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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코로나 시대의 텐트폴 영화란 무엇인가

<모가디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성수기용 대작 영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현재까지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된 소말리아에서 촬영할 수 없어 모로코 현지에서 100%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영화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극한 긴장감을 불러낸다.

같은 동포라는 유대감은 <공동경비구역 JSA>, 다른 견해 차이로 대척점에 섰던 남북 첩보원의 연대를 다룬 <베를린>이 떠오르는 남북 소재의 영화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변주를 준 사례다. 익숙한 클리셰의 작은 트릭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르는 요점으로 작용했다.

몰랐던 역사와 허구적 상상의 기막힌 만남

1991년 소말리아에 파견된 대한민국 외교관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치렀지만, 여전히 UN의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의 지지가 절실했다. 세계화는 선행되었지만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해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아프리카의 50여 개의 나라는 대한민국에 유리한 표밭이었기에 물심양면의 로비전을 불사했다.

쭉쭉 뻗어나가는가 싶었던 로비전에도 복병은 있었다. 오랜 숙적인 북한과의 보이지 않는 심리 전쟁까지 벌여야 했다. 북한은 대한민국보다 20년 앞섰던 베테랑 외교 군답게 대한민국을 경계하는 방해와 자신들의 외교적 우세까지 이용해 다양한 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안으로는 남북 관계의 외줄 타기를 벌이고 밖으로는 심각해지는 소말리아의 사정까지도 두루 살펴야 했다. 냉전 말기의 세계적인 긴장 관계와 남북한의 냉랭한 분위기는 얽히고설켜 있었다.

드디어 소말리아 정부를 향한 심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대한민국은 바레 대통령을 만날 날만 기대에 부풀어있었지만 무산될 위기를 맞는다. 몇 년째 고생하며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대사관 직원들의 흥분된 마음도 잠시, 눈엣가시처럼 파고드는 북한의 훼방이 또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 간의 날 선 분위기가 조정되기도 전에 독재 정권에 불만을 품은 소말리아 시민들이 분기탱천하고,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 도시 전체로 퍼져나간다. 전기, 수도, 통신, 이동 수단 등이 끊겨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어 버린 상황이 닥치며 완전히 고립된 상태, 앞날이 캄캄해지기만 했다. 

한편, 같은 시각 신변의 위기를 느낀 북한 대사관은 가족까지 모두 이끌고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러 가다 변을 당할 뻔했다. 할 수 없이 자존심과 이념을 버리고 한국 대사관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두 나라 간 팽팽한 긴장감이 다시 고조된다.

동상이몽, 불편한 동거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영화는 이념과 국가를 뛰어넘어, 오직 생존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의 위험한 탈출기를 직접 본 듯 하다. 드라마틱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각색의 힘을 발휘한 류승완 감독과 탄탄한 이야기와 휴머니즘으로 강력히 무장한 김용화 감독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마치 소말리아 내전 한복판에 내던져진 듯 생생한 현장감은 물론 후반부 카체이싱 탈출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 특유의 날 것의 느낌을 담으며 집중도를 높였다. 김용화 감독 특유의 감동과 한국식 신파는 오히려 걷어내고 오직 ‘탈출’을 목표한 사람들의 인류애를 부각했다.

30년 전 남과 북이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존’으로 제시했다.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선을 넘나드는 살벌함을 등에 업고 삶의 갈망을 버릴 수 없는 소재로 썼다. 때문에 후반부 서로를 향한 대치와 반목이 신뢰로 바뀌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한, 독재 정권 타도와 민주화의 열망을 부르짖었던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타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기시감도 충분히 전해진다.

<모가디슈>의 성적을 필두로 개봉 예정작이 흥행 조짐과 관객 추이를 조심스럽게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극도의 몰입감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끌려 갔다. 30년 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와 남북한의 대립과 연대라는 핵심 실화를 담백하게 다룸으로써 오히려 감동을 극대화했다. 오히려 하나의 목표를 안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모습은 고립된 시간 동안 있었을 법한 에피소드를 상상하게 만든다. 더불어, 이후 다들 어떻게 되었겠느냔 궁금증이 오랜 잔상을 남긴다. 영화관을 나왔지만 계속해서 곱씹게 만드는 영화적 마법이 계속되는 영화다.

한국 여름 텐트폴 영화의 정석을 새롭게 제기했다고 하겠다. 내전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복합적인 캐릭터와 상황으로 조합했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가 이루는 연기 조합이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천만 영화의 공식처럼 굳어진 국뽕, 신파를 걷어내고 실화의 진정성, 해외 로케이션의 이색적인 풍경, 배우의 호연, 액션과 휴머니즘이 빚어낸 새로운 흥행 공식을 쓸지 귀추가 주목되는 여름 성수기 기대작 중 하나다.

덧)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수도다. 현지에서 촬영할 수 없어 모로코에서 진행 했다. 김윤석과 조인성 두 배우의 첫 연기 호흡이다. <모가디슈>는 <탈출>이란 제목으로 감용화 감독이 먼저 준비었지만 시나리오 제안이 들어와 함께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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