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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사람> 깨어나보니 남의 집에 시체와 있던 남자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비튼 일상의 블랙코미디. 코엔 형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옆집 사람>은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차지했다. 오동민 배우의 40여 분간의 원맨쇼,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서 스릴이 고조된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돈 들인 영화보다 광활한 상상력으로 충만하다. 상황을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은 ‘왜?’라는 물음에 따라 추리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전날 과음하고 남의 집에서 깬 남자

5년 동안 경시생(경찰공무원시험준비생)이었던 찬우(오동민)는 전날 숙취가 달아나지 않은 가운데 다음 날 남의 집에서 눈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바닥에 흥건한 피와 함께 시체 옆에서 깨어난 것이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괴로워하던 중 전화 통화로 시험비 만 원을 빌리러 갔던 술자리에서 언성이 오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저기 긁혀있다. 그때 생긴 상처인 건가 싶지만 이것만으로는 단서가 부족하다. 대체 왜 404호에서 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옆집 사람>은 어쩌다 옆집에서 깨어난 옆집 사람이 오전부터 내내 발버둥을 치다가 경찰 원서접수 6시까지 방 탈출해야 하는 미션 같은 이야기다. 밀실이란 좁은 원룸 하나로 최대의 긴장감을 뽑아낸다. 한정된 공간에 배우를 두고 상황과 대사만으로 꽉 채운다. 오로지 배우 연기에 기대 상황을 이끌어가는 참신함과 예상치 못한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찬우의 양면성과 욕망을 드러내도록 하는 최희진, 이정현 배우의 시너지도 상당하다.

음향은 영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기가 막힐뿐더러 적재적소에 드나드는 소리가 압권이다. 도어록 누르는 소리, 좋은 말씀 전하러 온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핸드폰 진동과 벨소리, 웅성거리며 대화하는 소리, 보이스피싱 전화 등. 생활 소음이 만연하다. 조용한 공간에서 소리에 민감해지는 심리를 반영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빌라촌 원룸은 늘 사람을 벽간 소음에 시달리게 한다. 고시원만 숨소리까지 들리는 게 아니다. 벽과 환풍구를 타고 들려오는 온갖 소리는 뒤섞여 소음이 된다. 경시생인 찬우는 이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404호에 자주 항의하러 갔었다. 설마 내가 죽인 건가 싶은 생각까지 엄습하기 시작한다.

각자도생 시대, 씁쓸함은 나의 몫

영화는 심각한 상황에서 묘한 웃음을 유발한다. 시체 옆에서 추리력을 발휘한다든지, 이상형인 여성에게 반해 딴생각한다든지, 무슨 일이 있어도 6시까지 집에 가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든지, 시체 지갑에서 비루하게 만 원을 슬쩍한다든지. 찬우라는 지질하고 안쓰러운 캐릭터는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할 정도다.

1인 극이라고 할만한 영화는 오동민 배우의 존재감으로 가득하다. 랩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볶음밥은 시켜 소분해 두 끼로 나눠 먹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왜인지 밉지만은 않은 찐따 그 자체다. 우리 주변에 쉽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 더욱 공감 간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 5년 동안 준비한 경시생 시험 등록 마지막 날.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마감 시간을 놓칠 수 없다.

그 밖에도 청년 세대의 화두를 넣어 현실감을 더했다. 공무원 시험, 코인, 벽간 소음뿐만 아니라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 두지 않는 각자도생 분위기가 반영되었다. 남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군중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그늘진 초상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게 뭐인 현실에서 너무 많이 알게 된 옆집 사람의 최후를 씁쓸하게 지켜보게 된다. 초반 낄낄거리면서 보다가 중간 박장대소했지만 결국 쓰디쓴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달콤 쌉싸름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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