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세상을 점령한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클리셰 중 하나가 있다. 바로 돈에 대한 욕심이다. 좀비가 점령해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구역에 금고 또는 막대한 돈이 놓이고 그것을 갖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이 등장한다. 잭 스나이더의 좀비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역시 좀비가 점령한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 지하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특공대가 들어가는 내용을 다뤘다.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둑들>은 이 작품의 프리퀄이다.
이번 작품은 프리퀄이라고 하지만 명확한 성격은 금고털이 캐릭터로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바스티안의 솔로무비에 가깝다. 배경만 좀비 바이러스가 미국에 퍼졌다는 설정이 들어갈 뿐 독일에서 펼쳐지는 케이퍼무비다. 장르부터 제바스티안의 캐릭터에 맞추었고 그의 캐릭터를 살린 코믹을 액션에 버무리며 재미를 주고자 한다. 좀비영화의 클리셰를 비트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색다른 프리퀄을 기획했다.
금고털이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제바스티안은 은행원으로 일하며 금고털이와 관련된 유튜브 방송을 한다. 텍스트로만 보면 멋진 이중생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은행원으로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얼굴을 공개하고 진행하는 유튜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금고를 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 그는 우승을 하게 된다. 그에게 이 대회를 유튜브 댓글로 알려준 그웬돌리는 제바스티안을 스카웃한다. 그녀가 이끄는 은행강도단으로 말이다.
작품은 <아미 오브 더 데드>에 등장했던 철옹성과 같은 카지노 지하의 금고와 연결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보안을 지닌 세 금고를 털고자 하는 은행강도단에 제바스티안이 합류하며 케이퍼무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작전’이 실행된다. 제바스티안 캐릭터가 지닌 특성을 바탕으로 리듬을 타듯 금고를 여는 장면은 이 작품의 최고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외부에서 이들을 쫓는 경찰과 내부 팀원들 사이의 갈등과 배신은 장르적인 매력을 통해 긴장감을 부여한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풍경은 물론 이곳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질감을 통해 재미를 준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손꼽혔던 제바스티안은 캐릭터를 연기한 마티아스 슈바이그호퍼가 직접 제작과 감독도 맡으며 캐릭터에 딱 맞는 영화를 완성해냈다.
감독은 케이퍼무비로 색깔을 시도하면서 <아미 오브 더 데드>와 연결점을 만드는데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 고민은 독특하게 예지몽의 형태로 발현된다. 앞서 언급했듯 작품 속 세계관은 미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아미 오브 더 데드>와 같은 시간상에 있다. 때문에 뉴스에서는 연일 미국의 상황을 보도한다. 이를 보던 제바스티안은 좀비에게 쫓기는 꿈을 꾸게 된다. 이 꿈의 몇몇 장면이 예지몽의 형태를 보이며 묘한 연결점을 만든다.
아쉬운 점은 케이퍼무비를 장르로 택했음에도 이 장르적인 매력을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장르의 가장 큰 장점은 통쾌함이다. 그 완성도가 높던 낮던 오락성을 중시하는 스낵무비던 사회적 의미에 중점을 둔 무게감 있는 영화던 이 통쾌함은 클리셰처럼 작용한다. 그만큼 케이퍼무비에 빠져서는 안 될 장르의 완성이자 마침표다. 헌데 이 작품에는 그 핵심이 빠져있다.
아무래도 <아미 오브 더 데드>와의 연결되는 스토리라는 점과 제바스티안이란 캐릭터가 이런 케이퍼무비의 통쾌함과는 색깔이 먼 인물이란 점에서 다소 애매한 후반부를 보여준다. 앞서 케이퍼무비의 전형이라 할 만큼 장르적인 규칙을 따라가던 영화는 결말부에 변주를 시도한다. 이 변주가 색다른 감정으로 작용하기에 인상적으로 본다면 만족감을 느끼겠지만 아니라면 다소 실망할 것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자신이 창조한 좀비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프리퀄을 비롯해 2022년 TV 시리즈 <아미 오브 더 데드>의 공개도 앞두고 있다. 막상 본편은 높은 평가를 얻지 못했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와 하나의 무리를 이룬 좀비들의 모습으로 세계관 확장의 여지를 남겼다. 이 작품은 좀비물은 아니지만 원작의 세계관을 비튼 흥미로운 스핀오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