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아메리카에 나타난 외계인 프레데터와 원주민 소녀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프레데터 시리즈 중 최초 여성 주인공을 용맹한 코만치 부족의 전사로 설정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레데터> 이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설정을 없애고 심플하게 출발한다.
청불 액션답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고어 액션에 최적화된 프레데터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리부트다. 기존 캐릭터성을 유지하면서 깊이감을 더했다. 그러면서 최약체에서 전사가 되어가는 소녀의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없이 디즈니플러스로 스트리밍된 게 아쉬울 정도로 액션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전사가 되고 싶었던 소녀의 극한 성장
코만치 부족의 소녀 나루(엠버 미드썬더)는 오빠 타베(다코타 비버스)처럼 사냥하고 싶다. 하지만 사냥은 남자들의 몫이었고 약하다는 이유로 나루는 언제나 등한시되었다. 여느 때처럼 자신만의 무기와 전술을 익히던 나루는 숲에서 뱀의 껍질이 벗겨진 이상한 형태를 발견하고 동요된다. 돌아와 부족에게 위협을 알리지만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며 심각하게 듣지 않는다.
한편, 곰에게 쫓기다 몸을 피해 숨어들었다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의문의 존재에게 무지막지하게 당하는 곰. 이후 프레데터가 부족의 목숨까지 위협하자 전사가 되길 자처한다. 소녀는 강력한 존재에 맞서 자신과 부족을 지킬 수 있을까?
돌아온 프레데터 시리즈의 부활
<클로버필드 10번지>로 지하실이란 폐쇄된 공간에서 극한 공포를 연출했던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프레이>를 통해 광활한 대자연의 공포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방이 뚫려 있지만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외계 포식자 프레데터의 포위망에 걸려든 생명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프레데터는 그야말로 먹이 사슬 꼭대기, 지구상의 가장 강한 짐승을 쫓는다.
뱀, 늑대, 곰, 무기 든 인간을 차례로 파괴하며 위협한다. 18세기 지구에는 있지 않은 최첨단 무기를 갖춘 프레데터는 다양한 공격 방법으로 상대의 혼란을 유발한다. 부족의 남자 다수를 종잇조각처럼 해체하고, 총을 든 백인도 가뿐히 제거한다. 그를 이길 수 있는 지구상의 생명체는 없어 보인다.
그러다, 약초 제조에 특별한 능력을 보일 뿐 모두가 얕잡아 보던 소녀와 맞붙게 된 것이다. 소녀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력만이 다가 아님을 증명한다. 적을 알면 백전불태. 뛰어난 관찰력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주변 환경을 이용해 뒤통수를 치는 방법을 택한다.
영화는 어마 무시한 힘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프레데터와 도끼나 활 등 원초적 무기를 든 소녀가 벌이는 긴장감을 살려냈다. 보기와는 다른 외유내강형 나루는 자신이 믿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주변의 무시와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프레데터가 포식자라면 프레이(먹잇감)는 당연히 소녀다. 진화된 고도의 무기를 들고도 지구 생태계를 잘 알지 못하는 프레데터와는 다른 전술을 펼친다. 나루는 투명하게 은신 가능한 클로킹 기술과 상대의 열을 감지하는 능력을 공포 앞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용기와 지혜로 무장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맡았던 근육질의 남성 캐릭터와 상반되는 설정이라 막강한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원톱 주인공이라 할만한 나루 역의 ‘엠버 미드썬더’의 매력으로 꽉 차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을 이어받아 코만치족의 세계관에 잘 구현되어 있다. 엔딩크레딧에 코만치 부족에게 바친다는 자막도 인상적이다. 해외 상영 플랫폼인 Hulu를 통해 스트리밍된 영화는 코만치어로 더빙이 된 최초의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유럽 백인의 무자비한 살상과 폭력의 만행도 잠시 등장한다. 자기 땅에서 점차 밀려나 백인 문명에 포섭될 위기에 처한 원주민은 외계 문명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역을 지켜낸다. 미국 개척역사 전 아메리카에 살았던 원주민 역사를 쓰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강자에게 맞서는 약자의 지략을 보여준다. 익숙한 설정의 대결구도지만 그 안에서 추구하려는 메시지와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프레데터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에 청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