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모 기자]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에 홀로 남은 한 여성의 가정사와 사랑, 살인사건과 마녀사냥을 통해 삶의 다양성과 존엄을 말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소설이 정발 되어 인기를 끌은 만큼 큰 기대를 받은 영화다.
어느 날, 마을 습지에서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청년이 시체로 발견된다. 그 범인으로는 습지에서 혼자 사는 여자, 카야 클라크가 지목된다. 작품은 재판을 받는 카야와 그녀의 과거를 교차로 진행한다. 습지에서 살던 카야의 대가족은 폭력적인 아버지에 의해 하나 둘 집을 떠난다.
이 과거는 두 가지 의문을 남긴다. 왜 가족 중 누구도 카야를 함께 데려가지 않은 걸까. 왜 카야는 끝까지 습지를 떠나지 않았을까. 가족을 따라갈 수 있었음에도 카야는 끝까지 남아 아버지와 함께한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뒤, 카야는 홀로 습지에서 살게 된다.
그녀는 유인원처럼 취급을 받는다. 글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학교에서 놀림을 받은 뒤 습지에서만 생활한다. 그런 카야의 곁에는 도움을 주는 마벨 부부와 친구이자 연인이 되어준 테이트가 있다. 카야를 사랑하지만 습지에서 계속 살 자신이 없었던 테이트가 대학에 간 뒤 새로운 남자가 다가온다.
그가 바로 체이스다. 체이스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카야에게 빠지고 관계를 맺는다. 카야 역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드라마 <노멀 피플>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퇴폐미를 통해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한다. 미지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외적인 힘을 보여준다.
체이스가 죽으면서 범인으로 몰린 카야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벌어진 이유 중 하나는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축적한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홀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외부에서 보기에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카야의 삶 역시 외부에서 보기에 이질적이다. 때문에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마을 사람들은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범인으로 의심하고 사형을 구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재판의 과정을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삶의 다양성과 그 존중이다.
카야가 습지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습지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서식하고 있다. 앞서 품었던 두가지 의문은 카야의 삶에 이해와 존중을 지니지 못했기에 생긴 의문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가족들은 카야가 했던 삶의 선택을 존중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집을 떠난 카야의 오빠는 너무 힘들고 괴로우면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숨으라고 한다. 카야에게 습지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었다. 습지는 보금자리이자 먹고 살 수 있는 자원을 주었고 명성도 안겨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주체적인 여성서사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성장과 아픔을 담아낸 이 작품은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되어줄 영화다. 삶에서 울고 싶고 힘든 순간이 있을 때, 내 삶이 남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이 들 때, 이 작품이 깊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