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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라이츠’s Guest] ‘코사카 키타로’ 감독과 만나다

지난 21일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이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인사를 했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함이 필요했던 관객과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분들에게 너무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요. 키노라이츠 매거진에서는 시사회 직후, 연출을 맡은 ‘코사카 키타로’ 감독을 만나 작품에 관한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의 편집장과 감독님이 나눈 진솔한 대화를 옮겨봅니다.

코사카 키타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양한 작품에서 원화 담당 및 작화 감독으로 활동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귀를 기울이면>, <원령 공주>,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등 무수히 많은 작품의 작화 감독으로 30년간 활동했으며, 2014년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페스티벌에서는 애니메이터상을 받기도 했다. 작화뿐만 아니라 연출력도 뛰어난데, 그의 첫 번째 연출작이었던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제56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다.


인터뷰에 앞서, 영화를 보신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현재, 키노라이츠 지수 92.3%, 초록불) 저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합니다. 가벼운 질문부터 먼저 드리겠습니다.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감: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봄의 집’ 여관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인데요 항상 남을 생각하고, 내가 남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통해서 스스로 힘을 내고, 더 열심히 했던 게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좋은 것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영화죠.


이 영화는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연령대가 다른 아이들의 시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도시에서 온천마을로 오게 된 옷코에게 ‘그녀 주위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자극을 주게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옷코는 이 마을의 환경 때문에 변해가는 인물인데요. 그래서 마을의 전통적인 모습과 라이벌 마츠키가 마을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이 도시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등을 잘 그려내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감독님의 전작(<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등)은 어른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인생의 쓴맛이 느껴지는 영화들이었는데, 이번 영화는 동심을 다루고 있는 영화였죠. 이 두 세계를 연출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예전과 달리 어린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아가 확립되기 전 단계의 인간이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어른으로서는 이미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고, 그러한 점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옷코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만남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사건이 옷코에게 자극이 되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죠. 어쩌면 어른들이 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아이들만이 가진 ‘자극에 민감한 성격’을 잘 표현했는지 묻는다면, 그렇지 못한 게 아닌가 조금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동시에 그러한 점이 이 영화의 재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엔 서로 다른 연령대의 유령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시대성을 느낄 수는 없었는데요.

영화에 나오는 유령은 ‘유령’이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상상 속의 친구’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두 가지를 전부 고려해 표현했죠. 그리고 옷코가 그 시대를 잘 아는 것이 아니기에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보단, 지금처럼 표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삶에 무언가가 결핍된 사람들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변화과정을 보면서 굉장히 따뜻해질 수 있었는데, 영화에서 유일하게 옷코만이 그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내죠. 이런 타인의 결핍을 채워주는 옷코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옷코에게 힘이 되는 건, 할머니의 가르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는 보통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그 사람 자체를 보라고 하셨죠. 무엇이 필요한지, 또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이 옷코에게 힘이 되어줬습니다. 그리고 마츠키라는 친구의 존재도 할머니의 뜻을 깨닫게 해주죠.

말씀하신 대로 결핍된 사람들에게 옷코가 접객을 통해 무언가를 해주면,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돌아옵니다. 서로를 회복시키는 돌고 도는 힘이 있었죠. 어쩌면, 옷코는 타인에게 자기가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다한다’라는 자세가 사람들을 채워줄 수 있었죠.


새로운 손님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굉장히 풍부하지만, 나중엔 급박하게 넘어간다는 느낌도 있었는데요.

너무나 많은 손님을 집어넣게 되면, 이 이야기가 하나의 영화로써 가지는 통일성이 없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세 팀의 손님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세 손님에겐 각각이 담고 있는 의미와 테마가 있어요. 첫 번째, 아버지와 함께 오는 ‘아카네’라는 소년은 현재 옷코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옷코가 부모님을 잃었듯, 이 소년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태였죠. 두 번째 손님 ‘글로리’는 점술사인데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알아보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미래의 옷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세 번째 손님 중엔 ‘숏타’라는 어린 소년이 같이 오는데요. 숏타는 부모의 사랑 속에서 철없이 지내고,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과거의 옷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테마의 손님을 통해, 옷코의 현재와 미래와 과거를 담아내려 했죠.


<나스 슈트케이스의 철새>와 함께 생각해볼 때, 이번에도 ‘죽음’이라는 사건을 경계로 주인공은 성찰하고 성장합니다. 전작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감을 느껴진 것과 달리,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독특한 이미지였는데, 감독님은 ‘죽음’이란 걸 어떻게 생각하고, 작품에 반영하려 했나요?

저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저희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저도 몇십 년 뒤면 죽게 되겠죠. 그런 식으로 죽음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전제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죽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성장에 있어서 하나의 과정이었죠. 죽음을 계기로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옷코가 이사를 오면서 ‘바뀐 환경’이 중요합니다. 영화 속 ‘하나노유 온천마을’이라는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주는 자극을 통해, 상처를 입은 옷코가 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표현하려 했죠.


앞서 죽음이라는 코드로 질문을 드렸었는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감독님의 작품들은 외지인이 일본에 와서 일본의 지역적인 것, 전통적인 것에 대해서 느끼고 성장하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외지인이 들어온 이야기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환경이 결국 사람을 바꾸게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제가 <나스 수트케이스의 철새>을 만들 때, 뒤르켐이라는 사람이 쓴 [자살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살의 이유는 다 환경적인 이유였어요. 그래서 그것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 그것을 계기로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 질문의 연장에서 보면, 감독님 작품엔 일본이라는 공간 안에서 치유를 받는 캐릭터들이 많았거든요. 이런 치유를 가능하게 한 일본만의 지역성과 환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저는 일본엔 그렇게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에 나오는 온천 마을도 제가 만들어낸 곳이었죠. 이 온천마을에 있는 전설과 축제, 전통 같은 것들은 이 영화를 위해서 제로부터 다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생각해낸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 그런지, 현실의 일본에는 그러한 장소가 없다고 생각해요.


작년 부천에서 하신 인터뷰를 보면, 이 애니메이션을 소녀의 성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옷코의 미래가 가업과 전통이라는 가치 아래서 결정되어버린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데요.

가업과 전통을 잇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 현대적인 문화 혹은, 현대인들이 가진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이나 집안에서 이룬 것들을 버려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라도 옷코가 이러한 가업을 이어가는 것들을 제대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했다고 해서 선택의 자유를 부정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일본적인 느낌과 전통이 많이 느껴진 작품이었지만, 한국 관객에게도 아주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한국 관객분들이 영화를 많이 봐주시고, 좋아해 주셨다고 해서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이 이야기가 기본적으로는 옷코의 상실과 재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 많은 분이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수의 기사 및 인터뷰에서 ‘지브리의 작화가’라는 언급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 명성이 작품을 연출할 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나요? 그리고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영향을 주나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화 감독이었다는 것은 전혀 부담되지 않고, 부담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가 편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감독과 연출에 대한 제안도 편하게 받아들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영향에 관해 물어보셨는데요. 지브리에 있었다는 것이 지금의 작품에 주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지브리에 있던 시간이 매우 길기도 했고, 지브리에서 만든 것과 전혀 다른 것을 만들려고 하면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여러 가지로 지브리에서 했던 것을 답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꾸려 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을 매우 존경하고 있고, 지브리에서 일할 때도 너무나 좋아서 일했습니다. 거기에서 구태여 멀어지지 않을 것이고, 멀어지고 싶지도 않아요.

영화의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주듯, 애니메이션의 작화도 그 내용과 주제, 그리고 정서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지브리’의 오랜 작화가로서 지브리만의 색채와 전통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지브리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이 평소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세계를 스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스텝들이 그것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습니다. 그것이 몇십 년 동안 구축되어왔죠. 그리고 미야자키 감독님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조금씩 바꾸어갔습니다. 그렇게 점점 관객도 그의 작품을 지지해줬기 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 다운 작품들을 만들어 올 수 있었고, 함께 일하는 우리들도 그것이 참 좋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브리에서 일했던 스텝들이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으로도 많이 넘어오셨는데요. 다들 동의하고, 지지하며 작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지금도 비슷한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한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하는데요. 곧 영화를 보게 될 관객과 한국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꼭, 가족 여러분이 함께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을 보러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느낀 감상과 부모님들이 느낀 소감이 다를 것 같은데요. 영화를 보시고 집에 가셔서 가족이 다 함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에 지친 사회인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마치 본인이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멘트가 너무 상업적, 영업적인 것 같네요. (웃음)

일정상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아쉬운 시간이었는데요. 질문 하나하나에 깊이 생각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히 선택하는 코사카 키타로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답변은 하나노유 온천처럼 ‘치유’와 ‘재생’이란 메시지를 향하고 있었는데요. 지브리의 관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던 인터뷰였습니다. 온천처럼 따뜻한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은 2월 27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키노라이츠 매거진 편집장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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