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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는데

우리 사회를 새롭게 이끌어 나갈 주자가 90년대 생이다. 헌데 이 90년대 생은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보다 나 자신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시대를 만드는 건 인간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것도 인간이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변화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전 세대가 먹고 살기 위해, 나보다는 국가와 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현 세대는 개인의 발전과 감정에 더 집중한다.

최근 유행하는 도서가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회사나 명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드는 게 아닌 스스로의 자아와 행복을 찾고자 한다. 어쩌면 직장에서 퇴직한 후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전세대의 감정을 현 세대는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할지 모른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메시지는 꽤나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95년은 지금과 달리 대한민국이 풍족했을 때이다. 독재정권이 끝이 났고, 취업문제가 없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기였던 시기다. 삼진그룹이란 회사는 상고 출신 여직원들을 뽑아 각 부서에 배치한다. 이들의 역할은 커피 타기, 영수증 메꾸기 등등 잡일이다. 이들은 유령처럼 취급받아 업무에 배제된다. 세 명의 여주인공은 사내에서 진행하는 토익수업에 참석해 600점 이상을 받으면 대리자격을 얻는다는 말에 응시한다.

그곳에는 자영, 유나, 보람 같은 말단 여직원들이 모여 있다. 그녀들이 승진을 꿈꾸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 하는 일이 무의미하단 걸 알기 때문이다. 조용히 영어공무를 하다 승진을 꿈꾸면 될 그녀들 앞에 예기치 못한 도전이 닥친다. 회사가 몰래 폐수를 버리고 있었고, 이 문제로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심각한 병에 걸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이들에게 합의서를 받는 일을 한 자영은 자신의 과오를 씻고자 이 문제를 공론화 시키고자 한다.

대한민국 역시 여느 선진국처럼 경제발전에 있어 환경문제를 겪었다. 일본에서 폐수로 인해 발생한 미나마타병이 국내에서도 70년대 화학산업단지가 밀집된 여수시와 울산광역시에서 다수 발병된 사례가 있다. 집단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부 고발은 힘든 일이다. 나 역시 집단의 구성원이며, 집단이 무너지면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작품 속 세 명의 주인공들 역시 그런 고민을 겪게 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녀들은 집단에 단단하게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그 내부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자신들이 힘을 뭉친다 한들, 획기적인 변화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불안을 먼저 느낀다. 이때 그녀들을 움직인 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사람들이다. 마케팅부의 반은경 부장은 팀원들에게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자 유나에게 아이디어를 묻는다. 유령처럼 취급되던 유나는 반 부장이 아이디어를 택하고 팀원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용기를 얻는다.

이때 반 부장의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는데?”라는 대사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의 내일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나는 추리소설 마니아이자 매일 신문을 읽는다. 끊임없이 독서하는 습관을 지닌 그녀는 마케팅부에 딱 맞는 인재수업을 계속 해왔던 것이다. 자영 역시 묵묵히 사무실의 잡무를 도맡아 하며 팀원들의 신뢰를 얻고, 보람 역시 뛰어난 능력과 착한 마음으로 봉 부장의 총애를 받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금의 나를 멈추면 내일의 나를 볼 수 없다. 나를 성장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건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니 당장 돈을 버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여가시간을 누리는데 집중한다. 때론 무모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 내가 나를 가꿔야 남들이 날 바라봐 주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배우는 영어에는 ‘I can do it, You can do it, We can do it’이란 문구가 등장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개개인이다. 그 개개인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변해야 한다. 내가 변해야 주변도 변하고, 함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현대사회가 다양성의 시대가 된 건 이런 변화를 특정한 소수집단이 아닌 다수의 개개인이 이뤄냈기 때문이다. 변화의 물결에 합류하기 위해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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