타이틀롤을 맡아 굵직한 성인 배우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17살 때 메쏘드 연기로 최연소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본인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여진구의 30대는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스스로 워낙 건강하게 태어나 나름의 준비는 잘 해왔다고 자부했다. 아직 30대라는 미래는 생각해 보지 않은 상태라며 인생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남은 20대를 충실하게 즐기고 싶다고도 전했다.

늘 현장에서 막내였는데 이제는 어린 친구들과 연기하니 신기하다며, 선배님, 오빠, 형 소리를 듣는 게 아직 적응되지 않는다고 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17년 차 배우는 아직도 마음만은 18세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여진구 오빠’라는 별명은 듣기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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