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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역사적인 SF 프로젝트, 그 첫 발걸음을 찍다

‘듄’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은 20세기 영미권 SF 문학의 대표작으로 6부작에 총 18권으로 구성된 대서사이다. 귀중한 자원 스파이스를 둘러싼 우주의 여러 세력 간의 다툼과 음모를 다루며 심오하고도 독창적인 세계관을 창조해냈다. 이 위대한 소설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 의해 처음 영화화 계획이 잡혔으나 그가 16시간의 런닝타임을 계획하며 데이빗 린치에게 메가폰이 돌아간다. 허나 4시간 영화를 2시간으로 강제편집당하며 실패하게 된다.

이후 ‘듄’ 프로젝트는 수많은 감독들의 열망이었으나 방대한 원작의 규모를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길지에 대한 고민으로 제작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거장 데이빗 린치마저 수모를 겪은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나 세계 최고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이 성공적으로 영화화 되었으며 마블과 DC의 코믹스가 시리즈로 영화화되는 시대에 ‘듄’이 영화화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에 ‘듄’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장으로 드니 빌뇌브가 선정된다. 앞서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철학적으로 높은 수준을 선보인 SF 영화의 후속편을 완성시킨 그는 영상미와 깊이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원작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시리즈로 기획했다. <듄>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우주사회가 정립된 지 1만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이 시대에는 우주선의 연료가 되는 스파이스가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가 행성 전체가 모래로 뒤덮인 아라키스다. 작품은 이 아라키스를 주 배경으로 한다. 희귀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세력다툼과 전쟁을 그렸다는 점에서 스펙타클한 블록버스터의 묘미가 주를 이룰 것이라 예상되지만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가 지닌 특성은 작품의 색깔을 난해하게 만들며 영화화가 힘든 이유를 보여준다.

‘듄’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폴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로 아버지 레토로부터 좋은 가문의 피를, 어머니 제시카로부터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 난다. 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꿈을 꾼다. 여성 초능력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인 제시카의 피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폴의 존재는 아라키스의 원주민이자 외지인에 의해 매번 핍박을 받아 온 프레멘의 구원자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폴의 캐릭터는 작품을 난해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예지몽 장면과 구원자가 지니는 종교적인 의미는 방대한 SF 세계관을 설명하기도 모자란 시간을 더 초조하게 만든다. 오락적인 요소에 집중하자니 원작이 지닌 의미가 희석되고 원작의 의미를 강조하자니 막상 관객이 즐길 요소를 감소시킨다. 때문에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양상을 보인다.

SF의 오락적인 요소는 특유의 미장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앞서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웅장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미장센을 선보였던 그는 비장미를 극대화시킨 미장센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우주를 배경으로 행성과 거대한 우주선을 통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묘미를 살린다. 특히 모래로 뒤덮인 아라키스와 그곳에 서식하는 거대한 모래벌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묘미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여기에 티모시 샬라메는 물론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을 적재적소의 배역에 캐스팅해 매력을 이끌어냈다는 점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스타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아닌 그들에게 잘 맞는 배역을 부여하고 매력을 살리기 위한 장면들을 삽입하면서 다채로운 캐릭터 활용을 보여준다. 원작의 철학적인 요소로 지루해질 수 있는 전개를 끌어올리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철학적이고 난해한 대사를 최대한 지양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이런 노력이 보인다. 폴과 레토 사이 부자의 정,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에 공포를 느끼는 폴, 가혹한 운명의 폴을 지켜주고자 하는 제시카의 사랑, 폴과의 우정을 보여주는 제국의 용사 던컨 등 관객이 캐릭터에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로 인해 <듄>은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큰 난관이었던 도입부를 넘기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초반 20분 정도를 친절한 설명을 선보여도 완벽한 이해가 힘든 세계관과 폴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다수의 예지몽 장면을 넣었음에도 철학과 오락의 균형을 적절하게 시도하면서 미장센을 통한 웅장함과 비장미를 살리는 미덕을 보여준다. 덕분에 시리즈물의 가장 큰 고민인 1편을 통한 후속편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데 성공한다.

<듄>의 미래가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사로잡은 <반지의 제왕>이 될지, 아니면 뛰어난 미장센에 비해 서사표현이 아쉬웠던 <호빗>에 그칠지는 두고 볼 바이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물 자체로 보면 기대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4>처럼 한 편으로 완결된 재미를 주었다고 평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후속편에서 청출어람을 이룰지 아니면 용두사미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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