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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캐릭터, 파괴된 시리즈?… ‘주먹왕 랄프2’

누구보다 영화를 아끼는 ‘키노라이터’들에게 이번 주, 화제의 영화는 뭘까요? 가벼운 감상부터 깊은 비평까지 다양한 글들이 키노라이츠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비평가 못지않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더 풍성하게 해준 키노라이터들의 글을 볼 수 있는 시간, 키노라이츠‘s Pick! 지금 시작합니다.

귀여운 파괴지왕 ‘랄프’가 돌아왔습니다. 그의 단짝이자, 디즈니의 변종(?) 공주 바넬로피와 말이죠. 전편에서 바넬로피는 오류에서 공주로 인정받고, 공주에서 대통령이 되면서 세련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인터넷 세계로 떠나면서, 또 한 번 변화할 기회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착한 놈으로 인정받았던 악당 랄프도 한층 더 성숙해질 기회를 얻었죠. 여기에 디즈니의 수많은 캐릭터를 만날 기회도 있어 볼거리도 풍성했던 영화입니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이하 <랄프 2>)의 키노라이츠 지수가 86.6%입니다. 별점도 3.59점으로 준수하죠. 어떤 점들이 키노라이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걸까요?

(글의 맞춤법을 일부 손봤으며, 방대한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 일부 생략한 글도 있습니다. 리뷰의 전문은 키노라이터의 아이디에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레디 플레이어 원> 못지않은 캐릭터 물량 공세를 내세우면서, 과함이 없이 강약 조절을 잘했다. 그리고 <이모지: 더 무비>가 섣부르게 덤볐다 참패한 인터넷 공간 의인화 또한 이질감 없이 스토리라인에 잘 녹여냈다. 디즈니가 강조하는 ‘우정’이 주요 메시지이기에 식상할 법도 하지만, 적절한 패러디로 맛깔나게 살렸다.

– 영알못 님의 “전형적인 디즈니다운 메시지를 기발하고 트렌디하게 표현한 속편“ 중(초록, 3.5점)
게임 캐릭터와 더불어 레트로 게임의 속성을 훌륭하게 표현해낸 전작에 이어, 이번엔 온라인 세상의 모습을 그들답게 재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넓디넓은 온라인 세상을 구현한 화려한 영상미와 더불어, 광고 배너나 링크 클릭, 검색 등 웹 서핑을 할 때 흔히 하는 행위들 및 SNS, 인터넷 방송 등 온라인 문화를 기발하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레이서 바넬로피의 본분을 잊지 않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도 볼만하죠.

– owlppami 님의 “디즈니 창고 대방출“ 중(초록, 3점)
다양한 카메오는 <주먹왕 랄프2>의 백미다. 특히, 영화 중반부 등장하는 인터넷 속 디즈니랜드(?)의 모습이 압권이다. 아이언맨, 베이맥스, 스톰트루퍼, 이요르, <주토피아>의 닉 등 마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속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것도 모자라, ‘Let It Go’와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테마도 흘러나온다.

– 동구리 님의 “디즈니 ‘인터넷’ 랜드” 중(초록, 3.5점)


인터넷 세상을 재치 있게 표현한 연출을 좋게 본 키노라이터들이 많았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이 다양한 감정을 의인화했듯, <랄프 2>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루는 요소들을 의인화했는데요. 다양한 속성을 반영한 캐릭터들이 귀엽게 표현되었죠. 0과 1로 이뤄진 딱딱한 세계를 유쾌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미지화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이뤄지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직관적이고 재치가 있는 영상으로 보는 게 흥미로웠죠.

디즈니 속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배경처럼 지나가, 그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디즈니의 프린세스들입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모아나>, <겨울왕국>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그들은 고전적 공주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며, 변화된 시대의 여성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디즈니가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과거의 이미지를 부정하는 이 독특한 장면은 다양하게 읽힐 수 있지만, 분명한 건 파격적이었죠.

이런 호평과 달리, 예리한 비판을 남긴 키노라이터들도 있었는데요.

인터넷 세계의 시각적 표현과 애니메이션에는 여전히 노력이 느껴지지만, 스토리와 캐릭터에선 디즈니가 다시 시간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편에서 소모된 상황과 캐릭터 성을 2편에서 재탕하면서 피로감을 주고, 이를 무마하려는 기교에 치중된 묘사가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디즈니가 지금껏 극장용 속편을 하나밖에 만들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답변이랄까? <겨울왕국 2>가 걱정되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 박성현 님의 “속편은 계속 안내는 게 좋겠어, 디즈니” 중(빨강, 2.5점)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인터넷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듯해 아쉽다. 1편에서는 ‘글리치’라는 비디오 게임의 유명한 특성을 굉장히 영리하게 이용했다. 글리치와 그에 대한 경험이 바탕이 돼있기 때문에 그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편에서는 밈과 밈을 대충 섞으면 무조건 성공적인 바이럴 비디오가 된다는 너무 단순한 발상부터, 온라인 비디오의 수익 창출 방법과 바이러스에 대한 이상한 논리로 스토리를 짠다.

– 조항빈 님의 리뷰 중(빨강, 2.5점)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아웃사이더여서 의미 있었던 랄프를 다시 소외시킨다. 전편의 랄프는 조금 모자라긴 했어도 바넬로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게임에 바이러스를 풀어놓는 수준의 우둔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리고 영화는 바넬로피의 자아실현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랄프를 마치 바넬로피를 구속하는 캐릭터처럼 보이게 하고, 디즈니의 변화 선언을 위해 랄프에게 역으로 코르셋(드레스)을 씌움으로써 그를 희화화한다. 아웃사이더의 인격적 성장을 그렸던 시리즈가 도리어 다시 아웃사이더를 몰아내니 괘씸할 따름이다.

– 토비 님의 리뷰 중(빨강)
<주먹왕 랄프 2>의 주인공 바넬로피는 전편 <주먹왕 랄프>의 빌런 킹캔디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속편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보 같은 짓은 전편에서 중요하게 쌓아올린 가치는 계승하지 않고 껍데기만 계승하는 것이다. <주먹왕 랄프 2>는 전편에서 지켜세운 주어진 역할의 가치, 질서의 가치를 비웃듯 질서보다는 나의 행복,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값싼 환승이자 무책임한 속편인가.

– ZERO 님의 “무책임의 시대“ 중(빨강, 3점)


전편이 너무도 좋은 영화였기 때문일까요. 전편보다 못하거나, 아쉽다는 입장에서 비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세계로의 확장은 좋지만, 고전적 게임들의 안식처였던 ‘오락실’을 표현했던 전편보다 특징이 없어졌다는 거죠. 더불어, 변해버린 캐릭터 성에 관해 이야기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주먹왕 랄프>는 오락실 게임의 특성과 색깔을 잘 담았던 애니메이션입니다. 최신 테크놀로지에 밀려, 쇠퇴하고 있는 고전 오락실을 재조명해냈죠. 소닉, 스트리트 파이터, 팩맨 등의 고전 게임들이 자극하던 감성이 있었는데요. 덕분에 관객은 과거의 추억을 꺼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소외당하던 악당 캐릭터의 고민과 성장이라는 서사가 잘 맞닿아 있었죠. 이미지, 메시지, 이야기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키노라이츠 지수도 여전히 10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랄프 2>에 빨간불을 켜준 키노라이터 중에는 1편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기시감에 아쉬움을 느낀 분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작품의 주요 무대이자 주제가 되는 ‘인터넷’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죠. 인터넷의 유용성 및 위험을 심플하게 제시했지만, 그만큼 현재의 복잡한 인터넷 콘텐츠와 사용자의 성향을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랄프 2>는 인터넷을 향한 독특한 시선과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했죠. 전편에 <주먹왕 랄프>에서만 볼 수 있던 것들이 많았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런 특색이 사라졌습니다.


‘토비’ 님의 글이 인상적인데요. 바넬로피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랄프를 도구적으로 소모해버렸다는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아웃사이더의 고민과 성장을 보여줬던 전편의 성취를 모두 무시해버렸다는 거죠. <랄프 2>는 이야기의 중심이 바넬로피에게 넘어오면서 시리즈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면이 있습니다. ‘ZERO‘님도 시리즈의 가치를 계승하지 못한 점을 꼬집어 주셨죠.

<인크레더블 2>에 이어 <주먹왕 랄프: 인터넷 속으로>도 변화된 시대와 그 속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담기 위해 노력한 영화였습니다. 이를 캐릭터의 성장을 바라봤던 분들은 시리즈의 성장이라 말했고, 이를 전편의 가치와 밸런스를 망가뜨렸다고 봤던 분들은 퇴보라 말하고 있었죠. 여기에 ‘올바름’의 표현과 영화적 완성도의 관계에 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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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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