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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엄마] K-콘텐츠에 기댄 엉성한 K-샤머니즘

Fivel Stewart stars in Stage 6 Films UMMA. Photo by: Saeed Adyani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내부에서 자중의 이야기가 나오는 허상이 아닌 확연한 실체를 갖춘 현상이다. 가요에서 BTS, 영화에서 <기생충>, 드라마에서 <오징어 게임>이 메가히트를 선보이며 K-콘텐츠의 위용을 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한국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일까. <UMMA: 엄마>는 제목부터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가져온 건 물론 K-샤머니즘이란 독특한 시도를 선보인 호러영화다.

시카고 출신 한인 감독인 아이리스 심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담당한 이 작품은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로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존경받는 산드라 오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이블 데드> 시리즈로 미국 호러계에 한 획을 그은 샘 레이미가 제작을 맡으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K-샤머니즘이란 문구가 어울릴 만큼 작품은 한국적인 소재를 보여준다. 탈과 한복을 통해 공포를 자아내며 어긋난 모성을 통해 관계의 파멸을 그린다.

아만다는 딸 크리스와 함께 외딴 농장에서 양봉을 하며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한국에서 온 삼촌은 아만다에게 엄마의 유골함과 평생 아꼈던 물건이 담긴 상자를 전한다. 그때부터 아만다에게는 정체불명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죽은 엄마의 혼령이 나타나 아만다를 압박하며 그 영혼을 지배하고자 한다. 엄마의 혼령은 아만다를 통해 크리스를 억압하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서사는 최근 서구문화권이 그려낸 한국의 모습과 연결점을 지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애플TV+의 <파친코> 속 여성들의 인고의 시간이 있고, 영화 <미나리>가 담아낸 다른 문화라는 거친 땅 위에 뿌리내리기 위한 단단한 가족의 모습도 있다. 다만 그 모습이 앞서 언급한 두 작품들처럼 양지의 모습을 지니지 않는다. 뒤틀린 심리를 통해 음지의 기운을 품는다.

Sandra Oh stars in Stage 6 Films UMMA. Photo by: Saeed Adyani

미국이란 낯선 땅에 정착하면서 아만다의 엄마는 자신이 겪은 고통과 슬픔을 딸에게 풀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곁에 남은 존재가 딸이기에 더 강하게 곁에 두기 위해 잔혹한 고통을 준 것이다. 이는 천륜이라 불리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서 이뤄질 수 있는 훈육이 잘못된 형태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아만다는 엄마의 유골함을 받으면서 다시 그 고통에 빠지게 된다. 한복과 탈은 그 고통을 상징하는 한국적인 소재다.

이 고통을 나타내는 소재 중 인상적인 건 병아리다. <미나리>에서 볼 수 있듯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많이 하던 일 중 하나가 병아리 감별사였다. 병아리가 탈을 쓰고 한복을 입은 엄마한테 밟혀 죽는 아만다의 상상은 그 당시 아만다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함께 아만다의 엄마 역시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통의 대물림이다. 자신이 인내했던 고통을 거부하는 자식세대의 모습은 공포의 핵심이 된다.

크리스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고자 하나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던 아만다는 그런 모습에 상처를 받는다. 그 빈틈을 파고드는 것이 엄마의 악령이다. 예절과 관습이란 이름으로 강요되었던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공포로 풀어내며 K-호러의 저변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를 보인다. 동양적인 요소를 가져와 배치하는 시도는 좋지만 이를 조립하는 기술은 무디다. 심리호러가 아님에도 공포를 살리지 못하다 보니 두려움 보다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Mother’가 아닌 ‘엄마(Umma)’를 내세웠음에도 불구 동양호러의 색채가 어설프다. 호러장르는 공포의 요소를 매끄럽게 살리지 못하면 그 엉성함 때문에 헛웃음을 유발한다. 한복, 탈, 유골함, 제사 등등 이 작품이 시도하는 동양적인 공포의 색깔은 무엇 하나 호러의 색에 녹아들지 못한다. 사건이 적고 공포를 자아내는 지점이 다수인데 공포에 재능이 없다 보니 장기자랑이 아닌 재롱잔치를 보는 기분이다.

<UMMA: 엄마>는 외국의 시점에서 K-콘텐츠 열풍을 어설프게 받아들였을 때 생기는 현상을 보여준다. 한국적인 요소라 여겨지는 것들을 때려 박고 샤머니즘이 알아서 동양호러의 색감을 내줄 것이라 여기는 안일함에 머문다. 공포장르에서 여성서사를 효과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냈음에도 이를 날카롭게 깎을 수 있는 도구를 지니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現 키노라이츠 편집장
前 씨네리와인드 편집장
前 루나글로벌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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