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마녀>는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히어로 장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크 히어로물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독창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며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모았고 4년 만에 새로운 ‘마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돌아왔다. <마녀2>는 앞으로 펼쳐질 ‘마녀 유니버스’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히어로물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세계관의 확장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수 선보인다.
전작이 시골소녀 자윤의 정체가 마녀라는 걸 밝혀내는 구성을 통해 재미를 주었다면 속편은 이 ‘마녀’라는 소재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한다. 특수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마녀 프로젝트의 시작을 도입부에 배정해 ‘마녀의 탄생’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SF의 장르적인 코드를 극대화한 미장센 역시 포인트다. 방독면을 쓴 캐릭터들의 모습과 닥터 백과 백총괄로 1인 2역을 선보인 조민수의 모습은 그 기괴함으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신예 신시아가 연기한 새로운 마녀는 이름도 없는 소녀로 등장한다. 전편의 자윤과는 반대되는 스타일로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기교를 선보인다. 습격당한 비밀연구소 아크에서 피투성이로 나오며 거구의 남성들을 때려눕히는 강렬한 첫인상과 달리 농장을 향하며 순박한 시골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희와 대길 남매를 만나며 교감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배운다. 엄청난 식성을 지닌 먹깨비의 면모를 통해 웃음까지 더한다.
여느 시리즈물의 속편답게 대규모 액션을 위해 규모를 키운다. 마녀를 노리는 무리로 세 팀을 등장시키며 클라이맥스를 풍성하게 조합한다. 백총괄의 지령을 받고 소녀를 제거하려는 조현과 그런 조현과 인연이자 악연으로 얽힌 아크 관리책임자 장,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이 소녀를 노린다. 조현 역의 서은수는 액션 장르에서 새로운 매력을 과시하는 건 물론 장 역의 이종석과 좋은 케미를 형성한다.
초능력자들의 결투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캐릭터가 용두다. 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폭력배 용두는 간사함과 악랄함을 무기로 빠른 속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액션에 또 다른 리듬감을 부여한다. 용두의 등장은 소녀가 경희 남매와 더욱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크를 빠져나온 소녀의 입장에서 서정적으로 진행되던 서사에 어둠을 부여하며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낙원의 밤>에 이어 다시 한 번 제주도를 배경으로 택한 박훈정 감독은 이 공간이 지닌 색깔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제주가 지닌 힐링의 의미는 농장에서 펼쳐지는 소녀와 경희 남매의 케미를 통해 소소한 웃음과 서정성을 발산한다. 제주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클라이맥스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상반된 잔혹함이 정서적인 격화를 이끈다. 푸른 밤으로 대표되는 제주의 맑은 이미지와 같은 소녀가 겪는 아픔에 더 크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효과를 만든다.
<마녀2>는 최선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마녀>의 성공 이후 전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을 기획했으나 당시 제작사였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는 <인랑>의 실패 후 한국영화 제작과 투자를 줄이다 시장에서 철수했다.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여야 했고 시점에 있어 1편과 동일한 시간대로 작품을 구성했다. 전편보다 늘어난 제작비에 어울리는 액션은 선보였지만 스토리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박훈정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독창적인 세계관에 대해서는 찬사를 받지만 시나리오에서는 의문을 부르는 감독이다. 흥미로운 소재와 캐릭터를 설정할 줄 알지만 서사를 채워 넣는 알맹이의 측면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마녀>의 경우 자윤의 정체와 속셈이 드러난 순간이 주는 충격이 구성적인 매력을 주며 약점을 희석시켰다. 반면 <마녀2>는 이런 기교를 선보일 수 없기에 정공법을 택했다.
뿌리는 탄탄한데 열매가 제대로 여물지 못한다. 근육을 탄탄하게 키우는 벌크업이 아닌 몸집만 커진 살크업을 보는 기분이다. 다만 시리즈의 팬들이 원하는 팬서비스의 측면은 착실하게 수행한다. 구자윤을 재등장 시키며 앞으로 전개될 ‘마녀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각자의 솔로무비를 통해 두 명의 마녀 캐릭터를 공고하게 다진 만큼 더 강한 파괴력을 장착했음을 보여준다.
쿠키영상을 통해 다음 편의 내용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최근 히어로영화의 트렌드를 따르는 센스도 선보인다. 1편과 달리 대다수의 캐릭터를 살리며 ‘유니버스’에 어울리는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한다. 1편의 성공 이후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방향을 잡지 못했던 ‘마녀 프로젝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이정표를 세웠다. 눈에 띄는 성과라 할 순 없지만 브랜드의 가능성을 지닌 이 시리즈의 도전이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