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의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나가게 된다. 진짜 ‘어른’이 채 되기도 전에 세상으로 내던져진 이 아이들은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는 보호 종료 아동인 아영(김향기)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린다. 아영은 보육학과 졸업반에 재학 중인 대학생.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잡다한 일을 하던 중 싱글맘 영채(류현경)의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밤에는 술집에 나가 돈을 벌며 생활을 이어 나가던 초보 엄마 영채는 어른아이 아영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보호 종료 아동과 싱글맘, 참 뜬금없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 특별한 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관객, 감독, 그리고 아영과 영채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두 사람은 서로를 동정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또한, 관객에게도 동정이나 판단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영과 영채가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씩씩하다. 크고 작은 결핍과는 별개로 왠지 모를 강단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아이> 스틸 컷(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데에는 훌륭한 연기가 한몫했다. 영채와 아영 역의 김향기, 류현경, 그리고 술집 사장 미자 역의 염혜란까지. 늘 그렇게 존재했던 것 같은 자연스러운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각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의 최대치를 깨부수는 연기를 보여준다. 케미 혹은 앙상블이라고도 하는데, 세 배우의 환상적인 합을 보고 있으면 불꽃이 튀는 기분이다.
<아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만들어진 티가 나지 않는다. 마치 실재하는 듯,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이어 나가고 있을 것만 같다. 주인공인 싱글맘, 보호 종료 아동, 그리고 술집 사장이나 사기꾼 등의 주변 인물도 그렇다. 감독과 배우들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이미지로 연상되는 인물에게도 매 순간순간 삶의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단면만 보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사려 깊은 탐구와 노력 끝에, 영화가 끝나고도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세심하게 아영과 영채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 영화는, 울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기보다는 그저 한 발 씩 앞으로 나아가며 묵직한 감동을 준다. 모두가 처음 사는 인생, 우리는 전부 아이일지 모른다. 서로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면, 가끔은 기대고 의지해도 좋지 않을까?
영화 <아이>는 2월 10일 개봉 예정이다.
글: 키노라이츠 손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