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시작과 함께 영화계를 휩쓴 시리즈가 있다. 7080년대에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었다면, 밀레니얼 세대에겐 ‘해리 포터’가 있었다. 마블 공화국이 영화계를 점령하기 전, 호그와트는 전 세계 영화팬에게 따뜻한 안식처였고, 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그리움을 가진 팬이 많다. 이 그리움을 일부 달래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키노라이츠에서 이 추억 여행에 제대로 불을 지펴볼까 한다. 역대 해리포터 영화 중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는 무엇일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키노라이츠 지수 96.8%(1위)
관객수 1,585,389명(서울 집계)
1997년 조앤 K. 롤링 작가가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열었을 때, 전세계가 마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보이지 않던 세계를 상상했고 마법을 향한 동경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2001년, 호그와트와 마법 세계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스크린에 소환된다.
마법 세계와의 첫 만남만큼 주목받았던 건, 소설 속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무척 높았던 배우들이다. 해리포터 역의 다니엘 레드클리프,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은 이후 7편의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시리즈 그 자체가 되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음악 감독이었던 존 윌리엄스도 매혹적인 음악으로 새로운 세대의 영화팬들에게 본인의 이름을 알렸다. 이 첫 만남은 강렬했고,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여덟 편의 시리즈 중 키노라이츠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
키노라이츠 지수 94.3%(3위)
관객수 1,519,700명(서울) / 4,000,000명(전국)
1편에 이어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나 홀로 집에> 1, 2편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했다. 조앤 K. 롤링의 상상력을 영상화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해리포터의 영상 세계관을 정립한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전편이 마법 세계와의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은 숙적 볼드모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집 요정 도비의 등장도 중요한 포인트. 이 영화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2편까지 덤블도어를 연기한 리처드 해리스가 2002년 10월 세상을 떠났고, 이후 시리즈에서는 마이클 갬블이 덤블도어를 연기했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키노라이츠 지수 94.3%(4위)
관객수 1,775,033명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아즈카반 감옥, 희망을 먹는 디멘터 등의 등장으로 배경이 한층 어두워졌다.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를 연출한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영화는 더 깊고 묵직한 색채를 보였다. 금지된 일을 하는 해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가 소년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청소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3편은 해리가 아버지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정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엔 말포이(톰 펠튼)를 폭행하며 거친 매력을 뽐낸 엠마 왓슨의 이미지가 더 뚜렷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시리우스 블랙을 맡은 게리 올드만의 등장으로 배우의 앙상블도 더 풍성해졌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
키노라이츠 지수 90.3%(5위)
관객수 3,430,975명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캐릭터들의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이 아역 배우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무도회 씬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온 헤르미온느의 모습이 강렬했다. 해리의 첫사랑 초 쳉(케이티 렁)과의 이야기도 주목 받았지만, 팬들의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서브 콘텐츠로 사랑받던 퀴디치의 규모도 커졌는데, 퀴디치 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액션의 스펙터클이 상당하다. 또한, 러브 라인이 부각되어 하이틴 로맨스 느낌이 짙었다. (이 분야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사랑받은 로버트 패티슨이 등장한 편이기도 하다) 볼드모트가 돌아왔음을 알리며 시리즈의 긴장감이 한껏 높아졌고, 이후 펼쳐질 대결을 기대하게 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
키노라이츠 지수 84.6%(7위)
관객수 3,691,060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볼드모트와의 전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편이다. 해리는 퇴학을 당하고, 덤블도어도 학교에서 쫓겨나는 등 가혹한 사건이 이어진다. 더불어 볼드모트의 등장을 믿지 않는 이들 때문에 상황은 더 나빠진다. 이에 비밀스럽게 불사조의 기사단이 조직되고 해리는 볼드모트와의 전투를 향해 나아간다. 볼드모트 추종자들의 이미지가 강렬했는데, 루시우스 말포이(제이슨 아이삭스)와 레스트랭(헬레나 본핸 카터)가 악랄한 모습을 보였다. 데이빗 예이츠가 연출을 이어받은 첫 번째 영화였는데, 그는 이후 모든 해리포터 시리즈의 감독일 뿐만 아니라,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도 감독을 맡고 있다.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009)
키노라이츠 지수 81.7%(8위)
관객수 2,957,736명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는 역대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낮은 키노라이츠 지수를 기록했다. (그래도 80%가 넘는다) 이는 예정된 결과였는데, <해리 포터와 불의 잔>부터 소설의 분량이 늘어나 한정된 러닝 타임 안에 이야기를 구현하는 게 어려워졌다. 데이빗 예이츠의 연출을 비판하는 이도 있겠지만, 방대한 분량을 버틴 것만으로도 제 몫을 했다. 이번 편에서 해리는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호크룩스를 파괴하는 미션을 준비한다. 로맨스도 다시 무르익는데, 해리는 지니(보니 라이트)에게 끌리고 론과 헤르미온느도 감정을 키워나간다. 충격적인 죽음으로 팬들을 경악하게 했던 편이기도 하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2010)
키노라이츠 지수 87.7%(6위)
관객수 2,853,500명
한 편의 영화에 모든 걸 담는 데 부담을 느꼈던 제작진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두 편으로 나누는 선택을 했다. 1부에서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성물 호크룩스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는 걸 보여준다. 하나의 서사를 두 편으로 쪼갠 탓에 전반부인 1부가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죽음의 성물을 설명하는 애니메이션 연출 등은 호평을 받았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2011)
키노라이츠 지수 94.8%(2위)
관객수 4,421,210명
해리포터 시리즈의 모든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는 편. 절대적인 힘을 가진 지팡이의 비밀, 그리고 새로운 교장이 된 스네이프 교수 등 해리포터의 오랜 팬들에게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해리를 앞세운 불사조 기사단과 볼트모트를 따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마법 전투가 벌어지면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긴 이야기가 끝나면서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영화인데, ‘해리 포터’라는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밝혀지는 반전에서 충격을 받은 팬이 많았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이라 말하며 뭉클함을 줬고, 키노라이츠 지수도 94.8%를 기록하며 시리즈를 잘 닫았다.